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이 각자의 수출실적 정보를 조회·관리·전송할 수 있는 ‘무역마이(My)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된다.
또 반도체 등 핵심 수출품목을 대상으로 보세창고 관련 기존규제를 대폭 완화한 ‘복합물류 보세창고’ 제도가 신설된다.
이와 함께 관세청 빅데이터 포털에서 자유무역협정 최적세율 추천 정보가 추가되고, 관세청의 무역데이터가 유관부처 등에 개방된다.
모바일로 해외직구 관세를 조회·납부하고 환급을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어진다.
관세청은 지난 3월 2일 판교에서 개최된 국무총리 주재 ‘제3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디지털 관세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보세제도는 반도체·바이오 등 핵심수출산업에서 활용비중이 높으나, 그간 까다로운 화물관리 절차가 적용되고 있었다”면서 “기존 규제를 대폭 완화한 ‘복합물류 보세창고’ 제도를 신설하여 해외 소재 반도체 물류기지 국내 이전(리쇼어링), 수출기간 단축, 물류비 절감, 고부가가치 물류서비스를 촉진하고 반도체 분야의 안정적인 세계적 공급망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청장은 이어 “무역데이터는 민간의 개방 수요가 높고 수출시장 개척, 물류산업 발전, 공급망 위험관리 등 공공목적으로 활용 가능성이 크다”며 “민간, 수출지원기관, 관계부처 대상으로 무역데이터 개방·활용을 대폭 확대해 민간의 혁신 비즈니스 창출을 돕고 중소기업의 유망 수출시장 개척 및 수출 경쟁력 제고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여행자 출입국·해외직구 등 대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관세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키고 기존의 관행적인 규제도 혁신하여 국민 편의를 향상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관세청은 유관기관 및 민간 전문가, 관련업계·협회가 모두 참여하는 ‘민관합동 규제혁신 테스크 포스(단장 : 관세청 차장)’를 통해 이 방안의 추진 상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신규 규제혁신 과제를 발굴할 예정이다. 특히, 관세청 ‘무역데이터 심의위원회’를 통해 무역데이터의 개방·활용, 보호 등 데이터의 안전한 개방을 위한 전반적인 사항을 심의할 계획이다.
●수출기업 무역데이터 활용 = 관세청은 무역정보 활용을 통한 수출활성화 차원에서 오는 4월 수출기업이 자사의 수출실적 정보를 조회·관리·전송할 수 있는 ‘무역마이(My)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무역 마이 데이터 서비스가 이뤄지면 수출기업들은 금융기관에 무역금융을 신청할 때 수출실적 증빙을 따로 제출할 필요가 없어진다. 수출기업이 ‘자료제공 동의’를 클릭하면 관세청이 은행에 수출자료를 직접 전송하게 되므로 무역금융 신청이 빠르고 손쉬워질 전망이다.
또 올 하반기부터는 수출입기업이 무역 자문 등 다양한 목적으로도 자사정보를 자문업체 등 제3자에게 직접 전송할 수 있도록 지원된다.
관세청은 또 통계청·중기부 등 유관부처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수출 촉진에 필요한 ‘빅데이터’ 개방을 확대한다. 이에 따라 관세청 기업수출입실적과 통계청 기업통계등록부를 연계할 수 있게 되고, 지역별 산업단지 수출입동향 공표 등도 가능해진다.
또 기존 관세청 빅데이터 포털 등에서 제공 중인 3개 기업지원서비스(신흥시장 안내, 정부 지원사업 추천, HS코드 안내) 외에 ‘자유무역협정 최적세율 추천정보’ 등이 올 하반기부터 추가 서비스된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유망 해외역직구 수출품목·국가 등 발굴 지원을 위해 올 하반기부터 전자상거래 수출입 통계가 공표된다. 현재 관세청 발표 월단위 수출입통계에 전자상거래 통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수출지원기관·정부부처와 무역 데이터 공유 = 관세청은 수출지원기관의 요구를 반영, 하반기부터 기관별로 신무역서비스 제공 지원에 나선다.
우선 KOTRA에는 ▷자유무역협정 활용저조 수출산업 지원을 위한 협정·품목·국가별 자유무역협정 활용현황 데이터 ▷유망 해외수출시장 개척 지원 등을 위한 수출입 세부현황 데이터 ▷글로벌 공급망 위기 조기탐지를 위한 관세청 조기경보시스템(C-EWS) 경보정보 등을 제공한다. 관세청 조기경보시스템은 실시간 수입데이터 상 나타나는 품목별 단가‧수입량을 분석하여 공급망 위기징후를 사전에 포착하는 시스템이다.
