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직접수출을 하는 A사는 통관을 위해 베이징 공항 해관에 신고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통관 이후 상하이 조세징수센터로부터 추가로 서류를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게 됐다. A사는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원래대로라면 중국의 각 해관은 담당 지역별로 업무가 독립돼 있을 터였다. 그러나 2017년 하반기부터 중국이 통관일체화를 시작한 이후 모든 해관에서 동일한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 상하이 조세징수센터의 경우 항공화물을 담당하고 있기에 베이징 공항 해관의 서류를 처리하고 있다.
추가 서류 제출 요청을 받았다면, 상하이 조세징수센터와 신속하게 연락을 취해 구체적인 요구에 따라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베이징 공항 해관의 협조가 필요할 경우, 상하이 조세징수센터에서 직접 지시가 이뤄질 것이다. 어느 쪽이든 기업은 요청받은 당국의 지시에 따라 관련 추가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큰 변화가 있기에 ‘개혁’이라는 말을 쓸 수밖에 없었다.”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의 ‘중국 수입 통관제도 및 온라인을 통한 내수시장 진출 설명회’에서 중국의 통관일체화 개혁에 대해 나온 말이다. 이날 강단에 나선 강승익 중국신화국제물류유한공사 대표는 중국의 통관일체화에 대해 설명하고 우리기업에 대한 시사점과 전망을 밝혔다.
강 대표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통관일체화 제도로 통관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는 등 우리 수출기업들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사후심사와 신용관리는 더욱 강화되면서 주의가 요구된다.
중국은 2017년 7월부터 관할 해관마다 달랐던 통관제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꾸리고 ‘선(先)통관 후(後)심사’ 방식으로 신고자가 원하는 세관에서 통관을 처리할 수 있게 했다.
강 대표는 “중국의 해관별로 다른 규정과 절차, 비용 등으로 발생했던 어려움이 해소되었다”면서도, “통관 절차가 기업의 자진신고 및 자진 납세로 변경되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과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해관의 ‘하이리스크 등급’에 추가되어 중국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속통관 대신 사후관리 강화 = 정부의 통관일체화 통고에 따라 중국 해관총서는 전국 해관에 리스크예방센터와 조세징수센터를 설립했다. 그리고 기업이 1회의 자진신고 및 납세를 통해 통관을 진행하되 사후심사를 강화해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세를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개혁 전에는 각 해관마다 다른 기존 통관 규범대로 수입신고, 서류심사, 현장검사, 세금징수, 통관 완료 등이 집행돼왔다. 그러나 개혁 후에는 기업이 직접 EDI센터에 전산입력을 통해 신고해 관세를 내고 통관현장에서 리스크통제 검사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임의로 통관을 진행하거나 원하는 신고항구를 선택할 수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입신고서류 심사는 통관이 완료된 뒤 사후관리 과정으로 편입된다. 전반적으로 신속통관을 지향하는 대신, 그만큼 사후심사가 강화된 모양새다.
강 대표는 “이 제도의 핵심은 리스크예방센터와 조세징수센터의 2개 센터와 통관관리방식, 조세징수관리방식, 협업감독관리제도 등 3개 제도 개혁”이라고 말했다. 두 센터는 각각 사전·사후 통관관리의 컨트롤타워가 되며, 3개 제도는 강화된 사후심사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상하이, 칭다오, 황푸(광저우)의 해관총서 리스크예방센터는 각각 항공화물, 해운화물, 육상운송화물의 국경 리스크예방 관리업무를 진행한다. 리스크가 있는 것을 골라내 안전한 통관을 진행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에 들어오는 수입품의 금지규정 및 저작권 위반 여부와 안전사항 등을 분석한다.
