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에티컬 일본

kimswed 2024.09.07 07:06 조회 수 : 1255

 ‘돈 되는 에티컬
 
 윤리적 소비를 비즈니스 기회로 만든 일본 기업 사례를 소개한다. 부산물 등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트렌드에 주목한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를 살펴보자.
 
1. 윤리적 소비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
 
2021년 영국 언론 BBC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유럽 소비자들이 환경과 생태계, 기후 변화, 동물 복지, 지속 가능성 등 윤리적인 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소비습관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런 흐름은 일본에서도 감지된다. 일본의 최대 광고회사 덴츠가 10~70대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윤리적 소비의식 조사 2022’에 따르면 ‘윤리적 소비를 알고 있다’는 응답이 41.1%로 지난 조사(2020년 11월)의 24%를 크게 앞질렀다.
 
윤리적 소비를 실천할 의향이 있는 품목 가운데 ‘식품’(72.2%), ‘생활용품’(60.9%), ‘가전제품’(50.2%) 등 소비재는 증가했고 ‘자동차’(47.0%), ‘에너지’(43.8%), ‘주택’(40.8%) 등 내구재는 감소했다. 소비재가 내구재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기 쉽다는 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리적 소비를 실행할 조건은 지난 조사에 이어 ‘가격이 같다면’(44%)과 ‘장점이 있다면’(38.1%)이 높게 나타났으며 ‘품질과 기능이 좋다면’(36.2%), ‘가까운 매장에서 팔고 있다면’(35%)이 뒤를 이었다. 윤리적 소비를 택하더라도 구매하는 상품이나 개인의 삶의 질을 낮추고 싶지 않은 일본 소비자들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
 
2. 버리지 않고 살리는 발상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서 수건 염색공장을 운영하는 니시덴코는 염색 공정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솜먼지를 폐기하는 대신 캠핑용 착화제로 개발했다. 염색 공정에서는 하루에 약 240리터의 솜먼지가 건조기 필터에 달라붙는데 이를 방치하면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자주 제거해야 한다. 니시덴코는 솜먼지의 불에 잘 타는 성질을 역이용해 캠핑용 착화제 ‘이마바리의 먼지’를 만들어냈다. ‘이마바리의 먼지’는 40g에 660엔이며 10g으로 4~5분 정도 연소가 가능한데 면 100%로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니시덴코는 상품성을 위해 색상에도 주목했다. 수건의 색깔에 따라 먼지의 색깔도 달라지는데 여러 색깔을 조합해 ‘예쁜 착화제’로 상품화했다. 현재 ‘이마바리의 먼지’는 출시 초기의 20배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니시덴코는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매직아워’도 내놨다.
 
그런가 하면 삿포로맥주는 2022년 4월 주력 상품인 ‘블랙라벨’ 맥주의 부산물을 청바지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40벌 한정 4만1800엔의 비싼 가격에도 1600건의 주문이 쇄도했다. 삿포로는 맥즙을 짜고 남은 맥아 사료나 맥주에 사용되지 않은 홉의 줄기와 잎을 건조해 가루와 용지 형식으로 만든 뒤 용지에서 실을 뽑아 직조해 데님 원단을 제작했다.
 
블랙라벨의 업사이클 시리즈로 청바지뿐 아니라 재킷도 선보였는데 예상보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2022년 12월에는 같은 원료로 만들지만 이음새에 맥주 색깔인 노란색을 입힌 ‘옐로우 스티치 청바지’를 출시했다. 여러 화제성에 힘입어 블랙라벨 온라인 쇼핑몰 오픈 8개월 만에 회원 수가 10만 명 증가하는 등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다.
 
오사카시 소재 위패브릭은 ‘버리지 않는 순환형 사회’를 목표로 팔리지 않은 신상품 의류부터 중고 의류, 잡화까지 약 7000개 브랜드의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온라인 아울렛몰 ‘스마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후쿠야 다케시 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228억 장에 달하는 의류 폐기량을 모두 소각할 경우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2700만 톤에 달하는데 이는 19억 그루의 침엽수의 연간 흡수량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스마셀의 상품들은 정상가에서 80~90% 할인된 가격이 이목을 끌지만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이 저렴함만은 아니다. 상품 페이지에 구매를 통해 감축되는 CO₂ 양이 함께 명시돼 있고 판매액의 일부는 산림보호단체에 기부된다. 스마셀에서도 팔리지 않은 상품은 위패브릭이 전량 매입해 추가로 할인 판매하거나 자체 바자회를 열어 책임을 지고 모두 판매한다. 위패브릭은 안 입는 옷을 가져오면 같은 양만큼 가져갈 수 있는 ‘0원 옷 교환회’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일본 브랜드 ‘요시오쿠보’와 손잡고 의류 수출 대국 방글라데시의 잉여 재고품을 더 가치 있는 상품으로 바꾸는 업사이클링에 도전하는 등 위패브릭의 시선은 세계로 향하고 있다.
 
3. 우리 기업 시사점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본에서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은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소매업 매장을 운영하는 A사 마케팅 담당자는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급증하는 가운데 환경과 재활용, 공정 등의 가치를 활용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일본에서 윤리적 소비에 대한 실천 의향이 높은 식품, 생활용품,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폐기물 최소화’,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 ‘절전’ 등을 접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윤리적 소비를 선택하더라도 기존 삶의 질과 편리함은 유지하려는 일본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가격, 구매 편의성, 품질과 기능 등은 유지하거나 향상시켜야 한다.
KOTRA 도쿄 무역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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