5월 11일 일본 도쿄 고토구 도요스의 세븐일레븐 편의점은 평소보다 많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이 매장은 현재와 같은 형태의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일본에 도입돼 처음으로 문을 연 곳이다.
이 매장 쇼윈도 곳곳에 붙은 전단지의 50주년 세일 행사 문구도 이날 영업 호조의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편의점주 야마모토 겐지(山本憲司·74)씨의 사진과 “50주년을 맞게 된 것은 오로지 고객들 덕분”이라는 감사 인사로 구성된 전단지도 있다.
야마모토씨는 원래 가업인 주류 유통업을 하던 가게에서 1974년 5월 15일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열었다. 편의점은 번창했고 그가 보유한 점포는 이미 지난해까지 8개로 늘어났다. 그는 자신의 편의점 운영 비결을 정리한 책 ‘세븐일레븐 1호점, 번성하는 장사’를 2017년 출간하기도 했다. 일본 편의점 1호점주의 성공담이다.
●포화 상태 점포 수, 2년여 전 정점 찍고 우하향 = 세븐일레븐은 원래 미국에서 시작된 편의점 브랜드다. 일본의 슈퍼마켓 체인인 이토요카도의 임원이 미국 출장길에 화장실에 가려고 우연히 들른 현지 편의점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어 1973년 미국 세븐일레븐 운영사 사우스랜드와 라인센스 계약을 맺은 게 일본에 편의점이 들어온 경로다.
그 뒤 이토요카도가 세운 일본 세븐일레븐은 급성장했고 1991년에는 경영난에 처한 미국 사우스랜드를 아예 사들였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일본의 종합유통그룹 지주사 세븐&아이 홀딩스 산하 편의점 프랜차이즈다. 일본에서는 세븐일레븐이 발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패밀리마트, 로손, 미니스톱 등 경쟁 편의점 브랜드도 확산하면서 역시 점포를 늘려갔다.
하지만 성장세를 달리던 일본 편의점 업계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해 2022년부터는 점포수도 줄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일손 부족 여파에 실질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부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프랜차이즈협회의 편의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 3월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미니스톱 등 7개 편의점 브랜드의 일본 내 점포 수는 5만5620개로 1년 전보다 119개(0.2%) 줄었다. 협회측은 “점포가 증가하는 편의점 브랜드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회가 집계한 점포 수를 보면 2022년 6월 이후 22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5년부터 개시된 이 협회의 집계에서 편의점 점포 수가 이처럼 장기간 감소세를 보인 것은 처음이다. 2위 업체인 패밀리마트 점포 수가 크게 줄고 1위인 세븐일레븐도 증가세가 둔화한 영향이 크다. 올해 3월 편의점 점포는 종전 최다였던 2022년 1월의 5만5956개와 비교하면 336개 줄었다.
●일본도 24시간 영업 갈등… 업계 무인화 시도 = 한국보다 먼저 편의점이 자리를 잡은 일본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편의점주 사이의 계약 갈등 등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오사카에서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던 점주 마쓰모토 미토시(松本実敏)씨가 24시간 영업 계약에 이의를 제기하고 일방적으로 심야 영업을 중단하자 세븐일레븐이 계약 해지로 맞서는 등 갈등을 겪다가 법정 공방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마쓰모토 씨는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노예 계약’이라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 조사에 나서는 등 사회적인 압력이 거세진 가운데 편의점 업체들도 시간 단축에 일부 유연한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교도통신이 올해 4월 편의점 업체를 상대로 설문한 결과 조사에 응한 6개 업체의 점포 약 5만50000여 곳 중 10%를 넘는 6400곳은 시간을 단축해 영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3대 업체인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은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비율이 8∼10%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일본 편의점 업체들은 최근 일손 부족 등에 대응해 무인화 점포 등 새로운 시스템도 모색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봄부터 매장에 점원을 두지 않는 소형 무인 편의점의 출점 계획에 시동을 걸었다. 패밀리마트도 무인 결제 시스템을 갖춘 점포를 30곳 개점한 상태이며 인공지능(AI), 카메라 등 기능을 갖춘 청소 로봇을 직영점에 배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