KOTRA는 수출기업이 제공한 주요 품목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나, 세부 수출입 거래 데이터가 없어서 해외 바이어 매칭 의뢰에 대응하기 어려웠는데, 앞으로 관세청이 제공한 상세 수출입 거래품명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수출기업에 적합한 해외바이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매칭할 수 있게 된다.
한국무역협회에는 유망 수출품목·시장 발굴 지원을 위한 무역통계 분석에 필요한 품목분류번호(HS)별 신고품명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 및 국제연합(UN) 등이 품목분류번호 기준으로 발표하는 무역통계와 우리나라의 품목분류 번호별 품명 데이터를 결합·분석하여 민간 수출업체에 유망 수출품목·해외시장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중앙회에는 중소기업 지원전략 수립 지원을 위해 제공 중인 무역데이터를 현행 ‘수출’에서 ‘수입’데이터까지 확대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시행되는 납품단가연동제관련 품목에 대한 상세 원부자재 수입가격 정보가 제공된다.
관세청은 이와 함께 핵심 수출산업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관세청 조기경보시스템 운영 대상을 현재 수입품목에서 핵심 수출품목까지 확대, 관계부처에 정보제공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철강 등 주요 수출품목의 단가·수출량 등 변화를 실시간 분석하는 수출 조기경보시스템을 올 하반기 개발하고, 공급망 지도를 핵심 수출산업의 소부장 품목(151개)까지 확대(현재 200개→개선+151개)한다.
●복합물류 보세창고 신설 = 국내 반도체 업계는 국내외 재고 급증, 공급망 위험 확대, 해외소재 반도체 물류기지의 국내 이전 등을 위해 규제완화를 요구해 왔다. 관세청은 4월부터 반도체 등 핵심 수출품목을 대상으로 보세창고 관련 기존규제를 대폭 완화한 ‘복합물류 보세창고’ 제도를 신설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출기간 단축, 물류비 절감,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운영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관세청은 반도체 생산업체 A사를 예로 들었다. 인천공항 인근 자유무역지역 물류센터에 재고를 보관하고 있는 이 회사는 해외 구매자가 제품을 발주할 때마다 물류센터에서 즉시 제품을 재포장하고, 라벨링하여 수출한다. 이 회사는 최근 재고가 늘어나면서 보관장소가 부족하여 국내 보세창고를 활용하고 싶었지만, 보세창고의 경우 화물관리 단계마다 세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다. 국내 복합물류 보세창고 제도가 신설되면 이런 문제가 해소된다.
관세청은 이를 위해 신축적이고 자유로운 보세화물 분할‧재포장‧반출을 위해 화물관리체계를 현재 B/L 단위에서 품목‧수량 단위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화물 ‘반입’부터 ‘수출’까지 현재 8단계가 2단계로 축소된다.
●무역데이터 개방·공유 확대 = 관세청은 민간의 혁신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무역데이터를 추가로 개방하기로 했다. 현재 국가별 수출입실적 등 57종 데이터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개방돼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민간 수요가 높은 수출입 세부 신고품명, 개인통관고유번호 등 12종 이상을 이달 중 추가로 제공한다.
관세청은 품목별 수출입 실적이 증권업계의 인공지능(AI) 기반 투자 종목 추천 서비스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물품검사로 축적된 엑스레이(X-ray) 영상 등 관세청의 정형·비정형 데이터도 대폭 개방한다. AI 학습용으로 쓰일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해 AI 엑스레이 개발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콜센터 상담 내용 등을 제공해 ‘챗GPT’ 방식의 AI 수출 컨설팅 챗봇 개발을 지원한다.
●여행자 휴대품 신고서 작성의무 폐지 등 = 현재 모든 입국 여행자는 휴대품 신고서를 작성해 세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입국자의 99%(2019년 기준 내국인 4300만 명, 외국인 1600만 명)이 ‘신고대상물품 없음’에 해당한다. 7월부터 휴대품 신고서 작성의무가 폐지되면, 신속 입국을 통해 국민 편의가 제고되고 외국인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신고 대상이 있는 경우 모바일이나 종이 중 편리한 방법으로 신고하면 된다.
또 국민들이 해외직구 시 모바일로 본인이 직접 세금을 조회하고 간편하게 납부할 수 있는 ‘모바일 관세납부 시스템’이 구축된다. 또 해외직구 반품 시, 이미 납부한 관세의 환급신청은 세관 직접 방문 또는 개인용 컴퓨터(PC) 환경 전자통관시스템을 통해서만 가능했는데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을 통해 관세환급을 신청할 수 있는 ‘모바일 환급신청 시스템’이 구축된다.
이와 함께 해외직구 통관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돼 신속 통관에 한계가 있어 인천항 해상특송물류센터(2023.11), 군산항 해상특송통관장(2023.12)이 신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