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9호에서 소개한 TSC (대한-사콤 합작전선회사) 하성임 대표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읽고 요사이 TSC에 대한 기업소개와 경영 노하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호에는 특별히 하 대표가 진두지휘하는 대한전선 베트남 법인 TSC사를 집중 취재하여 소개하기로 한다. 이번 기회에 아이템, 경영능력, 그리고 자본 삼 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모범기업의 제대로 된 경영 노하우를 들어보기로 하자.
TSC (대한-사콤 합작전선회사) 사는 지난 2005년 11월 베트남 최대 통신 케이블 회사인 사콤 (SACOM)과 합작투자계약을 체결 (자본금 2,800만 달러 규모로 대한전선과 사콤이 각각 70%, 30%의 지분으로 경영참여)하고 2006년 3월 호치민 인근 동나이 롱탄 산업공단, 총 4만3000평 부지 (약 15핵타)에 공장을 착공한 이후 1년 3개월만인 지난 2007년 7월 16일 완공, 통신은 물론 전력, 소재 공장까지 완공함에 따라 베트남 최초의 종합 전력·통신케이블 회사가 업체가 되었다.
당시 TSC 사 법인장인 하성임 대표는, “최근 M-TEC을 통해 남아공에서 해외 최대 규모의 전력케이블을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중동, 호주, 미국 등 해외 시장에 대해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발 맞춰 동남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으로 TSC를 설립했다. 앞으로 TSC는 통신케이블과 전력케이블, 전선소재에 이르는 각종 케이블을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 집중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제 2의 중국으로 부상, 전력 수요가 앞으로 최소 20 년 이상 연평균 10%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신흥 수요국 베트남에 초고압 케이블과 OPGW (광복합가공지선), 광케이블 제품 생산이 가능토록 대폭적인 시설투자를 단행해 베트남 최고의 전선업체로 성장시켜 2010년에 매출액 1억 달러 이상을 달성하고, 동남아 지역까지 장악해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TSC 사는 당시의 공언대로 지난 해 하반기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가 초고압 수가교 폴리에틸렌(XLPE) 케이블과 송전용 알루미늄 연선(ACSR)을 포함한 전력용 전선과 광케이블, 구리 통신 케이블, 광복합 가공지선(OPGW) 등 다양한 전선제품을 생산해 지금까지 베트남 현지시장에 집중 공급하고 있다.
:: 명불허전 !
지난 4월 4일 금요일 오전 10시경, TSC사 측과 미리 약속한 대로 TSC 본사 (딘빈푸 63번지 ACB 은행 건물 7층)를 방문, 하 법인장과 함께 동나이 롱탄 지역에 위치한 TSC 생산 공장으로 출발했다. 주말 아침, 장거리 취재, 그것도 기업탐방에 대한 장장 네 페이지 짜리 기사를 써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제목은 뭘로 정하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이 기업에 대한 스토리를 전개해야 할지를 고민하다보니 어느새 TSC 현지 공장에 당도해 있었다. (소요시간 약 1시간 10분 정도) 얼떨결에 눈을 떠 보니 현관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하던 경비원이 우리를 향해 기립자세로 엄숙한 경례. ‘오호, 이 공장, 군기 하나는 제대로 잡혔네!’
거대한 공장 전경, 깔끔하게 설계된 사무실 빌딩과 질서정하게 배치된 4동의 대형 생산공장들 (통신 케이블 공산, 전력케이블 공장, 연수실 등) 특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멋진 주변 조경시설 등 말로만 듣던 TSC 현지공장은 사진이나 조감도에서 본 것과는 느낌이 확연하게 틀렸다. 이곳 김종신 공장장의 설명에 의하면 TSC 사는 현지 TV 방송에서 ‘현지 모범 투자기업’으로 10번 이상 취재해갔을 정도로 대단히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가장 규모가 큰 종합 전선회사라는 사실 외에 이 근처 여느 외국계 공장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조경시설을 비롯한 모든 주변 환경이 대단히 잘 꾸며져 있기 때문. (총 12 핵타, 가로 길이 720m) 롱탄 지역의 여느 멋진 골프장을 연상케 하는 시원스런 녹색잔디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적절히 배치된 각종 열대 희귀 야자수들, 여느 공장들처럼 귀가 찢어질 정도로 소음 공해도 없고 주변 환경도 이정도로 산뜻하니 직원들에게는 일할 맛 나는 최상의 환경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투자 시기가 유효적절했다. 요사이 자재비, 인건비 등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아마 지금 이정도로 지으려면 최소한 2배 이상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하하” (하성임 법인장)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베트남 기업계에서 TSC 사에 대한 신선한 소문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외관만큼 TSC가 내실이 있는 기업일까.
