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
한국을 대표하는 행동하는 지식인, 살아있는 양심으로 통하는 교육학계의 거목 손봉호 교수가 사이공 연합교회 초청으로 지난 6월 27~30일 베트남 땅을 밟았다. 3박 4일간의 짧은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전쟁기념관과 그밖에 역사기념관들을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는 손 교수, 그는 금쪽같은 시간을 할애해 본지와의 인터뷰에도 흔쾌히 응해주었다. 손봉호 교수, 그는 일평생 철학자로, 교육자로, 시민운동가로, 기독교인으로 사회공헌활동에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샘물호스피스와 밀알학교, KBS 강태원복지재단,(사)푸른아시아 이사장, 나눔과기쁨, 서울문화포럼 상임대표, 고신대, 서울대 교수 등 숨가쁘게 넘어가는 그의 이력을 보면 ‘한 사람이 이 모든 일을 소화시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라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손 교수의 강점은 특히 윤리문제에 있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는 보수와 진보 모두로부터 각각 상대방 진영의 가장 신뢰할만한 사람 1위로 선정된 바 있으며, 한국사회에 윤리문제만 생기면 방송사들이 그에게 달려가 ‘한 말씀’을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언행이 일치’하는 ‘21세기 현대판 선비’다. 심지어 고교와 대학입시때 주일성수문제로 신검과 서울대 수험표 수령을 거부했던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당시 군대는 안가도 상관이 없었지만 자원입대, 당당하게 군복무를 마쳤다. 이런 그가 오늘 이곳 이역만리 베트남 땅에서 외치는 사회정의 (정직과 신뢰)는 남다른 힘이 있다. >> 성공의 문을 여는 골든키, 밀알복지재단과 샘물호스피스의 창설자인 손 교수는 스스로도 ‘정직과 투명성’을 생명처럼 여겨 이 두 가지를 직원들에게 항상 주지시켜왔다. 그 결과 그가 운영하는 재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복지관을 가진 단체이자, 전국 자자체가 추천하는 ‘가장 믿을만한 재단’이 되었다. 그는 정부에서 명령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설립당시인 16년 전부터 공인회계사를 고용하여 누가 언제 얼마를 기부했고, 그 돈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디에 쓰였는지 투명하게 기록, 보관해옴으로써 ‘이곳에 돈을 보내면 제대로 쓰인다’는 확실한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가장 소중한 유산, 무형자산 1호 수십년 전 장애인을 인간 이하로 취급할 때 이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최선봉에 섰던 손 교수, 그는 현재 정부에서조차 두손 두발 다든 에이즈 환자들을 위해 가장 위험하다는 치과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심지어 그와 함께하는 치과자원 봉사자 3인은 전부 주사바늘에 한 두 번씩 찔려 본 경험이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을 희생하는 삶이야말로 이 사회를 건전하게 만드는 가장 유용한 밑거름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 목청 높여 정의를 부르짖으라 “윤리의 실종, 불신팽배, 안티확산 등등 현재 한국교회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도덕성과 정직성 면에서 기독교는 천주교, 불교에 이어 꼴찌를 차지했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크리스챤들은 스스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이중인격자, 이기적인 인간을 양산하는 교회, 축복만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교회야말로 하나님 앞에 가장 먼저 회개해야한다. 무엇보다도 정의와 공평에 기초한 윤리의식을 회복하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없다.”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현 사회 속에서 ‘광야에서 외치는 자’가 되어 거리낌없이 목청을 높여 정의를 부르짖는 손 교수, 마지막 날 공항으로 떠나기 직전 필자의 손을 꼭 붙잡으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십시오, 이 두 가지야말로 인간의 최소한의 본분입니다” (전도서 12장 13절)라고 당부하던 노 신사의 충고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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