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회사와 독점 판매점 계약(exclusive distributor agreement)을 체결하고 각종 도안이 인쇄된 풍선을 수입 판매하기로 한 한국 무역업체가 있었다. 계약서에는 최소구매량을 정한 후 최소구매량 미달 시 미달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무역업체는 영국 수출업체가 제시한 풍선의 종류가 300여 종 이상이고 샘플을 받은 후 판매 가능성이 큰 제품을 선정한 후 발주하면 최소구매량의 구매는 가능할 것으로 여겨 위 조건에 동의했다.
그런데, 정작 샘플을 요청했더니 영국 회사는 제품 중 대다수가 아직 개발 중이라 샘플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 가능성이 작은 일부 제품만 샘플을 보내고 그 외에는 보내지 않았다. A는 결국 발주를 하지 못했고, B는 계약 위반이라고 하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중이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Trade SOS에 문의했다.
이 경우 영국 업체가 한국 수입사로부터 요청받은 샘플을 보내지 않은 것이 계약 위반인지 여부가 본건의 쟁점이 될 것이다. 만약 샘플을 보내지 않은 것이 계약 위반이라면 한국 업체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을 것이며, 그 반대라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계약서에 한국 수입사가 요청하면 영국 업체가 샘플을 보내야 한다는 명시적 의무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수입사는 영국 업체의 다른 제품에 관한 이전 계약에서도 계약서상에는 샘플 관련 규정이 없었으나 발주 전에 요청하면 영국 업체가 샘플을 보내왔으므로 계약서상 명문 규정은 없어도 묵시적으로 샘플을 보내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국 업체는 과거 샘플을 보낸 것은 사실이나 이는 계약상의 의무가 아니고 한국 업체의 영업을 돕기 위한 편의 제공에 불과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계약서상 Entire Agreement 조항이 있는 것도 한국 수입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Entire Agreement 조항은 계약서가 유일한 합의서고, 이외의 내용은 인정하지 않으며 거래 교섭 중의 문서나 구두에 의한 표시는 모두 무효라는 조항이다. 영국 업체는 이 조항을 근거로 샘플 발송 의무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수입사는 샘플 발송 의무가 양자 간 서면으로 추가 합의한 조건임을 입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판매점 계약이나 매매계약 체결 시 샘플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 계약서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