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1995년부터 12년간 청춘 바쳐 일했던 곳
주호찌민 총영사관의 김재천 영사는 외대 베트남어과를 졸업하고 외교부에 입부한 뒤 1995년부터 2001년까지 호찌민영사관,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하노이대사관에서 근무했다. 지난 8월 주호찌민총영사관의 교민담당 영사로 호찌민을 다시 찾은 김재천 영사를 만나 계획과 각오를 들었다.
거침없이 단호한 김영사와의 인터뷰를 진솔하게 담아본다.
-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 여권, 공증, 문화, 관광, 스포츠, 교육, 교민단체 업무 등을 담당한다. 여권과 공증업무로 영사관을 비우기 어려운데 이외 업무는 영사관 밖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많아 적절한 시간배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민단체의 소통과 발전에 관심이 크다.
- 세 번째 베트남 근무다. 다시 오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 내가 잘 할 수 있고, 내가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항상 생각한다. 호찌민은 스물아홉부터 서른다섯까지 청춘을 바쳐 일한 곳이다. 매일 밤 12시까지 일하면서도 힘든 줄 모르고 보람찼다. 당시 호찌민시한국학교(현 호찌민시한국국제학교)를 설립하면서 교민들과 밤낮으로 애썼던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하노이에서도 하노이한국학교를 세우는 일을 했다. 그렇게 교민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 베트남에 다시 오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리움’이라고 해야 하나. 젊은 시절 열정을 바친 곳이고, 호찌민시한국학교 초대 교사로 왔던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된 인연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 한국학교에 대한 마음이 남다를 것 같다
▲ 호찌민시한국국제학교는 매우 특별한 학교다. 설립초기에 별도의 재단이사회가 없이 교민들의 성금으로 건립된 학교, 영사관 산하의 학교는 호찌민시한국국제학교가 해외한국학교중에서 유일하다. 7,8천명이던 교민과 기업들이 십시일반 모금해 40만 달러를 모았고, 40만 달러를 한국정부에서 지원해 건축할 수 있었다. 베트남 정부 측에서 ‘영사관 이름으로만 허가를 내준다’고 해서 영사관 산하기관이 되었다. 그러므로 한국학교의 주인은 말 그대로 ‘교민’이다. 교민들이 돈을 내고, 교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학교가 더욱 교민들에게 열린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학교 이사들은 여타 해외 한국학교와 달리 등기 이사가 아니고 자원봉사 명예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회는 한인사회의 의견을 반영하여 운영해나갈 수밖에 없다. 모든 선택의 기준을 교민과 학생들에게 어느 것이 더 유익한가에 두어야 한다고 본다. 총영사관은 베트남 정부로부터 한국학교 허가를 받았고 한국과학기술부로부터 위임받은 한국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무가 있다.
- 11월 14일 열리는 모의재외선거가 코앞이다.
▲ 한국학교 설립이 교민사회의 첫 번째 도약이 되었다면, 이번 선거는 제2의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호찌민 지역 모의선거 신청자는 897명으로 도쿄, 밴쿠버에 이어 3위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모의선거 당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당직자가 호찌민에 온다. 2012년 대선에 선거참여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관심이 높아질 것은 당연한 일. 이번 모의선거를 잘 치르면 호찌민 한인단체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이나 교민의 권익증진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선거 당일 투표 참가율이다. 교민사회 발전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신청하신 모든 분들이 영사관에 오셔서 투표에 참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 한인단체 지원을 맡고 계신다.
▲ 한인사회가 2000년대에 비해 10배 이상 커졌다. 또 숫자로 볼 때도 3, 40대로 한인사회의 주역이 바뀌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도 한인회에는 30, 40대의 한인들의 적극적 참여가 저조하다. 한인회를 최초로 만드신 원로분들의 업적과 노고, 희생은 매우 고귀하고 높이 살만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인단체에 3, 40대의 힘과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라고 본다. 호찌민 한인사회도 이제 관보다 민의 역할이 커지는 시대다. 그 관이 역할을 잘하려면 교민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원하는 바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교민들 역시 한인회 선거나 기타 활동 등에 적극 참여해야 단체의 힘이 커지고, 단체의 힘이 커져야 교민들의 위상도 높아진다.
-강경한 편이다. 소신이 있다면?
▲(웃음) 반골 기질이 있다. 잘못됐다고 느끼면 당사자가 듣기 싫더라도 직언(直言)을 하는 편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심사숙고해 판단한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고, 그 확신을 바탕으로 용기 내어 행동하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베트남에 다시 와서 일하며 교민사회를 위해 일 참 잘했다는 평을 듣는 게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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