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에 한국산 원산지 기재 관행

kimswed 2018.12.26 06:16 조회 수 : 9955

본인은 최근 몇 개의수출업체로부터 미국 세관에서 원산지 조사 통보를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해당 업체들은 모두 중국산 반제품을 사용하여 한국에서 최종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서, 한국에서 최종 가공을 했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송장에 Made in Korea라는 표기를 하고 있었다. 해외 수입자도 한국산임을 신뢰해 물품을 주문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 세관의 원산지 조사 통지서가 수입자를 통해 해당 업체로 전달되고, 통지서상에 “당신의 물품이 미국 통상법 301조(소위 슈퍼301조)에 의한 보복관세 적용 대상인지에 대하여 검토할 것(review applicability to the Presidential Proclamation 301 tariff duties)”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어, 해당 문구의 의미 및 원산지 조사에 따른 대응 절차를 문의하기 위해 연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물품의 실제 원산지에 대해 자세한 검토가 이뤄졌다. 그 결과, 이 중 몇몇 업체의 제품은 대부분이 중국산 원재료이고 한국산 가공 정도가 경미해, 미국 무역법상 원산지 결정기준으로 판정하면 실질적으로 중국산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안타깝지만 해당 업체는 미국 세관의 조사결과에 따라서 중국산에 대한 25% 덤핑관세 추징, 가산세 부과 및 미국 무역법상 원산지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상기 사례와 같이, 최근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로 중국산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및 제3국을 통해 우회 수출되는 중국산 물품에 대한 원산지에 대한 조사가 강화되면서, 중국산 원료, 반제품을 많이 사용하여 제품을 가공 수출하는 특징을 가진 한국 수출업체의 제품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한국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심 및 원산지 위반에 따른 조사와 처벌의 위험성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미국은 올해 7월부터 3단계에 걸쳐 중국을 원산지로 하는 6800여 개 품목의 물품에 대해 25% 또는 1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였으며, 내년에는 품목과 세율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미 행정부는 보복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중국산의 우회 수출 시도가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고 하면서, 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세관도 중국에서 선적된 물품뿐만 아니라 분쟁국인 중국을 실질적 원산지로 하는 물품을 적발하기 위해 한국, 멕시코 등 중국과 연결 공정 관계에 있는 수출국으로부터 수출되는 물품에 대해서도 미 무역법에 따른 원산지 결정기준에 따라 원산지 조사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적발 사례도 계속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평상시에는 미국 세관과 한국 세관 모두 식품, 명품의류 등 개인 소비자에 직접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큰 물품인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에 대해서는 원산지에 대한 조사와 관리를 엄격하게 하지 않는 편이어서 한국 수출품에 대한 실질적 원산지 이슈가 적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수출업체는 각국의 원산지 결정기준에 근거한 원산지 충족 여부에 대한 명확한 검토 없이, 최종 공정을 한국에서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관행적, 관습적으로 제품이나 인보이스 상에 “Made in korea”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미국 무역법상의 원산지 결정기준에 따라 실질적 원산지 여부를 판정할 경우, 관행적·관습적으로 “Made in korea”로 표기한 제품이 실질적인 원산지가 한국산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수 있다. 특히, 중국산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큰 제품도 상당수 존재할 것이 예상된다.
 
특히, 화학, 식품, 화장품 중 수입 원료를 단순 혼합, 배합하는 방식의 산업이나, 기계, 전자, 부품산업 중 수입 재료를 단순히 조립하는 방식의 산업 또는 반제품을 사와서 단순한 최종 가공만 한국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산업 형태의 경우에는 실질적 원산지와 관련한 위험성이 매우 높은 편이어서, 미국 세관의 원산지 조사결과 한국산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는 해당 수출업체는 원산지 위반으로 인한 피해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미 세관의 원산지 조사에서 최종적으로 중국산으로 판정될 경우, 수출품이 한국에서 선적되었는지에 관계없이 수입업체는 301조에 의거하여 보복관세 부과 동안의 실적에 대해 10% 또는 25%의 높은 관세가 가산세와 함께 추징 부과된다. 수출업체는 원산지 위반 관련 법적 분쟁에 직면하게 되고, 관련 추징 세액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원산지 위반에 따른 과태료 또는 법적 처벌도 받아야 한다.
 
