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이 어느 새 1330원대로 수직낙하 했다.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로 되면서 달러지수가 연저점 수준까지 떨어진 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은 10월로 미뤄지면서 원화값을 지지한 결과다.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 원/달러 낙폭이 과하다고 평가하면서 추가 하락이 쉽지 않다고 본다. 미국의 경기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에서 연방준비제도의 급격한 금리 인하를 단언하기 어려운데다, 한은 역시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 연말 1200원대 진입은 어렵다는 평가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글로벌 달러와 약세로 전날보다 3.0원 내린 1333.6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횡보했으나 소폭 엎치락뒤치락 한 다음 전날보다 1.9원 내린 1334.7원에 마감했다. 하루 전인 21일에는 장 초반 달러당 1320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Today 달러시세
1. 미 금리 인하 기대에 연저점으로 떨어진 달러값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은 경제 균열 조짐과 물가 둔화세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달러 힘이 빠진 결과다. 미국의 7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2.9%로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고, 미국의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123만 여건으로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며 부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서 한 달 전 94%였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최근 100%로 높아졌다. 9월 0.25%p 인하 예상은 94.2%에서 76.0%로 낮아진 반면, 0.5%p 인하 전망은 3.9%에서 24.0%로 높아졌다. 연내 인하 횟수 전망도 종전 2회에서 3회로 높아졌다.
엔화 강세 압력도 높아졌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포기했고, 이달 초 공개된 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 ‘주요 의견’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확인됐다. 달러당 엔화값은 8월 초 150엔에서 최근 146엔 대로 세졌다.
이 영향으로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는 지난달 초 105선에서 최근 연저점인 101대로 떨어졌다. 달러지수가 101선까지 내려온 것은 지난해 12월 말 이후 처음이다.
이에 반해 한은이 금리 인하에 머뭇거리고 있다는 점은 원화값을 지지하는 재료다. 수개월 전만 해도 8월 인하설과 10월 인하설이 대립했지만, 7월 금통위에서 수도권 집값 상승 우려가 강조되면서 최근에는 8월 인하설이 잠잠해지고, 금리 인하가 10월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 추가 급락 제한적… “연말 1200원 진입 어려워” ???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 원·달러가 하락세가 가파르다고 평가하면서 추가 급락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본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달러 약세를 유발하지만, ECB(유럽중앙은행) 등의 완화 기조와 BOJ가 점진적으로 금리를 움직일 것을 시사하는 등 주요국 변수가 남아 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이달 초 강연에서 엔화의 급격한 강세에 대해 “금융 자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현 수준의 금융완화를 계속해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상태다.
원화 역시 한은이 결국 연내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강세를 유지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수 부진에도 집값과 가계대출 급등을 우려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 다만, 횟수에 대해서는 연내 1회 인하와 연내 2회 인하 전망이 갈린다.
전문가들은 원·달러가 한동안 13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연내 1200원대 안착 가능성은 낮게 본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달러지수가 90선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1200원 진입은 어렵다”면서 “미국의 경기 상황이나 유럽이나 일본 통화정책 움직임에 따라 그럴 가능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가 너무 빠지다 보니 저가 매수와 실수요가 하단을 제약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강도 전망에 따라 단기적으로 1330~1360원 사이에서 변동성을 보이며, 연말까지 일시적으로 1200원대 터치는 가능하지만 안착은 힘들 것”이라고 봤다.
iM증권은 연말 원/달러 환율 레벨을 1320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연말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지만 급격한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달러 포지션 정리에 따른 수급 요인이 마무리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