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의사가 효과 없는 가짜 약이나 꾸며낸 치료법을 환자에게 처방하면서 긍정적인 믿음을 심어주면 병세가 좋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심리적 요인에 의해 환자 상태가 호전되는 현상으로 ‘가짜 약 효과’라고도 한다.
플라세보는 ‘기쁨을 주다’ 혹은 ‘즐겁게 하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하였다. 의사가 병과 관련이 없는 소화제나 비타민을 주면서, 잘 복용하면 곧 호전될 것이라고 말하면 실제로 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환자가 매우 신뢰하는 의사이거나 병원이거나 가격이 비싼 약이라는 정보를 주면 가짜라도 더 효과가 크다고 한다.
반대로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는 진짜 약을 처방해도 그 약이 해롭다고 생각하거나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환자의 부정적인 믿음 때문에 약효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흐름은 정반대이지만 심리효과라는 기저 이론은 같다.
실제 생활에서 심리적 요인이 매우 중요함을 일깨우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외국의 유명한 의사가 한 말이 귀가에 맴돈다. 멀쩡한 사람도 병원에 자주 다니면 탈이 난다는 말이다. 병세가 악화되어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사소한 증세로 병원을 들락거리면 수명을 단축하는 자해행위라는 의미다. 병원은 확률적으로 기운이 넘치는 사람이 적은데, 그들과 함께 섞이면서 심리적으로 나약해진다는 논리다.
암 환자를 많이 치료하는 의사가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 흥미로운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암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아프면 즐겁게 운동하는 사람 속으로 들어가야 하고, 웃음이 넘치는 취미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어려움은 에너지를 충전해야 극복할 수 있는데 대부분 그 걱정으로 밤을 새우면서 바닥으로 추락하고, 걱정하는 노이즈가 많은 곳으로 더 들어가 약을 먹어도 효력이 없어진다.
회사라는 조직도 마찬가지다. 오래 전 직장에서 건강검진 할 때마다 담당 의사로부터 들은 말이 생각난다. “술이나 담배보다 스트레스가 더 위험합니다.”
검진결과서에 주의사항이 몇 개 있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괜찮아요, 즐겁게 운동하세요.”라고 마무리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살아 기네스 기록에 올라간 이즈미 시게치요라는 일본인은 30도짜리 소주를 물로 희석한 후 데워 마시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필자가 중국에서 지낼 때 만난 현지 한의사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하지 말라고 말했다. 아니, 누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하고 싶으냐고 물으니, 대답이 걸작이다. “건강이 중요하냐? 일이 중요하냐?”
그 의사는 운동 중에 최고의 운동은 수영이라면서 강력하게 권했다. 이유가 특이하다. 근력을 강화하거나 심폐능력이 높아진다고 말하지 않는다. 운동하는 동안 땅 위의 일을 잊을 수 있고 물 속이어서 다칠 염려가 없다는 게 추천의 이유다.
스트레스는 우울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3배나 많다는 글도 읽었다.
그 특효약은 믿거나 말거나 즐거운 상상이다. 매일은 아니지만 때로는 ‘참 태평이네요’, ‘참 긍정적이네요’라는 말을 동료에게서 들어야 한다. 골프를 잘 치려면 가장 좋았던 샷을 상상하고, 타율이 높은 타자는 홈런 친 기억을 자꾸 재생하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차 한 잔을 들고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나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이것을 이겨내는 습관이 있는가? 아니면 잠시라도 스트레스를 완전히 잊게 하는 어떤 운동을 하고 있는가?
이런 사례가 없다면 돈도 시설(장소)도 필요 없는 즐거운 상상이 필요하다. 내가 있어 회사가 돌아간다. 내가 이 회사를 먹여 살린다는 발칙한 상상이 나, 더 나아가 회사를 위해 필요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다른 동료에게 스트레스 전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스트레스 증폭자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반대로 중간에서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때로는 지나친 책임감을 내려놓고 ‘야, 그것 별거 아니야,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해결돼’라고 생각하며 차의 향기에 빠질 필요가 있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우연의 힘‘이 사과를 움직이듯, 세상은 내가 고민하지 않아도 잘 돌아간다.
민영채 | W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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