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림 넥스페어·넥스나인 대표

kimswed 2023.04.01 08:12 조회 수 : 3180

전문성을 기르고 견디다 보면, 
 
누구에게나 점프하는 순간이 온다
 
 
나이키 농구화 ‘에어 조던’ 탄생 비화를 다룬 영화 <에어>(4월 5일 개봉)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말이 있다. “믿는다.” 나이키는 1984년 업계 꼴찌였다. 대학을 졸업한 마이클 조던을 브랜드 간판으로 세우고자 하지만, 순탄치 않다. 앞선 경쟁자인 컨버스와 아디다스 모두 그를 노린다. 더구나 예산도 충분하지 않다. 조던도 나이키를 삼류 취급한다. 하지만 나이키와 조던은 지금까지 행복한 동행을 하고 있다. ‘에어 조던’ 시리즈는 연간 40억 달러(약 5조 2000억 원)를 벌어들인다. 조던을 잡기까지 ‘나이키 팀’은 티격태격 와중에도 서로에게 믿음과 신뢰를 발산한다. 그렇게 쌓은 신뢰 자산은 나이키에게 최고 정점을 안긴다. 신뢰로 점프하는 순간이다.
 
스스로 ‘엔(N)잡러’라고 지칭하는 김유림 넥스페어·넥스나인 대표를 만났다. 그는 기업가, 겸임교수, 콘텐츠 크리에이터, 전시평론가 등 다양한 일을 한다. 그가 운영하는 마이스, 콘텐츠, 마케팅 기업인 넥스페어·넥스나인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돕는 ‘셰르파’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해외로 가는 길이 꽁꽁 묶인 와중에도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은 신뢰 자산 덕분에 잘 견딜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한마디로 ‘덕분에’라고 말한다. 상대방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신뢰를 쌓았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손해 같아도 길게 보면 도움이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믿음과 신뢰가 점프하는 순간을 선사하는 것은 ‘에어 조던’만이 아니다. 전문성을 기르면서 잘 견디면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온다.
 
▲김유림 넥스페어·넥스나인 대표 [사진=넥스나인 제공]
- 코로나 팬데믹부터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엔데믹은 아니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19 자장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다. 요즘 상황과 함께 해외 출장도 잦아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떤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에서 이제는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에는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체류했지만, 팬데믹 기간에는 해외 이동에 제약이 많아서 한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다. 아직 엔데믹은 아니지만, 올해부터 해외 출장도 재개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문을 연 덕분에 올해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카타르, 중국, 일본 등에 다녀왔고, 추가 해외 출장 계획도 잡고 있다.
 
- 코로나19 시기에 사업도 불가피하게 타격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타개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글로벌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보니 타격이 컸다. 계획되고 계약돼 있던 대부분 사업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겪으며 느낀 점이 있었다. 당시 사업 포트폴리오가 중국에 치우쳐 있었다. 노력과 상관없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매우 고통스러웠다. 그런 상황을 겪었기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힘들다, 어렵다’보다 ‘어떻게 극복하느냐’를 골똘히 생각하고, 대안 마련에 집중했다. 
 
우리는 코로나19 전에도 해외에 연결하는 일이 주력이었고, 이 기간에도 ‘글로벌 커넥트’라는 역할만 생각했다. 그래서 온·오프 매칭 패키지 프로그램 ‘온프렌드(On-Friend)’를 런칭했고, 이를 통해 견딜 수 있었다.
 
- 사업이든 삶이든 리스크는 불가피하다. 이에 대처하는 노하우가 있나?
 
해외 사업도 마찬가지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해외에서 쌓아놓은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됐다. 코로나19 시기에 이런 신뢰 네트워크, 파트너, 친구들 덕분에 견뎠다. 왕래가 쉬웠을 때는 문제가 생겨도 현지에 가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와 같이 위험할 때는 확실한 것을 찾더라. 즉 믿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면 비즈니스가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런 신뢰 자산 덕분에 마이스, 무역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를 찾는 니즈가 있었다. 
 
알다시피 신뢰는 짧은 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늘 내 이익보다 상대가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했다. 당장은 손해 같아도, 길게 보면 도움이 됐다. 오래 지켜온 철칙이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사람에 대한 신뢰와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했다. 이에 최소한 김유림, 넥스나인이 우리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뢰가 반복되고 쌓였던 것 같다. 
 
중국에 ‘꽌시’가 있듯, 중동에는 ‘사막을 건너려면 친구를 선택해야 한다. 친구가 되어야 한다’라는 격언이 있다. 먼저 친구가 되어야 신뢰할 수 있고, 신뢰가 있어야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명료한 구조다.
 
-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스타트업 행사인 ‘비반(BIBAN)’에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가 정신 월드컵’ 프로그램이 흥미로웠다. 기업가정신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결과가 담보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길을 도전하는 용기가 기업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비반에서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수상 등 많은 성과를 냈다. 중동, 특히 사우디는 생경한 나라인데, 비즈니스 활로를 뚫고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기업가정신을 가진 혁신 기업이라고 본다. 넥스나인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돕는 ‘셰르파’ 역할과 토양 구축을 잘하고 있다.
 
