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사임의 이유를 묻자 이 이사장은 “딱 1년만 이사장직을 수행하겠다고 약속을 했다.”며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첫 번째라고 했다. 두 번째는 유능하고 능력 있는 이사가 새로 이사진에 포함된 때문이라고. 세 번째는 너무 바쁘다는 것. 우선 다음 달에 사이공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한국 유통산업전의 베트남 총대리를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대표를 맡고 있는 다른 단체의 일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지금이 물러나는 타이밍으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한국국제학교 초등학생 교실 건물 공사가 중단된 때문. 이를 둘러싸고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것도 모르는 바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재단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이유야 어디에 있든지 학교 증축 관계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못한데 대해 교민 여러분과 관계되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했다.
다행히도 이사장 권한대행으로 선임된 유명식 템스코 대표가 교민사회에서 알아주는 건설 전문가인데다가 한국국제학교와 교민사회에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어 ‘해피’한 마음으로 물러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국제학교 이사진 대부분이 바쁜 사람들이어서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하다. 더 한국국제학교에 애착이 있고 나의 일처럼 학교 일에 관심을 쏟을 수 있는 분들이 이사진에 포함되어야 한다.”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 국제 학교 유명식 이사장 요즘 교실 중축 중단 사건으로 인해 한창 교민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한국 국제학교, 지난 주에는 교민들과 영사관 그리고 학교 관계자들이 모여 교사 중축 중단 사고에 대한 문제로 대규모 토론회를 열었다. |
그 자리에는 새롭게 학교 이사장으로 취임한 유명식(남, 56세) 씨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모든 이들의 토론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었다. 새로운 학교 이사장에 대한 교민들과 학생, 학부모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유명식 이사장이 운영하는 TEMSCO E&C 사를 방문하여 그를 만났다. 서너 평 규모의 검소한 TEMSCO 사장실에서 만난 유 이사장은 별로 달가울 턱이 없는 기자를 따뜻한 미소로 반갑게 맞아 주었다.
교민들의 정성으로 세워지고 그들의 2세 교육을 담당하는 한국 국제학교의 이사장 직을 맡게 된 것은 저에게는 과분한 임무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어떤 직분에서도 찾을 수 없는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비록 부족한 점이 많지만 우리 자녀들을 이국의 땅에서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자랄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든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 최근 들어 학교가 시끄럽습니다. 특히 학생수가 증가하여 부족해진 교사를 마련하기 위해 교민들의 성금으로 교사 중축을 시작했지만 공사를 수주한 건설회사의 부도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져 많은 교민들이 우려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사태에 대하여 교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태 해결방안은 마련되었는지요? 먼저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하여 교민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난 주 이문제로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이 모여 대규모 토론을 가졌습니다. 그때 학교측의 입장과 대책을 설명해 드렸는데, 나름대로 교민들의 성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학교측에서 강구한 방안이 경제 불황의 여파로 교사 건축을 수주한 회사가 부도가 나는 불행한 사태로 번지는 바람에 차질을 빗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 이번에 정식으로 총 영사관으로부터 이사장을 포함하여 신임 이사가 임명장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번도 그런 행사를 거치지 않고 이사진이 구성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식 절차를 밟고 있는 듯 보입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이미 학교가 생긴 이래 5차례의 이사진이 구성되고 이사들이 선임되었지만 한번도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임명장을 직접 받는다는 여부가 업무 수행에 차이를 만들지는 않지만 그런 절차를 통해 자신이 맡은 역할이 나라가 인정하는 공식 직무라는 인식이 각인되면서 맡은 바 임무에 대한 각오가 새로워지는 계기는 마련되는 듯합니다. 또한 그 동안 문제가 생길 때 마다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이유로 업무수행의 결과를 어느 정도 양보하는 듯한 생각이나 태도를 보여왔는데 이런 절차를 거치면서 그런 소외된 사고를 불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려됩니다. 비록 작은 일이지만 공적인 업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그런 책임 의식을 통해 우리 교민사회도 점진적으로 모양새를 갖추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학교 이사장이나 이사 등 학교 관련자들이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이유로 그에 따른 책임을 면하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 이사장으로 취임 후 이제 기본적인 업무 파악은 되셨으리라 믿는데 지금 학교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말씀을 듣겠습니다. 먼저 당면한 과제는 앞에서 언급한 교사 중축 건이 있습니다. 말씀 드린 대로 확실하게 조치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 중축자금은 교민들 모두 합심하여 십시일반으로 마련된 자금인데 일부, 모금 내역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있어 모금 내역을 홈페이지에 정식으로 공고를 했습니다. 혹시 의문이 계신 분들은 정식으로 학교 행정실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착오가 있다면 성금을 모으는 루트가 다원화되어 각 조직 상호간의 업무 부조화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 푼이라도 교민들의 성금이 다른 것으로 흐르지 않도록 확실하게 챙겨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개인이나 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성금은 입금된 금액에 한하여 투명하게 공고하여 기금을 낸다고 발표만 하고 정작 돈이 들어오지 않는 부조리한 경우가 발생되지 않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자금을 지원하는 쪽에서는 반드시 영수증을 받아가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다음 과제는 교육 환경적인 문제인데 최근 학교가 있는 푸미흥에 학부모들이 이사하기를 꺼린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푸미흥에 학생들이 많다 보니 일부 학생들의 일탈된 모습이 자주 드러나면서 학부모들이 그런 우려를 하는 듯합니다. 사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그런 장면들을 자주 봐왔습니다. 