또한, 해당 수출업체는 수출품에 대한 미국 세관의 지속적인 보복관세 부과 및 검사 강화 등으로 인해 과거와 미래 실적 모두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만일 수출업체에서 실제 한국의 원산지 관련 법인 ‘대외무역법’상에 규정된 원산지 결정기준조차도 충족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관행적, 관습적으로 “Made in korea”로 표기해왔다고 한다면, 해당 업체는 한국의 대외무역법 제33조 및 제38조에 의한 원산지 위반에 따른 처벌도 받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수출업체는 이렇게 미·중 무역 분쟁으로 직면하게 된 원산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지금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가장 우선 할 일은 원산지에 대한 지금까지의 낡은 인식을 버리고,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재점검에 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중국산 원료를 많이 사용하고 한국에서 가공의 정도가 낮은 수준인 제품의 경우에는 반드시 미국 무역법에 따른 원산지 결정기준으로 엄격하게 원산지를 재판정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실무적으로 한국과 미국은 원산지 결정기준은 같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원산지 결정기준을 충족했다 해도 미국에서는 미충족 판정을 받을 수 있으며, 실제로 미국 무역법상에는 원산지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특히, 2개 이상의 국가가 관계된 경우에 실질적 변형 원칙으로 물품의 사안별로 명칭, 특성, 용도의 변경 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다고만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기에, 규정만으로 해당 물품에 대해 원산지 여부를 명확히 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상식적인 선에서 물품의 본질이 한국산인지 중국산인지에 대해 가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로, 상식적인 판단으로 다수가 세관에서 볼 때 한국산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이 나온다면, 해당 물품은 실제 원산지도 한국산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두 번째 단계는 상식적인 선에서는 애매하지만, 어느 정도 자체적으로 판단이 가능한 경우다. 한국 관세청에서 발표하는 사례나 미국 관세청의 원산지판정 사례를 참고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한국의 대외무역법, 한-미 FTA상의 원산지 결정기준은 미국 무역법상 원산지 결정기준과 는 엄연히 별개의 규정이기 때문에, 일부 참고가 될 수는 있으나, 이를 통한 판정은 권장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위의 방법으로 한국산 원산지조건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사례도 고려할 수 있다. 실제 제조 가공 등이 한국 및 중국과 연결되어 이루어지는 제품이 중국산 재료를 다수 사용하여 만들거나, 한국에서 가공의 정도가 모호한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관세청에서는 미국 원산지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원산지 전문 관세법인에서는 대응서류 구비 및 미국 관세청 원산지 사전심사 대행 등의 미국에 특화된 원산지 컨설팅도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되는 업체는 설명한 방법을 통해 원산지판정 및 대응서류 준비에 대한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리고, 상기한 3단계 방법에 따라 실질적인 원산지가 한국산이 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해당 업체는 즉시 해당 물품에 대한 “Made in korea” 표기를 그만두고, 보복관세와 원산지 위반에 대한 각종 대책을 마련하는 등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한동안 미국은 중국산에 대한 높은 보복관세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되며, 내년에는 부과 품목도 상당히 확대된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산의 우회 수출 방지를 위해 미국 세관의 한국 수출 물품에 대한 원산지 조사도 계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아직은 미국에서 보복관세가 부과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원산지 위반에 따른 수출업체의 위험 정도가 작은 편이지만, 부과 기간이 경과하면 할수록 관련 수출 건이 증가할 것이다. 건수 누적으로 인한 원산지 위반의 위험성도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대미 수출업체로서 원산지에 대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업체라면, 조속히 원산지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여 원산지 위반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해야 할 시기라고 여겨진다. 
 

[-멕시코 연결공정제품 중국산 판정 사례 <출처관세청>

업체

주장

중국산 stater, rotor, end cap 등 3개의 부분품을 멕시코공장에서 조립하여 생산한 직류전동기(Direct Current Electronic Motor)를 미국으로 수입.

- stater, rotor, end cap 등전동기부분품(8503.00)에서전동기(8501.10)로 세번변경이 일어났으므로멕시코산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

따라서최종제품인 전동기는 중국산이 아님. 301조 25% 관세부과 부당

미국

세관

판정

- 301조 관세부과를 위한 원산지판정 기준은 실질적 변형기준(substantial transformation)에 의해 판단.

중국산 전동기부분품은 멕시코에서 조립 후에도 고유의용도 가변하지 않는 등 실질적

변형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움.

따라서최종제품인 전동기는 중국산에 해당하며301조 25% 관세부과대상.

 

 

이재영 관세사

이정관세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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