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순 보라니 대표

skoreapkk 2025.02.12 08:58 조회 수 : 0

조선족 아줌마’ 온갖 설움 뚫고 미국시장을 뚫다


기구한 삶이다. 조선족 출신(조부모 한국인)으로 중국에서 사업했지만, ‘꽌시(關係)’가 걸림돌이었다. 대안으로 선택한 곳이 고향 ‘한국’. 

물론 터를 닦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바닥부터 시작해 한국문화와 비즈니스를 이해했다. 우여곡절 끝에 커튼·블라인드 산업에 뛰어들었는데, 여기서도 많은 설움을 겪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보라니 허명순 대표 얘기다. 온갖 난관에도 ‘근면·성실’ 그리고 ‘신용’을 무기로 묵묵히 사업을 일궜다. 지금은 미국·캐나다·대만 등지에 블라인드 원단과 부자재를 수출한다. 지난해 말 1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한국 기업서 ‘비즈니스 멋’ 느껴 = 대학 졸업 후 고향인 연길 국영기업에 입사했지만 1년 만에 퇴사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흐름을 타서,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결단이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지퍼 회사 Y사다. 한국어가 능통한 중국인을 찾고 있었던 것. 당시가 1997년으로 한중 수교 5년이 되는 해였다.

그곳에서 ‘비즈니스의 멋’을 제대로 느꼈다. 허 대표는 “천생 비즈니스를 해야겠다고 느꼈다. 영업이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무엇이 재밌었을까. 

그는 “고객과 만나 대화하는 것이 즐거웠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개선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제품 불량에 대해 책임지고 대응하는 것도 좋았다”고 답했다.

영업에서 즐거움을 찾으니, 성과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허 대표의 영업성과는 탁월했다. Y사에서 큰 활약을 펼치자, 기회가 찾아왔다. 허 대표의 능력을 본, 투자자가 동업을 제안한 것. 

허 대표는 그렇게 중국에서 지퍼 회사를 세웠고, 직원을 20명까지 늘렸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남편을 만났고, 중국보다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좋다는 말에 이끌려 한국에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바닥부터 하나씩 밟아 올라가 = 허 대표는 한국 입국 후 문화 이해부터 나섰다.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을 알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 그래서 선택한 곳이 식당이었다. 

허 대표는 “식당에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를 빨리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개월간 식당에서 서빙을 한 허 대표는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특히 부당한 처우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12시간 근무 조건이었는데 16~18시간 일하곤 했다. 잔업 수당은 없었다. 허 대표는 “간식을 사준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틈틈이 식당 계산대에 있는 포스(POS)시스템에 들어가 일자리를 알아봤다. 식당에서 유일하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곳이었다. 그렇게 10여 곳에 이력서를 낸 끝에 경기도 안산 MP3플레이어 수입업체에 들어갔다. 

허 대표는 “중국 교포로 일자리 얻기가 정말 어려웠다. 채용공고에 ‘교포 사절’이라고 적힌 곳도 있었다”고 전했다.

어렵게 얻은 자리인 만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회사 대표의 중국인 비하 발언을 참을 수 없었다. 허 대표가 힘들게 설득해 중국에서 MP3플레이어를 수입했는데, 온갖 이유를 대며 회사 대표가 대금 입금을 차일피일 미룬 것. 허 대표는 회사 대표를 찾아가 따졌고, 이 일이 계기가 돼, 회사를 나왔다.

●창업 후 오픈마켓 1위 기록 = 2006년 MS 인터내셔널을 세웠다. 이전 회사에서 알게 된 중국 MP3플레이어 공급사가 밑천이었다. 마침 국내에 인터넷 오픈마켓 시장이 크게 열렸다. 처음 MP3플레이어 50대를 시작으로 점점 수입 물량을 늘렸다. 

허 대표는 “당시 국내 MP3플레이어 수입업체 가운데 중국기업과 소통이 원활한 곳은 없었다”며 “중국 심천 전자시장을 돌아다니며 디자인·품질을 선별했다. 제품만 본 게 아니라 회사를 찾아가 생산시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우수한 가성비 제품을 수입해 팔자, 주문이 쏟아졌다. 3개월가량 지나자, 이틀 사이에 500대 주문이 들어오기도 했다. 1년여가 지날 즈음 오픈마켓 판매량 1위에 올랐다. 1인 회사다 보니 밤낮이 따로 없었다. 

호실적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다시 1년이 지날 즈음, 경쟁제품이 쏟아졌다. 중국 MP3플레이어 수입사가 많이 늘어난 것. 

몇몇 업체는 허 대표 보유 제품의 이미지와 설명서를 무단 복제해 팔았다. 콜센터 번호가 바뀌지 않은 일도 있었다. 허 대표는 사이버수사대에 5~6번 신고했지만, 소용없었다.

●블라인드 사업 뛰어들어 = 지인 소개로 2007년 창문에 설치하는 블라인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국에서도 블라인드 시장이 성장하고 있었는데, 고급 제품은 이탈리아와 일본 원단을 사용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한국산 원단에 대한 평가가 좋아, 가능할 것으로 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가격으로 일본과 이탈리아 제품을 대체했다. 

허 대표는 “중국 블라인드 업체 톱5 기업 모두에 공급했다”며 “이들은 저의 도움으로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신용 덕분에 미국 시장 진출 = 허 대표는 비즈니스에서 ‘신용’을 강조했다. 바이어와의 약속은 무조건 지켰다. 이는 또 다른 기회로 이어졌다. 중국 바이어가 대만 바이어를 소개했고, 그 바이어가 미국 메이저 블라인드 기업 L사를 알려준 것. 

미국 시장 개척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블라인드 시장에 뛰어든 지 10여 년이 됐고, 나름의 기술력도 쌓았다. 디자인 특허도 보유했다. 그렇게 2년여 협상과 품질 개선을 통해 2021년 마침내 미국 수출에 성공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자 다른 나라에서 하나둘 연락이 왔다. 허 대표는 “정보를 어디에서 구하는지 모르겠는데 인도, 캐나다, 홍콩 바이어의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라니의 수출 규모는 120만 달러. 이 가운데 미국이 절반이 넘는 약 85만 달러였다.

▲보라니는 틈새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중국 상하이 건축 기술 전시회인 ‘R+T’에 참가한 회사 부스에서 관계자가 상담하는 모습. [사진=보라니]

●중국산과 프리미엄 상품 틈새 노릴 것 = 허 대표는 비즈니스에서 거창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현재 프리미엄 블라인드 원단 시장에서는 북미에서는 미국,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기업이 주도한다. 보급형은 중국이 주도한다. 중국산은 미국·네덜란드의 프리미엄 제품과는 품질 차이가 크다. 

허 대표는 “내수 시장이 어렵다. 결국은 해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중국업체의 기술력을 잘 알고 있다. 이들보다 우수한 퀄리티 제품을 만들어 보급형 시장에서 경쟁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도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보라니가 주력하는 허니컴 블라인드 시장은 성장성이 매우 크다. 허니컴은 벌집 모양의 독특한 구조다. 기능성과 미적 요소 덕분에 최근 서양 고급 주택에서 인기가 높다.

허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지금까지 오는데 정말 고생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업계에 남성들이 많다 보니 ‘조선족 아줌마’라는 비아냥을 많이 들었다. 그래도 신용 하나만은 철저히 지켰다. 그것 하나는 자부심을 느낀다”며 “덕분에 이제는 영업을 안 해도 국내외에서 먼저 찾아온다. 주변에서 ‘날개를 달았다’고 말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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