이는 학교가 학교 생활 외의 생활지도에 관심을 두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육이란 상급학교를 진학하기 위한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특히 이렇게 사회 교육이 부족한 특수한 이민사회에서는 방과후 생활지도가 학생들의 인성을 좌우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 동안 학교가 그런 면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방과후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구체적인 방안은 학교장과 상의하여 마련하겠지만 지도교사들을 책임제로 방과후 각 지역을 순회 지도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생각입니다. 세 번째로는 경제적으로 충분치 못한 불우학생들을 위한 지원대책입니다. 현재 약 13%의 학생이 학비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를 확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사정이 아닌 다른 이유로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고받았는데 학생 개개인의 사정을 면밀히 검토하여 학교에서 지원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학생들만을 선정하여 장학금을 확대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네 번째로 교민들과의 유기적인 관계 설정입니다. 한국학교는 교민들의 성금으로 세워진 학교입니다. 베트남 교민사회의 자랑이자 지울 수 없는 공적입니다. 그러나 정작 많은 교민들이 학교로부터 새어 나오는 이런 저런 잡음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상황인데, 자녀 교육이란 농사와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비가 온다고 농사를 짓고 안 온다고 포기할 일이 아닙니다. 교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엄격한 질책만이 학생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따라서 이 학교를 명문학교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학교 행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교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수시로 제공할 것이고 학부모님들과 함께 교민들을 포함하는 각종 행사를 자주 마련하여 교민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학교 홍보문제입니다. 한국학교가 자랑스럽게도 교민들의 성금으로 지어져 이제 국제학교로 승격되고 학생수도 무려 1000명이 넘는 대규모학당인데 홍보가 미흡하여 이 자랑스러운 학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전담 홍보팀을 두어 학교의 소식과 행사 그리고 상급학교 진학 내역 등을 제대로 알려 명실 공이 명문학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이런 홍보를 통해 대외적으로 명문학교라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 학생들 자신들도 자부심을 갖고 더욱 학업에 열중할 것이고, 교사들 역시 그저 한시적으로 수행하는 이국에서의 교직생활이라는 수동적인 사고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교육에 매진하며 이 학교에 근무하였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전통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런 홍보에는 교민사회의 구심점 노릇을 하는 씬 짜오 베트남과 같은 각 교민 매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 사실 당연하지만 지금까지 소홀하게 넘겼던 부분을 잘 짚어 주신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일부 학교 관계자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의식이 낮은 것 같아 안타까운 느낌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물론 자신들의 직업이 따로 있고 무보수로 봉사하는 일이라 대 놓고 탓하기 힘든 실정이긴 하지만 그런 이유가 부족한 업무를 묵인하는 풍조가 있는 듯하여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이사장을 비롯하여 이사진들이 그 자리가 주는 명예에 안주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2세들의 교육을 관장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우수한 교사들을 영입하는 일 역시 이사장이 추구하는 명문학교의 위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 생각되는데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 까요? 무보수 봉사직이지만 책임 의식을 갖고 매진하는 자세가 모든 관계자들에게 필요한데 그 동안 그런 환경조성을 위한 노력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이사진을 선출 할 때부터 개인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봉사하고자 하는 열의를 가진 분들만을 모시고자 합니다. 그리고 학교의 이사라는 직책에 자부심과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이사진을 중심으로 한 워크샵을 열고자 합니다. 교육에 오래 몸담고 있든 저명인사들을 초빙하여 강의를 듣고 스스로의 일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열의를 갖고 자신의 역할을 극대화시킬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우수 교사 영입을 위해 한국의 교육부와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자 합니다. 비록 우리 학교가 이국에 있지만 한국을 빛낼 인재를 양성하는 주요한 교육기관으로 인식시켜 양질의 교사들을 파견할 수 있도록 교육부 관계자들을 자주 만나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이곳에서 저희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일단 교육적으로 충분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입장입니다. 교육이라는 것이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데 말과 글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이국의 환경으로 인해 충분한 교육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점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런 반면에 학생 여러분은 또한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이국의 문화를 경험하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과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겸손과 포용을 몸으로 익히는 산 교육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모든 돈으로 살수 없는 귀한 경험들입니다. 이런 환경을 통해 배우고 익힌 지식과 다양한 경험이 여러분이 사회에서 활동하는데 귀한 자산으로 활용될 것을 믿습니다. 또한 이런 이국의 환경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새로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여러분 개개인의 행동과 말이 바로 한국인을 대표하는 행위가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부끄럽지 않은 행동으로 우리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 세우는데 일조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말씀하신 모든 일들이 순리대로 잘 풀려나가 한국 국제학교가 한국을 빛내는 자랑스런 한국인을 양성하는 귀한 교육기관으로 우뚝 서기를 기원합니다. 유명식 이사장은 경남 남해 출신으로 해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으로 근무하다 대위로 예편한 후 (주)한진에서 선장을 거친 후 베트남에서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릴리마 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TEMSCO E&C 사를 운영하고 있다. 교민사회에서는 건설 협의회 회장과 코참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열성적인 활동을 통해 이미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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