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심장과 뛰는 심장
중요한 일은 맡을 때 프로와 아마추어는 비슷하면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를 반영한 말이 아마추어는 어려운 일을 앞두면 ‘심장이 떨린다’고 움츠리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프로는 성과와 도전을 기대하며 ‘심장이 뛴다’면서 희망을 쏜다.
환경과 관계없이 일하는 직원의 대응이 다르면 결과도 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겉으로는 미운오리새끼로 치부되는 부서나 일이 나중에 백조로 재탄생하는 경우도 비슷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원래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윤을 낼 수 없는 사업을 반전시켜 백조(대박 프로젝트)로 만드는데 심장이 뛰는 리더십과 자세가 필요하다. 희망찬 자세가 희망을 만들고 패배 의식이 실제로 패배를 부르기 때문이다.
기업에게 어려운 때가 기회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선, 밖으로 보면 좋은 기업들이 매물로 많이 나와 인수합병을 할 수 있고, 경쟁사가 줄거나 설사 있어도 그들의 마케팅 파워가 추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회사 안으로 보면 기업이 어려울수록 직원 간에 단결할 가능성이 커지기(동물들이 날씨가 추워지면 모두가 껴안는 것과 같은 이치) 때문이다.
리더나 현장 직원이 가슴이 뛰는 상황 판단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사고가 냉철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냉철한 사고는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훈련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구도가 간단한 드라마도 한 번에 모두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사람이 있고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하나 둘 파악하여 몇 번 봐야 전체를 맥락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런 직원도 훈련을 통해 한 번만 봐도 과거에 대한 세밀한 내용은 물론 향후 전개 과정을 대부분 파악할 수 있다. 단번에 핵심을 짚어내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안을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이다. 보고서를 처음 살펴볼 때에도 다른 사람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리스크를 꼼꼼하게 재검토하여 맥을 짚어내야 한다.
자료나 상황에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우선 ‘숫자’에 익숙해야 하고 ‘그러나’와 ‘단’과 같은 역접형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내용을 강조하는 ‘특히’를 주시하여 핵심을 파고들어야 한다. 일할 때 왜(Why)라는 질문도 계속 반복되어야 하고 고객 입장에서 서보는 역지사지의 사고도 필요하다. 이런 훈련을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이 책이나 신문을 꾸준히 읽는 것이다.
그런데 대충 읽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진짜 좋은 책이라면 최소 2번은 반복해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리고 중요한 내용은 별도로 메모할 필요도 있다. 한번 읽으면 정보가 되고 2번 읽으면 그 내용이 나의 지식으로 자산이 된다. 같은 책을 두 번 읽으면 첫 번째 읽을 때 몰랐던 내용이 샘솟듯 튀어나온다. 중요 내용을 메모해 정리해 놓으면 후배나 동료에게 잘 전달하는 자산전달의 메신저가 될 수 있다.
좋은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자산을 남에게 잘 증폭시킬 수 있어야 한다. 신문을 볼 때에도 단순한 정보(뉴스)를 넘어 우리 회사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자산이 된다. 기사를 읽고도 가십으로 넘기면 시간 낭비가 되고 반대로 기사의 맥을 잘 짚어 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 기사에 대한 전달(링크 보내기)을 통해 조직 내 지식의 보고로 거듭날 수 있다.
회사에서 일을 잘하겠다면서 무슨 배짱으로 책도 읽지 않느냐는 말을 강연에서 들은 적이 있다. 진짜 정신이 번쩍 나는 말이다. 회사 직원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분기별로 신청을 받아 필요한 책을 사서 배달해 준다. 사무실에도 크지는 않지만 책방을 만들었다. 모두가 휴게실에 간식만 채워 직원 만족 경영을 한다지만 수준 낮은 것이다.
독서경영이라는 이유로 책을 읽고, 그 소감과 직장에서의 적용을 강의한 바 있다. 놀라운 사실은 모든 책이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분노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그것을 그대로 직장생활 인간관계에 대입할 수 있었다. 분노 치유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을 구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책임은 잘 보이고 훈수도 잘 둔다. 아주 일반적인 이치다.
그런데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보다 냉철한 상황파악을 위해 잠시 운동을 하거나 음악을 들어보는 것을 권한다. 분노가 조금 누그러지고 상대보다 내 자신을 보다 많이 돌아보면 상황판단이 냉철해진다. 그곳에서 공감이 싹튼다. 이순신 장군이 모함을 당할 때에 일기를 쓰고 시를 짓고 음악을 들었으며, 씨름과 활쏘기라는 운동에도 몰두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최용민 | 전 WTC SEOUL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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