조세징수관리센터는 상하이, 광저우, 북경 및 톈진지역에서 전국의 통관 화물을 처리한다. 상하이에서는 가전류, 광저우에서는 화공류, 베이징 톈진에서는 농식품, 약품, 잡제품, 방직류, 항공기 등의 품목과 업종별 구분을 담당한다. 세금 신고 관련 요소의 정확성 검증과 심사를 위해 정보의 광범위한 수집과 정보통합이 이뤄진다. 후속검사 지시도 이곳에서 내려진다.
◇해관의 기업 신용관리에 유의해야 = 해관 통관일체화제도 시행 후 기업은 자신이 원하는 세관에서 신고, 납세 등 수속을 처리하고 자율적인 신고와 절차 간편화, 원활한 통관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록 이처럼 절차가 간소화되고 규범화되었으나, 사후에 3개의 조세징수센터가 사후심사를 통해 기업신용도를 관리한다는 점이 우리 수출기업에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중국 해관에서는 수출입 통관을 하는 모든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등급관리를 하고 있다. 불성실기업으로 분류되면 검사율이 확대되고 수출입서류와 가공무역 등이 집중적으로 심사될 수 있다.
반면 종합인증우수업체 상호인정약정(AEO MRA) 등 인증을 받은 고급(AA, A등급)기업은 수속 우선처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반인증기업도 수출입화물 검사율이 낮아지거나 서류심사가 간소화된다.
그밖에도 강 대표는 통관일체화로 인해 사후심사가 강화되는 만큼 대중국 수출기업들이 관세업무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제는 기업에서 입력한 금액 그대로 세금이 나온다”며 “사후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심사”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여러 법인이 있는데 같은 제품을 보낼 때, 그전에는 관세율을 낮게 내기 위해 ‘언더밸류’를 했다”며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 그런 것들은 1~2년 안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동일한 아이템을 보내도 중국 각 법인에 들어가는 물자의 넘버와 가격이 다르다면 리스크가 될 것”이라며 “그전에는 통관 끝나면 큰 문제가 없었으나 지금은 사후관리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지금껏 통관 시에 통했던 ‘꼼수’가 앞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을 시사하는 말이다.
◇더욱 투명하고 간편한 통관 기대 = 강 대표는 “모르고 피해를 입는 경우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미리 알고 대비한다면 통관일체화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규범을 잘 지킨다면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통관일체화를 통해 더욱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중국에서는 통관 시 사전심사가 강한 편이었다. 강 대표는 “심사관이 제품을 모르면 검사가 더뎠다”며 사후심사가 기업에 있어 더 신속한 통관이 가능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통관일체화가 시행된 뒤 “화물검사는 전체의 15%가 안 된다”며 거의 검사가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신고하고 곧바로 세금을 내면 통관이 완료된다는 것이다.
하루나 이틀, 빠르면 1~2시간에도 대중국 수출 통관이 완료될 수 있다. 관할지 소속 세관의 신고 제한이 없어짐으로써 수출기업은 원하는 세관에서 언제든 한 번만 신고해도 상관없게 됐다. 덕분에 수입통관 절차가 간소화되고 효율화돼, 보세운송비용 등 통관비용은 물론 통관시간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통관일체화는 투명성 측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전에는 관할 소속지 해관에서 통관서류심사가 이뤄졌기에 서류가 잘못되면 ‘꽌시’ 등을 이용해 담당자를 찾아가 재량적으로 해결하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징수센터를 통해 심사가 이뤄지면서 관리가 더욱 규범화돼, 재량권의 개입 여지가 많이 축소됐다는 평이다.
이처럼 전국에서 통일된 형식규격과 표준을 통해 수입통관 정책을 일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세관 수입통관절차가 더욱 표준화되고 일관성 있게 됐다. 따라서 기존의 대중국 통관 애로 중 각 지역 및 항구마다 서로 다른 통관 절차 탓에 겪었던 고통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날 행사를 개최한 한국무역협회의 이상일 중국실장은 “통관일체화 시행에 따라 통관의 지역 제한 해소, 절차 간소화에 따른 효율 제고, 비용 절감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이번 설명회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해당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여 중국 수출이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영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