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민은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여 국가와 개인의 최고 가치인 독립과 자유를 국가 이념으로 설정한 품위 있는 국민입니다. 겸허한 자세로 베트남 사람들의 실체를 인식하고 한데 어우러져서 형제처럼 지낼 때 여러분의 베트남 생활은 더욱 윤택해 질 것입니다…”
문: 새해에 교민들에게 덕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답: 흑룡의 새해를 맞아 동포 여러분 만복을 받으시고 일마다 뜻과 같기를 기원합니다.
베트남은 관계를 잘 가꾸어 나가야 할 이웃입니다
문: 대사님은 공직에서 은퇴한 후 남다르게 베트남대학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데 그 이유를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동기는 무엇입니까.
유 전대사: 대사들이 은퇴 한 후에 제일 많이 하는 일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것입니다. 나도 국내 대학에서 3년 간 강의를 하면서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보람 있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베트남에 근무하는 동안 베트남은 우리가 관계를 잘 가꾸어 나가야 할 이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기왕이면 한․베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베트남 인재를 양성하는데 기여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고 보람도 크겠다는 생각이 들어 베트남 대학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문: 베트남은 관계를 잘 가꾸어 나가야 할 이웃이라고 말하셨는데 왜 그런지 좀 더 설명해 주십시오.
유 전대사: 중요한 몇 가지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한국과 베트남은 비슷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점이고, 둘째는 지정학적인 관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셋째는 양국은 상호 보완적인 경제 조건이 있다는 점입니다. 베트남은 우리에게 필요한 농업 생산 조건을 갖고 있고, 석유를 비롯한 자원도 갖고 있습니다. 넷째는 베트남 국민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베트남이 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아무런 조건 없이 수교하여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외교적인 큰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쉽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된 것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베트남은 1992년에 한국과 수교할 당시 과거를 딛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참전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정부는 참전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거나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베트남도 이를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달랏대학교 한국학과는 전원 취업하는 인기학과지요
문: 대사님이 가르치고 있는 달랏대학교 한국학과를 소개 해 주세요.
유 전대사: 달랏대학교는 본교 재학생만 1만 3000여 명에 달하는 공립대학교입니다. 단과대학이 없고 17개 학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국학과가 속해 있는 동방학부(Faculty of Oiiental Studies)에는 베트남학과와 일본학과가 있습니다. 한국학과는 약 300명의 재학생을 가르치는데 교육내용이 충실하고 졸업생은 거의 전원이 취업하기 때문에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달랏대학교는 학부 별로 신입생을 선발하여 학과를 배정하는데 직전에 실시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는 학부장이 한국학과에만 지원자가 몰릴 염려가 있으니 학과 소개를 가급적 간단하게 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입니다.
문: 달랏은 한적한 도시로 세계의 큰 도시에서 주로 생활한 대사님에게는 좀 무료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유 전대사: 나는 대학교에 입학 한 이후 거의 반세기 동안 서울을 비롯하여 워싱턴,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방콕 등 큰 도시에서만 살아왔습니다. 큰 도시에서 생활하면 편리하고 문화적 활동을 할 기회가 많아 활기찬 것은 사실이지만 대신 자연을 가깝게 하면서 자신을 성찰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늘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농촌 출신이기 때문에 갖는 일종의 향수인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면에서 달랏은 내가 지내기에 아주 적절한 곳입니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가르칩니다
문: 하루 일과를 소개해 주시지요.
유 전대사: 대부분의 시간을 강의 준비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외국학생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강의 시간보다 몇 배가 긴 시간을 준비하고 연구해야합니다. 남는 시간에는 읽고 싶어 했던 책을 읽습니다. 숙소 주변의 산책로를 걷기도 하고 근처의 아름다운 산에 오르기도 하고 높이 2169m의 랑비앙산을 등산하면서 심심의 건강을 다지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지와 어울리지 못하는 대신에 나만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어 무료할 틈이 없습니다.
문: 대사님의 이런 생활을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유 전대사: 내 처의 생각이 제일 중요한데 그 동안 공직에 매어 자유롭지 못하게 지냈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해 보라고 이해하는 입장입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직 대학에 다니는 막내아들인데 다행히 제 앞가림을 잘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수시 연락하고 있으며 일 년에 한 번씩 내가 귀국하고 내 처가 달랏을 방문합니다.
문: 앞날의 계획을 알려 주십시오.
유 전대사: 한 가지 후회되는 것이 있습니다. 베트남에 다시 온지 2년 반이 되었고 매일 베트남 사람들과 생활하면서도 아직 베트남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합니다. 새해부터는 베트남어를 열심히 공부하여 학생들 지도하는 효과도 높이고 베트남 사람들과 친목을 다져갈 생각입니다.
한국과의 축구시합에 베트남을 응원하는 마음가짐 가지세요
문: 베트남 동포사회에 당부하실 사항이 있으면 말해 주십시오.
유 전대사: 베트남에 거주하시는 우리 동포들은 하루 빨리 베트남 주류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조국에 대한 관심이야 없을 수 없겠지만 지나치게 모국 지향적이 되는 것은 베트남에서 여러분이 생활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국익에 도움이 안 됩니다. 한국과 베트남이 축구 시합을 한다고 하면 베트남을 응원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록 베트남이 현재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뒤 떨어져 있습니다만 단시간에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 이외의 분야에서는 우리가 베트남에 대하여 우월감을 가질 근거가 없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자력으로 독립과 통일을 이룩하였으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 중 러시아를 제외한 4대 강국과 싸워서 이긴 위대한 국민입니다.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여 국가와 개인의 최고 가치인 독립과 자유를 국가 이념으로 설정한 품위 있는 국민입니다. 겸허한 자세로 베트남 사람들의 실체를 인식하고 한데 어우러져서 형제처럼 지낼 때 여러분의 베트남 생활은 더욱 윤택해 지고 양국 간의 우호관계는 증진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베트남 말을 배우고 베트남 문화를 익히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유태현 대사 약력]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졸업
미국 프레쳐 국제 대학원 석사
제7회 외무고시 합격
외무부 의전과장, 총무과장, 재외국민영사국장 역임
대통령 의전 비서관
주미대사관 참사관
주유엔대표부 공사
주태국대사관 공사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
주 베트남 대사
유태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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