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마이스(MICE)’가 뭘까. 서울 외발산동에 위치한 ‘메이필드호텔 서울’을 이끄는 김영문 대표는 호텔 마이스를 주창한다.
그의 말을 빌면 호텔 마이스는 고객에게 기존과는 다른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일종의 ‘럭셔리 마이스’다. 단순히 행사장 제공이 아닌 ‘맛(미식)’ ‘휴식(수면)’ ‘체험’을 통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호텔의 자세다. 호텔 특유의 서비스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결합해서 고객이 새로운 가치를 느낄 때, 진정한 ‘호텔 마이스’ ‘럭셔리 마이스’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재무 전문가의 마이스人 변신 = 7년째 메이필드호텔 서울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특이하게도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사회생활은 금융권에서 시작했다. 1990년 당시 대학 졸업자의 선망 대상인 은행에 취업했고, 평생 은행원의 삶을 꿈꿨다.
그러던 그는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로 인해 불가피하게 SK그룹 구조조정본부로 옮겼다. 은행 구조조정의 상황에서 업무처리가 깔끔했던 그를 고객사인 SK에서 지켜본 것.
은행에서 기획과 리스크 관리를 배운 김 대표는 SK로 옮겨 그룹 전체를 보는 통찰력을 키웠다. 김 대표는 두 곳에서의 업무가 호텔과 마이스 경영에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호텔과 마이스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 기획, 프로세스 관리, 운영 그리고 위험에 대처하는 리스크 관리 능력입니다. 은행과 구조본에서 이들 업무의 기본을 배울 수 있었고 특히 SK그룹에서 조직을 종합적으로 보고 대처하는 능력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소위 ‘VVIP’로 불리는 최고위층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과거 이를 위한 체계를 닦았다고 강조했다. 호텔 식당에서의 음식 서비스를 사례로 소개했다.
김 대표는 “VIP들은 음식 나오는 순서부터 음식과 음식 사이의 시간차를 중요하게 본다”며 “만약 고객이 ‘천천히 달라’고 말한다는 것은 고객이 컴플레인(불평)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1등을 위해 5시에 기상 = 김 대표는 ‘노력파’다. 출근 시간을 예로 들자. 그는 6시가 조금 넘어서 출근한다. 그리고 호텔을 한 바퀴 돈다. 24시간 체제인 호텔에서 가장 취약한 밤에서 새벽까지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조그마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바로 김 대표다.
그는 이런 하루의 루틴이 개인적으로 큰 경쟁력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보고를 받기 전에 먼저 상황을 인지하기 때문에 정확한 문제점 파악은 물론 완벽한 대책을 지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침 6시 출근의 이유가 궁금했다. 어려서부터 근면했던 것일까. 아니다. 김 대표는 대학 때까지만 해도 ‘여느 학생과 같았다’고 말했다.
부지런해진 배경이 있을까. 1990년 은행 입사 당시 신입사원 교육 내용을 꺼냈다. 당시 강사가 ‘성공하려면 하나라도 1등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것. 김 대표는 출근으로 승부했다.
“신입사원이 1등을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이것저것 찾다가 출근이라도 1등을 하고자 했죠. 은행 본점에 400명가량 있었는데 첫날 7시에 출근하니 출근부에 이미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다음날 출근 시간을 조금 일찍 당기고, 그다음 날 다시 당기다가 결국은 6시에 출근하게 됐죠. 그때부터 5시에 기상해서 출근하는 루틴이 생겼습니다.”
김 대표는 근면함이 자신의 경쟁력이라고 자부했다. 하루를 더 길게 쓸 수 있고, 그가 좋아하는 역사책을 읽으며 즐겁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출근해서 호텔을 한 바퀴 돌고, 이후 1시간 독서 후 업무를 시작한다.
“창의력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창의력의 ‘창(創)’자가 ‘곳집(창고·倉)’에서 왔듯이 꾸준히 지식을 쌓아야 창의력이 생깁니다. 노력하지 않고 창의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죠.”
학구열도 그가 노력파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 SK구조조정본부 해체 후 계열사인 워커힐 호텔로 옮기자, 김 대표는 얼마 후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석·박사과정을 밟았다. 중간에 1년여 공백이 있었지만, 무려 9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호텔과 마이스 분야를 알기 위해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
김 대표는 “호텔 업계 모임에 나간 후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가졌다”며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학문적 뒷받침이 없으면 업무에 깊이(전문성)가 없다. 이론과 실습을 겸비할 때 정확히 이해하고 통찰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신념”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을 ‘연결의 플랫폼’으로 = 호텔 마이스의 창시자격인 김 대표는 호텔을 연결의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프로그램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란 설명이다.
김 대표는 ‘혼술’ ‘혼밥’과 같이 사람 간에 단절되고 고립되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이를 탈피하려는 연결에 대한 갈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그 연결의 중심으로 호텔을 꼽았다.
여기에 중요한 역할로 ‘추억’이란 단어를 꺼냈다. 연결에서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메이필드호텔의 자연과 함께하는 ‘도심 속 정원’ 개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마이스 행사가 대부분 ‘실내’ ‘빌딩 내 공간’에서 진행되는데 저희 호텔은 실내와 실외를 넘나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메이필드호텔에서 행사를 체험한 고객들은 ‘자연과 함께해서 좋았다’는 평가를 많이 한다.
김 대표는 “자연을 보면서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며 “당연히 비즈니스 성사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메이필드호텔 럭셔리 마이스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메이필드호텔에는 연회장 10개 중 7개는 실내, 나머지 3개는 야외에 위치한다. 한식당 존은 우리 전통 양식으로 지어졌다. 전반적인 유럽풍인 호텔 건물들과는 또 다른 멋을 과시한다.
●럭셔리 마이스의 메카로 만들 것 = 김 대표는 “럭셔리 마이스의 정의를 내리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도심 속 정원’이라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마이스 행사를 기획하는 고객들이 기존 틀에 박힌 행사가 아닌 숲과 함께 추억을 남기는 행사로 차별적 경쟁력을 제시하겠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마이스 분야의 높은 경쟁력을 강조했다. 선진국들이 매뉴얼 운영방식을 고집한다면 우리나라는 특유의 ‘눈치(감각)’ 운영능력이 세계 최고라는 평가다.
김 대표가 말하는 눈치 능력은 예를 들어 코스요리 음식이 나오는 간격이 매뉴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식사 속도에 맞춰서 직감적으로 결정되는 방식이다.
매뉴얼 경영은 평균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고객 개인의 취향에 맞는 대처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도제식 교육이 여기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감각적인 서비스는 고객 입장에서는 ‘세심한 배려를 받았다’는 느낌을 준다”며 “럭셔리 비즈니스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식 마이스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 호텔 설립 : 2003년 10월 7일
• 호텔명 의미 : 메이필드호텔 - 5월의 청명함, 푸르름이 넘쳐나는 도심 속 정원
• 대표 마이스 행사 : 몰타기사단 12회 아·태 콘퍼런스, 한·미 우주산업 심포지엄, 코리아 럭셔리 트래블 마켓 등
• 호텔 모토 : 메이필드를 찾는 모든 사람이 자연과 함께하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든다
• MICE산업 발전을 위한 한마디 : ‘산업의 력셔리화’로 존중받는 산업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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