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무역사기

kimswed 2018.08.11 06:27 조회 수 : 291

명회사 에이전트 자처하며 위조·도용한 수입자 직인 사용해 계약
보세창고에 금 보관하고 있다는 증명서를 믿었는데 알고 보니 가짜
온라인에서만 접촉한 업체의 인허가 취득 수수료 요구에 속아 송금

 

무역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뻔한 수법임에도 ‘당하는’ 사례가 많다. 최근에도 수입자의 대리권을 앞세운 사기꾼이 수입자 명의를 도용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물품을 수령한 후 잠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금 거래를 앞세워 통관 등 부대비용을 송금해 달라거나 온라인 거래제의를 하면서 현지 인허가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내달라는 사기도 여전하다. 무역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밖에 없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선적 45일 후 대금 결제인데 수출품은 이미 사라져 = 케미컬 제품을 수출하는 H무역은 수입자(End-user)의 대리권을 부여 받은 적이 없는 우간다 업체가 대리권이 있는 것으로 행세하며 계약을 체결하고 수출물품을 수령하는 바람에 16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이 회사는 또 자사가 실어 보낸 15만 달러 상당의 제품이 8월 12일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항에 도착할 예정인데 사기를 저지른 이들이 이 상품을 수령하려고 하는 상황에 처했다. H무역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무역 사기꾼들은 이미 OBL(선사가 발행하는 선하증권. 유가증권으로서 이를 제출하고 화물을 수령할 수 있다)을 가지고 있으므로 물건이 포트에 도착하면 즉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유명회사의 에이전트임을 자처하고 회사의 신용정보를 주며, K-SURE의 신용한도를 받아 진행하게 했다. 그리고 선적 45일 후 대금을 결제하는 조건을 이용해 결제일 이전에 물품을 수령해 사라졌다.

 

H무역은 계약서에서 사기꾼들이 도용, 위조한 수입자의 직인 및 서명을 받았기 때문에 사기라는 점을 알아채지 못했으며 이들이 알려준 주소로 물품과 선적서류 원본을 발송한 것이다.


H무역은 무역사기임을 인지한 후 선사인 에버그린에 화물이 무역사기로 진행된 건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OBL이 발행돼 현지에서 수화인이 이를 제출하고 부대비용을 내기만 하면 화물을 수령할 수 있으며 선사에서는 이를 잡아둘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 보관증 보여주며 통관서류 비용 요구 = 올해 초 국내기업 K사는 자신을 현지 금 수출 라이선스를 가진 가나의 수출업자라고 소개한 A로부터 금 약 800kg을 거래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A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가나 보세창고에 금이 보관돼 있다는 보관증 사본을 K사에 전달하면서 통관 등의 서류작업을 위한 비용을 요구했다.


K사는 그가 요구하는 서류작업 비용, 관세사 및 통관 수수료 등 수출에 필요한 비용 수천 달러를 송금했지만 금 수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A가 더 많은 돈을 요구하자 K사는 금 진위여부를 KOTRA 아크라 무역관에 문의했다. 무역관 확인결과, 금이 실재한다는 근거인 가나 보세창고 보관증(Customs Excise Detention Receipt)은 허위 문서로 밝혀졌다.


가나에서 무역 사기꾼이 이용하는 사기 품목은 그 종류가 다양하며 금, 코코아 관련 사기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KOTRA 아크라 무역관 조사에 의하면 금 관련 사기가 전체 무역사기 시도 중 70% 정도를 차지한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온라인에서 알게 된 업체의 인허가 수수료 요구 = 온라인을 통한 무역사기도 빈번하다. 국내 B사는 온라인 B2B 사이트를 통해 터키 업체와 접촉했다. 터키 업체는 폐배터리 견적 가격의 협의를 완료한 후 터키 환경청(EPA) 허가 취득을 위한 수수료의 50%인 875달러를 송금할 것을 요구했다.

 

양 업체 간 대면접촉이 없었기에 거래담보금 형식으로 수수료 50%를 요구한 것이다. B사는 기본정보를 확인한 후 거래진행을 위해 수수료를 송금했다.


터키 업체는 대금을 수취하면 환경청 허가가 바로 나올 것처럼 얘기했으나 이후 “환경청 내부절차로 인해 허가가 지연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환경청 허가를 위해서는 선금 30%를 수취한 증빙자료 제출이 필요하다”고 선금 송금을 요청해왔다.


B사는 터키 업체 측의 지속적인 말 바꾸기가 미심쩍어 송금을 거절하고 KOTRA·대사관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무역사기로 드러났다.


●메일만으로 교신할 때 특히 주의해야 = 무역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통적인 수법이 반복되기도 하며 교묘하게 진화된 수법이 선보이기도 한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수출업체들이 무역사기에 당했고, 오늘 또 위험에 노출돼 있다.


무역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수출업체는 대면상담을 진행하지 않은 업체와 거래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구글 등 해외 포털사이트에 주소, 전화번호 등만 검색해도 간단히 업체정보 파악이 가능하므로 불가피하게 이메일만으로 거래를 추진할 시에는 업체정보의 허위 여부를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지속적인 메일 교신 시 바이어 측이 자사의 제품에 어떠한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이어가 제품에 대한 상세한 문의를 기피한다면 반드시 사기를 주의해야 한다.

 

또한 해외 거래를 할 때 유선연락은 필수다. 실제로 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은 국내 수출업체들로부터 바이어 진성 여부 확인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는데, 이메일에 기재된 전화로 연락을 취했을 때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고 밝혔다. 메일 서명에 이름, 직책, 회사명, 주소, 연락처 등 세부 정보가 기재돼 있지 않을 경우에도 유선 연락해 확인 작업을 거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말을 바꾸는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의심이 들면 KOTRA 무역관 등에 현지 접촉 및 확인을 요청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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