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용한 무역사기 증가

kimswed 2020.11.06 07:18 조회 수 : 86

무역사기 사례 접수 166건… 지난해 대비 2배 증가
서류위조·결제사기·선적불량·이메일사기 순으로 발생


#1. 한국 기업 M사는 인도 B사와 오랜 기간 거래를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3월 인도에 봉쇄령(락다운)이 내려지면서 B사는 은행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는 말과 함께 대금 지급을 연기했다.

그러나 인도의 은행들은 봉쇄기간 동안 영업시간이 축소되긴 했으나 업무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더구나 6월부로 봉쇄가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B사는 대금 지급을 계속 연기하고 있다. 이에 M사는 현재 B사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미결제 대금 관련 소송을 위해 현지 변호사 선임을 고려하고 있다.

#2. 한국 기업 A사와 콜롬비아 바이어 B사는 첫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B사는 A사로부터 “코로나19로 인한 환전수요 증가로 한국 정부가 새로운 조세 정책을 시행해 송금액의 12%에 달하는 세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니 멕시코에 있는 계좌로 대금을 송금해 달라”는 이메일을 수신했다. B사는 이메일에 안내된 계좌로 대금을 송금했으나 얼마 후 대금을 받지 못한 A사가 확인을 요청하며 무역사기를 당했음을 알아챘다.

B사는 곧바로 은행에 지급정지 및 환불을 요청했으나 자금은 이미 인출된 상태였다. 이에 A사와 B사는 콜롬비아 상공부 등에 해결책을 의뢰했으나, 해킹 사건이 제3국에서 발생했고, 이미 대금이 인출된 상황이므로 해결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양사는 협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마련 중이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제공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무역사기 전 유형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마스크, 세정제 등 방역용품 수출기업을 타깃으로 한 사기가 특히 빈번했으며, 급하게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방역용품의 특성을 활용해 선금을 요청하는 경우, 하자제품을 선적하는 경우, 위조된 인증서로 수출을 시도하는 경우 등 다양한 유형으로 무역사기가 발생했다. 정부 수출규제로 수출이 불가능한 품목임에도 이를 속이고 결제 대금을 갈취하는 사례도 있었다.

KOTRA가 11월 3일 펴낸 ‘2019/20 무역사기 발생현황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KOTRA 해외무역관에 접수된 무역사기 건수는 166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무역관에 접수된 무역사기 건수와 비교했을 때 약 2배 증가한 수치다. 무역관에 접수된 건수만 포함된 수치기 때문에 실제 발생 건수는 그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점은 이중 약 35.5%에 해당하는 59건은 무역관 지원을 통해 사기미수에 그친 사례로, 실제 피해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중동이 각각 19.9%(33건), 19.3%(32건), 14.5%(24건)로 가장 많은 무역사기 사례가 접수됐다. 일본과 서남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무역사기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중국, 네덜란드, 미국에서 다수의 무역사기 사례가 접수됐는데, 중국과 미국에서는 결제사기, 선적불량 사례가, 네덜란드에서는 서류위조 사례가 주로 발생했다.

◇소 잃기 전 외양간 고쳐야… 유형별 무역사기 예방법은 = 무역사기는 두 가지 이상의 위법행위가 연루되는 경우가 많으나 목적 및 방법에 따라 대표적으로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조사기간 가장 많이 접수된 ‘서류위조’ 유형은 구매대금 입금영수증(송금증), 수표 등을 위조해 입금을 완료했다며 허위 물류회사로 납품을 요구하고 운송비와 제품을 편취하는 형태다. 실존하는 기업의 담당자를 사칭해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거래를 시도하기도 하며, 이 경우에도 운송비와 제품을 편취한다.