▲최근 두바이를 방문해 현지 최대 미디어그룹 DMI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는 김유림 대표. [사진=넥스나인 제공]
▲최근 사우디 아라비아의 '인베스트 사우디'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미팅 후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는 김유림 대표. [사진=넥스나인 제공]
- 해외 진출이나 마케팅 성공에 협업은 필수인데, 협업을 위해 어떤 자세와 역량이 필요할까?
 
상대방 이익과 명분을 고려하는 게 윈-윈이 된다. 예를 들어 과거 중동은 우리에게 오일머니로 상품과 기술을 사는 구매자 정도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중동 주요국은 ‘비전 2030’을 내세워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한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중동을 단순히 우리 상품 고객이 아닌 협업하는 동반자 관계로 봐야 한다. 
 
상대에게 필요한 게 뭐야, 그게 시작이다. 특히 중동은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고, 평균 연령이 32세로, 20~30대가 전체의 60%가 넘는다. K-팝 등 K-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 분위기도 좋다. 
 
최근 오만 정부에서 K-팝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오만이 K-콘텐츠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다. 기존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 수출도 중요하지만,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문화융합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국내에서 유명한 콘텐츠여도 현지에 맞게 컨버팅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필요도 있다.
 
- 스타트업은 조직문화나 제품 경쟁력 등도 중요하지만 대표자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대표’라는 자리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듣고 싶다.
 
나는 의미와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하다 보면 예기치 않게 슬픔이든 기쁨이든 다가오는데, 어떤 것이든 오래 가져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기쁨이 오래가면 들뜨고, 슬픔이 오래가면 침잠한다. 대신 작은 일이나 성취에도 의미와 재미를 부여한다. 나에게 작은 일도 누군가에겐 큰 모래폭풍을 일으켜 대단하고 중요한 결과치가 되기도 한다. 기쁨과 슬픔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 ‘91.4% 대 8.6%’.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 중 남성과 여성 창업자가 투자 유치 성공비율이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곤 하나, 성차별 문화 개선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후배 여성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선, 수치가 놀랍다. 나는 영업을 잘하지 못하고, 부탁을 못 하는 성격 탓에 남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못하는 일, 나를 찾아야만 하는 일을 찾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전문 분야를 꾸준히 파고들었다. 시간이 주는 힘이 있더라. 꾸준히 하면 기회는 온다. 물론 그 기회를 잡는 건 각자 몫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믿음을 갖고 꾸준히 하는 것, 백 마디 말보다 실천하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을 일찍 한 편이라, 지금은 ‘큰 언니’까지는 아니어도 ‘작은 언니’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나도 지금보다 젊었을 때 언니들 덕분에 견딜 수 있었듯, 나를 언니라고 불러주는 후배들을 위해 작은 버팀목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이를 안전하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만 있어도 견딜 수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지지대가 되어주어야 한다.
 
- 미술관을 자주 찾고, 영화를 자주 보면서 스몰토크를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활동이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왜 필요할까?
 
나는 영화, 만화. 미술 덕후다. 단순히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업무로 연결한다. 스스로 ‘지구별 여행자’라고 생각하는데, 규칙이 있다. 낮에는 걷고, 밤에는 읽자. 특히 미술관이나 전시장을 많이 걷는다. 작품도 흥미롭게 보지만, 서문을 꼼꼼하게 읽는다. 화두를 던지는 것이니까. 미술관은 트렌디한 공간이라 기획할 때 큰 도움이 된다. 또 동선 등도 상품이나 해외시장 진출에 도움이 된다. 
 
영화는 한해 300여 편을 보는데, 만약 사우디에 출장을 가면 관련 서적부터 기사, 영상, 영화 등을 본다. 사우디 배경 영화를 비롯해 이슬람 문화를 다룬 영화 등을 챙겨본다. 이를 2~3달 전부터 하면 사우디에 미리 가 있는 셈이다. 그런 준비가 재밌다.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푹 빠진다. 일본에 재난 안전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출장을 가는데 마침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해서 N차 관람도 했다. 자잘한 이야기를 직원들과도 함께 나눈다.
 
- 코로나19를 거치며 비즈니스 모든 면에서 새로운 변화와 시스템이 요구되는 시점인 듯싶다. 이런 시기, 해외 진출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누구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만, 그것이 발휘되기까지는 견뎌야 한다. 고통스럽게 혹은 즐겁게 견디느냐는 선택이지만, 탄탄하게 준비하면서 견디면 좋은 결과를 얻는 시점이 온다. 코로나19 이전과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인플레, 불투명성, 비용 등 달라지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다. 기업인이 욕심이 없으면 안 되겠지만, 큰 욕심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지점에 자원을 투여하면서 견디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에 도달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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