:: 정말 일할 맛 나는 군!
“TSC 사의 4대 모토는 정직, 개선, 기본 충실, 베트남 사회 기여다. 우리 기업은 일을 잘하고 부정직한 직원보다는 일을 좀 못해도 성실하고 정직한 직원을 선호한다. 도적질은 무조건 퇴사,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 흡연, 지각, 무단결근 등 3회 이상 경고 시 퇴출이다. 특히 마지막 항목, 사회기여 부분은, 합작사인 사콤과 협력하여 안구 수술, 장학사업 등 다각적으로 봉사활동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곳에 투자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만큼 베트남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 (김종신 공장장)
공장장의 설명을 들으며 현장 안으로 발걸음을 서서히 옮겼다. TSC의 한국 직원은 법인장, 공장장, 경리 등 단 세명, 공장 내부에는 총 250명의 직원들이 3교대로 근무한다. 주간 근무자는 약 80여명 정도. 공장이 워낙 넓다 보니 가물에 콩 나듯 가끔 눈에 띠는 듯하다. 이 정도 인원으로 공장이 돌아가는지, 그리고 직원 선발, 교육, 복지후생 문제 등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 일은 기계가 80% 이상 커버하기 때문에 여느 일반 공장처럼 특별히 많은 인원이 필요 없다. 이 정도 인원이면 연간 3천억 원치 이상도 생산할 수 있다. 직원들은 물론 전문대졸, 전기과 출신으로 최소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정예요원들이다. (급여는 일반 기업의 두 배 이상) 직원 충원은 단계적으로 조금씩 동나이, 호찌민, 빈증 지역의 전문대로 직접 찾아가 시험을 뽑아 선별,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교육을 시킨 후 현장에 투입한다. 참고로 우리 회사에서는 절대로 통역을 쓰지 않는 것이 방침이다. (현장직원들은 전부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함) 경험상 통역자를 쓰면 정보가 왜곡되는 등 부작용이 많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수한 요원은 한국에 연수를 보내 주기도 한다. 게다가 주간 근무자들의 경우 오전 7시 30분에 출근 오후 4시면 칼 퇴근이다. (통행버스 4대 운행, 라카, 욕실, 현장 실습실 등 완비), 지금까지 그 흔한 파업 한번 일어난 적이 없으니 이만하면 일할 맛 나는 괜찮은 근무조건 아닌가. 처음엔 본사에서도 공장 짓고 3년 적자를 예상 했지만 공장 가동 후 단 1년 만에 건물, 기계비 등 원금을 거의 회수할 수 있었다.” (김종신 공장장)
::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아무리 경영수완이 좋다고 해도 그렇지 이정도로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다면 뭔가 또 다른 특별한 성공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외의 특별한 비결이라면 ‘정말 괜찮은 파트너’와 손잡았다는 점일 것이다. 공장 설립을 결심하기 전 이미 4년 전부터 충분히 사전조사와 함께 우리 기업의 업무와 잘 맞는 적절한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 다녔다. 당시 우리가 원하는 조건은 일명 ‘현금 대 현금 박치기’ ! 당시 외국 투자기업들이 합자기업을 추진할 때 보통 투자자는 자본을, 베트남 기업은 돈이 없기 때문에 땅을 대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하자를 할 경우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십상이고 심지어 땅을 댄 쪽에서는 빨리 문을 닫기를 내심 바라는 겨우도 있기 때문에 십중팔구 손해를 보는 쪽은 현금을 댄 파트너였다. 그래서 양쪽이 모두 자금을 투자한다면 서로 간에 이해관계, 즉 양쪽 다 빠른 시일 내에 물건을 생산하여 적절한 수익을 내야 한다는 절박감, 망하면 다 함께 망한다는 위기감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대한전선측이 2천만불, 사콤 측이 8백만불을 투자) 사실 당시에는 적절한 파트너가 나타나지 않아 거의 포기 상태였는데 어쩐 일인지 갑자기 행운이 찾아와 사콤 측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적절한 파트너가 나타나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낫다, 서두르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는 판단 하에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게 주효했다. 당시 단독으로 법인을 세우기에는 내수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부담도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후 건설자재, 물건하나, 기계 하나를 구입할 때도 현지 시세를 잘 아는 사콤 측 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적절한 가격에 물품을 구입할 수 있었으며, 사콤 측을 통해 정부 측에 관수품을 공급하는데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왔다. 특히 사콤 측 경영가는 편법이나 뇌물이라면 질색을 할 정도로 마인드가 제대로 된 사람이었다. ” (하성임 법인장)
:: 김종신 공장장(사진 왼쪽)
:: 남 보다 한 걸음 더. . .