서류위조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보이스 등 서류에 기재된 기업정보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유명기업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잘 알려진 기업일지라도 해당 기업에 직접 연락해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인보이스 확인 시 ▷실제 기업명과 주소가 인보이스에 적힌 것과 일치하는지 ▷전화번호가 기업이 소재한 지역의 국가·지역번호에 해당하는지 ▷수취은행 소재지가 거래기업 소재지 국가로 되어있는지 등을 유의해서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문서를 확대해 첨부된 이미지를 자세히 확인해보는 절차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위조·허위문서는 임의로 편집하는 경우가 많아 글꼴의 크기나 유형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또 정부 로고나 날인을 합성했을 경우 대부분 픽셀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음으로 ‘결제사기’와 ‘선적불량’이 있다. 결제사기는 제품 수령 후 바이어가 의도적으로 결제를 거부하거나 연락을 회피하는 유형으로, 조사 기간 두 번째로 많이 접수됐다. 선적불량은 계약 체결 후 송금을 완료했으나 수출기업과 연락이 두절되고 상품을 받지 못하는 경우, 또는 수출기업이 의도적으로 선적을 거부하거나 계약조건에 맞지 않는 엉뚱한 상품을 선적하는 경우를 말한다.

결제사기와 선적불량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거래 전 거래처의 실존 여부와 신용도 파악은 필수다.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채널을 통해 거래기업의 신용도를 검증해야 한다. 해외기업의 실존 여부나 신용도 확인은 KOTRA 해외수입업체 연락처 확인 서비스나 무역보험공사 국외기업 신용도 조사 등의 서비스를 활용하면 된다.

또, 과도하게 좋은 거래조건을 제시하거나 외상거래를 요청하는 경우 무역사기일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해야 하며, 신흥국과의 거래거나 대형거래, 첫 거래라면 무역보험 등 안전장치를 확보해둬야 한다. 담보를 요구하거나 선금 비율을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네 번째로 이메일사기가 있다. 제3자가 무역 당사자의 이메일을 해킹해 거래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정적인 시점에 계좌가 변경됐다는 등의 이메일을 보내 결제 대금을 가로채는 유형이다. 계약 시 특약사항으로 거래조건이나 거래정보 변경 시 양측에서 취해야 할 행동을 계약서에 명문화하면 이메일사기를 통한 대금 오지급을 1차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계약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할 경우 피해가 발생했을 때 양사가 어떠한 행동절차를 밟았는지에 따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파트너사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는 이메일 비밀번호를 자주 변경하는 등 보안을 철저히 하는 자세가 필수며, 교묘하게 바뀐 이메일은 아닌지 발신자 정보도 항상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다섯 번째 무역사기 유형으로는 계약추진에 필요한 입찰서류 구입비, 로비자금, 변호사 비용, 공증비용, 수수료, 담당자 선물 명목 등으로 부당하게 돈을 받거나 국제기구, 공공기관, 대기업 직원 등의 신분을 사칭해 금품을 편취하는 ‘금품사기’가 있다.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소재한 기업과 거래할 때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때 사기조직은 전체 계약금액이 아닌 중간단계에서의 수수료를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대금 지급조건이 우리 기업에 유리하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거래 과정에서 변호사, 정부입찰, 공증과 관련된 수수료, 보증금 등을 언급한다면 우선 의심할 필요가 있다.

여섯 번째 ‘불법체류’ 유형은 사기조직 또는 개인이 바이어로 위장해 제품 확인을 위한 국내 공장방문 등의 구실로 비자 초청장을 요청해 한국에 입국한 다음 잠적하는 형태다. 이는 초청장 발급 전 바이어 신용도 확인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바이어가 이미 입국해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으면 소재파악이 힘들기에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불법체류자, 출입국사범 신고는 1588-7191로 하면 된다.

이외에도 해외투자 사기, 제품 상표권을 무단 등록하고 현지에서 판매 중지를 요구하는 지식재산권 사기, 고의로 기업을 부도 처리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사기 유형도 있다.

보고서는 “일단 무역 사기가 발생하면 자금 회수를 비롯한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므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일단 사기가 발생하면 거래 은행에 지급정지를 신청하고 가까운 경찰서 민원실에 신고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도 보고서에는 우리 기업들이 알아두면 좋을 다양한 무역사기 사례와 예방법이 소개돼있다. 보고서는 KOTRA 해외시장뉴스 홈페이지(www.news.kotra.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민유정  yj.min@wtrad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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