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쳐

kimswed 2009.04.16 10:02 조회 수 : 3015 추천:713



세계 기계 공업의 한 분야를 거머쥔 한국의 작은 거인

시그니처(에이스 기계)의 이철 사장 - 공장 자동화 설비 제작 전문업소 -

“어차피 작은 분야부터 뛰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충분치 못한 자본도 그렇고 대기업이 쉽게 손대기에는 턱없이 소규모의 시장 규모도 그렇고 저희 같은 중소기업에게 맞춤거리인 분야였죠.”
자동으로 박스를 접고 풀로 붙이는 자동기계인 카톤박스 폴딩앤 크루 머신을 만들어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시그니처 브랜드의 이철 사장은 이런 특수한 기계를 만드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 기계는 일단 인쇄되고 절단된 박스를 자동으로 접어주고 풀질하여 붙이는 기능을 가진 기계로 제품의 포장용 박스를 사용하는 대형 공장을 고객으로 한다. 과자 제조공장이나 약품 제조 공장 등. 일 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빼빼로라는 과자는 하루에 무려 10만개의 포장박스를 필요로 한다. 이 박스를 손으로 접고 붙인다면 약 500명의 일손이 필요한 일이지만 시그니처 기계 한대면 간단히 해결된다. 단순히 인력을 절감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박스의 불량품도 자동으로 골라내는 기능을 갖고 있어 제품의 균일한 품질을 보장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기계를 제조하는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에이스 기계 비나의 이철 대표를 만났다.
● ● 현재 만드는 기계의 브랜드 명이 시그니처(Signature) 입니다. 뭔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만 한데, 작명의 이유가 있습니까?
우리말로는 서명이라는 뜻이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저희 제품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적어도 세상에서 유일한 자신의 명예를 걸고 하는데 대강 만들어 내놓지는 않는다는 의미에서 고른 이름입니다. 또 인쇄용어로는 이 Signature가 전장 용지를 원하는 사이즈로 접을 때도 쓰이는 용어인데 혹시 서양 친구들은 그런 뜻으로 쓰였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야 뭐 어떤 의미든지 이름이 잘 알려진다면 작명을 위한 소기의 목적은 이룬 셈입니다.

#. 자동으로 박스를 접고 풀로 붙이는 자동기계인 카톤박스 폴딩앤 크루 머신을 만들어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시그니처 브랜드의 이 철 사장.

● ● 바로 그 시그니처라는 박스 폴딩 크루 기계가 현재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 저희 시그니처 기계는 1993년에 처음 만들어졌지만 기계공업의 선진국인 일본과 독일에서 만드는 모든 제품들을 제치는 최첨단 기계를 만들어 세계 시장의 30% 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출시된 시각장애자를 위한 점자인쇄가 가능한 기계의 경우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현재까지 미국에 250대 유럽에 150대 아시아에 50여대, 그리고 국내에 70여대가 판매되어 가동 중에 있습니다.

● ● 해당 기계 제작에 관하여 후발업체인 에이스기계가 만든 시그니처 기계가 이렇게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희 회사를 창업할 때 한국본사의 박경해 사장과 제가 동업자로 시작했는데 저는 기계 설계가 가능한 기계 기술자이고 박 사장은 전기 기술자 출신입니다. 그리고 이런 관련 기계를 20년 이상 다루어 왔던 터라 기계상의 기술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들을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과 기술적인 바탕이 남들보다 앞서가는 기계를 만드는 주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자가 직접 기계 제작에 참여함으로 기계의 품질을 책임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제조 원가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이 경쟁력을 갖추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공장 자동화 설비 제작을 위해
베트남 진출
● ● 에이스 기계에서는 시그니처 기계를 제작하는 것 외에 다른 작업은 어떤 것을 하고 있습니까?
저희는 시그니처 기계 외에 공장 자동화에 필요한 산업기계를 고객의 용도에 맞게 제작 판매합니다. 바로 이 부분을 위해 베트남에 진출했다고 볼 수 있는데 공장들을 자동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동화 기계를 주문 제작해 드립니다. 물론 각각의 공장들이 각기 특성이 있어 일률적인 자동화를 이룰 수는 없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바로 그런 각 공장의 자동화를 위한 컨설팅부터 필요한 설비를 제작해 드리는 것 입니다.

● ● 그럼 이 에이스 기계에는 모든 기계제작이 가능한 설비를 다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까?
물론 입니다. 아직 베트남이 기계 산업에 대하여는 극히 초보적인 단계에 있는 형편이라 저희같이 설비를 제대로 갖춘 기계제작소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저희에게 이곳을 진출하도록 유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저희는 모든 기계 제작 공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설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 생산 원가 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물론 기계 제작이라는 것이 단지 설비만을 갖추었다고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에 따른 기술력도 갖추어야 합니다. 저희 시그니처가 세계 시장에서 지금도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저희 같은 규모의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연구개발팀을 운영하고 있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그것을 공장에서 자동으로 실현하는 설비제작은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출발됩니다. (설비에 관하여는 전문적인 부분이라 기자도 잘 모릅니다. 대신 기계 사진을 참조하여 주십시오)

● ● 아무튼 한국의 중소기업이 세계 유수의 기계 제작회사를 제치고 관련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품질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앞으로 베트남에서의 전망을 어찌 보시는 지요.
저희가 베트남에 진출한 것은 일종의 전진기지를 구축하는 셈입니다. 최근 중국에서 나오는 단순하지만 저가의 기계들이 점차 시장 침투를 시작하고 있는 상황인데 비록 중국제 기계들이 품질 면에서는 저희보다 많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들도 마냥 그 자리에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희도 보다 경쟁력 있는 기계를 만들기 위하여 이곳을 생산기지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이곳도 이제 단순 전자 산업이나 섬유 같은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벗어나 점차 기계 산업화되어 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저희 같은 기계 제작소의 진출은 베트남의 기계 산업의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기계 산업은 나라의 발전과 비례하여 성장되어야 할 부분인데 사실 기술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면에서 미리 계획을 세우지 못하면 쉽게 기반을 조성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지금도 항상 일본과의 무역 역조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기계 산업의 부족이 있습니다. 수출을 위한 설비를 아직도 많은 부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점처럼 무역 역조가 개선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계 산업은 일단 앞서가면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한국 정부에서도 그래서 기계산업증진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저희 같은 중소기업은 그나마 그런 지원을 받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정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예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시장도 선점하고 생산 경쟁력도 키우자는 것이 저희들이 베트남에 진출한 기본 목적입니다. 베트남은 이제 태동하는 시장이고 베트남 인들의 뛰어난 손기술이 있으니 기계산업은 앞으로 크게 발전할 분야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부디 지속적으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시고, 뛰어난 기술로 이곳에 진출한 공장들의 자동화 라인구축에 많은 도움을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이철 사장(50)은 부산출신으로, 기계 공업을 전공한 기술자로 세계에서 자랑하는 시그니처 기계를 직접 설계했다. 밤낮으로 설계에 매달린 덕분에 한쪽 눈에 각막염이 생겨 취미인 골프를 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시력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핸디 6을 자랑하는 싱글 핸디캡 골퍼이기도 하다. 화요 골프 포름이라는 골프모임에서 충무를 맡아 모임의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격변의 시대를 묵묵히 기술자의 역할로 헤쳐온 한국의 젊은 사업가, 부디 그 동안 갈고 딱은 기술과 경험을 이곳에서 발휘하여 한국의 기계 제작 기술을 베트남에 뿌리내리도록 힘써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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