TSC가 베트남에 일찌감치 뿌리를 내리게 된 이유도 분명했다.
“개발도상국이라 할 수 있는 베트남은 기초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금부터 최소한 30년은 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마련이다. 특히 지금처럼 지상 곳곳에 어지럽게 설치된 지상선들도 도시미관상 조만간 지하로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하배선용 최고급 전선들도 무진장으로 공급될 것이 확실하다. 사실상 돈이 되는 것은 안전한 초고압에도 견딜 수 있는 고압선이나 완벽한 절연기술이 필수인 지하배선용 전선들이다.” (하성임 법인장)
당일 공장 전체를 일일이 돌며 원료가 되는 동이 LME (런던 머티리얼 시장)에서 kg당 얼마에 팔리고, 동이 처음에 어떻게 생산되어 여러 가닥으로 꼬이고, 다시 그 위에 절연제를 입고 탄생되는지 등 전선이 생산되는 흥미로운 전 과정과 500kV급 XLPE 초고압케이블, 초내열 저이도 전선(STACIR), VAD공법의 광섬유 등 생산제품 등을 둘러보았지만 오히려 비 오듯 땀이 쏟아지는 무더위 속에서도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수 시간을 일일이 함께 다니며 자세히 설명해주는 법인장과 공장장의 열성적인 모습이 더더욱 인상적이었다.
오전 10시에 출발, 마침내 오후 4시 가까이 되어서야 취재가 끝났다. 최전선 야전사령관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하성임 법인장, 매사에 유디티 장교처럼 화끈하고 똑 부러진 김종신 공장장, 이 두 인물은 과연 외모만큼 가치관이나 경영철학이 확실한 사람들이다. 특히 하 법인장은 대기업 법인장이라면 누구나 3 - 4천불 짜리 임대아파트에 사는 것을 당연시 하는 요즘 방탄 박 지역 몇백 불짜리 로칼 아파트에 가정부도 없이 혼자서 지내는 검약의 표본이라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분간 베트남 시장 공략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이미 베트남 시장 장악을 위해 엘지, 일진, 등이 진출해 있지만 세계초일류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고 본다. 20만 볼트 초고압에 견디려면 전선을 어느 정도의 두께로 몇 가닥으로 꼬아야 하는지, 절연제는 무엇을 써야 하는지 필요한 기계를 어떻게 유효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는지 등등 최적화 작업에 필요한 수많은 기술과 데이터베이스를 이미 완벽하게 구축해놓은 세계 초일류 기술업체인 대한 전선의 기술력과 맞설 상대는 몇 되지 않는다.” (김종신 공장장)
‘선 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피상적인 수박 겉핥기 식 지식으로는 생사가 오가는 베트남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100전 백패하거나 낙오되기 십상이다. 베트남을 만만히 보고 섣불리 투자했다가 빈털터리로 돌아가는 어설픈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상황에서 24만 볼트의 초고압에서도 견딜 수 있는 완벽한 TSC 사의 절연피복전선 만큼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이런 ‘제대로 된 사업가’의 경영 노하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유익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부디 TSC 사가 꿈꾸는 대로 조만간 이 기업이 명실상부한 ‘베트남 최대의 종합전선회사’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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