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 밥퍼. 다일공동체. 최일도. 푸미흥 유천냉면 사장님. 그리고 이중원.

이들의 공통점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에 자신의 삶의 상당 부분을 바친다는 것.

시중에서 구입하거나 잡지에 있는 호치민시 지도에는 나오지도 않는 변두리, 빈딴군 빈흥호아 거리 746번지. 호치민시 적십자 건물 뒤편이다. 택시는 두 말 할 것도 없고 세옴도 잘 보기 힘든 곳이다.

이곳에서 매주 화, 목, 토요일. 일주일에 세 번씩 인근의 가난한 사람들, 맹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한다. 변변한 건물도 없이 가정집 마당을 빌려서다. 골목에 늘어놓은 간이용 식탁에는 맹인들이 자녀들 손을 잡고 와서 이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까지 맹인인 경우가 많아 식판과 수저까지 손에 집어줘야 한다.

수돗가에서는 유천냉면 사장님이 식판을 씻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베트남 다일공동체 사무국장 이중원씨는 처음 온 자원봉사자들에게 배식하는 방법을 가르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다일공동체는 1989년 최일도 목사에 의해 ‘청량리 588’에서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 급식으로 시작되었다. 최 목사가 우연히 노숙자 노인 한 분에게 라면을 끓여준 게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최일도라는 이름보다는 밥퍼 목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은 사회복지법인 밥퍼와 다일평화인권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일공동체의 이중원 사무국장. 올해 나이 서른 넷. 작년 7월부터 베트남 다일공동체에서 일하고 있다. 외대 노문과 96학번. 물론 동문회는 한 번도 못나갔다. 탄탄한 직장을 나와 어렸을 때부터의 꿈인 봉사하는 삶을 포기할 수 없어 다일공동체에 지원하게 되었다고. 가을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 결혼식을 마치면 부부가 같이 베트남에 와서 봉사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 국장은 오전에는 ‘빵 퍼’를 한다고 한다. 뚜레쥬르. 푸미흥의 한국빵집과 아메리칸 도넛에서 후원을 받아 소아병동이나 고아원, 빈민촌에 급식을 하고 있다고. 이 국장은 앞으로는 주 6회 배식을 할 계획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