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잠재 바이어를 발굴하고 신용도를 확인하는 과정을 설명 드렸다. 다행히 한국무역보험공사를 통해서 파악한 바이어의 신용도가 양호하다면 바로 수출거래를 진행해도 될까? 
 
그렇지는 않다. 수입국이 신용도가 양호한 미국이나 유럽 또는 중국이 아닌, 아프리카나 중남미, 중앙아시아 등 국가위험이 있는 곳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수입자 신용도가 양호해도 국가위험이 높으면 수출하고도 수출대금을 못 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와 같은 전쟁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미얀마나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쿠데타가 수시로 발생했고 또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외환부족으로 인한 외환통제는 신흥국 어느 곳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넓게 보면 국가위험은 국가 자체가 전쟁이나 송금, 수용위험 등으로 디폴트 상태에 빠지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 자체는 디폴트 상태가 아니더라도 그 나라 경제가 경쟁력을 잃고 추락하는 경우에는, 멀쩡했던 바이어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수출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바이어 신용도와 더불어 수입국 신용도와 경제상황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이제부터 수입국 신용도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주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무역보험공사 자료를 활용했음을 밝힌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수입국 신용도와 신용정보 = 무보에서 국가신용정보를 조회하기 위해 ‘KSURE 해외신용정보센터(https://www.ksure.or.kr:8443/research/)’에 접속한다. 해당 웹페이지 ‘국가정보’에서 관심 대상 수입국을 검색한다. 
 
예를 들어 라면을 튀르키예(터키)로 수출하기 위해서 튀르키예를 검색한다. 국가개황과 국가신용조사보고서를 조회할 수 있다. 2024년 3월 현재 튀르키예의국가신용등급은 7등급 중 5등급으로 표기되어 있다. 최근 3개년의 등급 추이도 볼 수 있다. 튀르키예는 2022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5등급을 유지해오고 있다. 
 
전쟁 중인 러시아를 검색해본다. 러시아는 2022년 3월 17일 이래 최하위 7등급을 유지해오고 있다. 러-우 전쟁이 2022년 2월 24일 발발했으니 전쟁으로 등급이 강등되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다른 나라들 검색해보면 미국, 일본 1등급, 중국 2등급, 인도 3등급, 브라질, 베트남 4등급,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5등급, 캄보디아, 앙골라 6등급, 라오스, 미얀마, 스리랑카 7등급이다, 대략적으로 보더라도 6등급 이하 국가로 수출 시에는 우량한 수입자라 하더라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무보의 국가등급은 1, 2, 3, 4, 5, 6, 7등급으로 분류되며 1등급은 주로 OECD 선진국, 2등급은 신용도 우수, 3등급 양호, 4등급은 보통, 5등급은 다소 미흡, 6등급은 미흡, 7등급은 불량으로 볼 수 있다.
 
무보와 같은 각국의 수출신용기관(ECA;Export Credit Agency) 이외에 공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기관으로는 OECD를 들 수 있다. OECD에서는 회원국이 수출신용으로 과당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중장기신용 보험료를 규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국가신용등급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OECD의 국가등급은 0, 1, 2, 3, 4, 5, 6, 7등급으로 분류되며, 무보는 OECD의 0등급과 1등급을 모두 1등급으로 분류해서 준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무보는 OECD 미평가국에 대해서는 자체 평가모델로 평가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익숙한 국가등급은 OECD 등급이 아니라 스탠더드푸어스, 무디스, 피치 등 민간 신용평가기관의 등급일 것이다. 이들 민간 신평사들이 국가등급을 조정하면 그 나라의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등 영향력이 대단하다. 이들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해서 IMF 사태 때는 우리나라 정부도 이들의 평가에 안절부절해야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국가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S&P 기준, BB+)에서도 한참 아래인 B+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그렇게 대단하던 국제신평사들도 2007~2008년 금융위기 때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부동산 채권을 엉망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수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기에 항상 객관적일 수는 없다. OECD 등 공적인 기관의 평가를 신뢰해야 하는 이유다.
 
국제 신평사의 국가등급(S&P 기준)은 AAA, AA, A, BBB까지가 투자적격이고, BB+ 이하인 BB, B, CC 이하가 투자 부적격 등급이다. 투자 부적격 등급이라고 투자를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고 투자 시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이다. 
 
앞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의 신평사 등급이 B+였으니, B+ 이하 국가에 수출할 때에는 각별히 유의하고 무역보험 가입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KSURE 해외신용정보센터에서는 국가신용도 이외에 국가신용조사 보고서를 조회할 수 있다. 해당국의 정치상황, 대내외 경제상황, 투자정보 등을 담고 있다. 
 
무역보험공사와 마찬가지로 공적 수출신용기관(ECA)인 수출입은행의 해외경제연구소(https://keri.koreaexim.go.kr/index)에서도 국가신용정보와 국가신용도 평가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역시 수출지원기관인 KOTRA의 해외시장뉴스(dream.kotra.or.kr/kotranews/index.do)에서는 국가기본정보, 수출입정보, 투자, 노무, 세무 정보 등을 조회할 수 있다. 무역보험공사나 수출입은행 모두 업종별 산업조사보고서도 제공하고 있다.
 
●수익국 무역보험 인수방침 = 수입국과의 거래경험을 알 수 있다면 거래 추진 시 도움이 될 것이다. 무보는 국내수출자와  수입국과의 거래 경험과 수입국 위험도를 바탕으로 국가별로 무역보험 인수 조건을 정한 ‘국별인수방침(결제기간 2년 이내 단기거래 대상)’을 정해서 운영해오고 있다. 
 
앞서 소개한 KSURE 해외신용정보센터의 국가정보에서 관심국을 조회하면 해당국의 국별인수방침을 조회할 수 있다. 
 
무보의 국별인수방침은 위험도에 따라 크게 정상인수국, 조건부인수국, 인수거절국으로 분류된다. 예를 들면, 인도는 신용도가 양호해서 정상인수국으로 분류되고, 외환사정이 타이트한 튀르키예는 개별심사, 전쟁 중인 러시아는 조건부 인수국 중에서도 타이트한 건별심사국으로 분류된다. 위험국과 수출거래 추진 시에는 무보의 국가등급과 더불어 국별인수방침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수입국 결제경험 = 무보의 KSURE해외신용정보센터의 국가정보에서는 수입국과 우리나라 수출자간의 결제정보도 조회할 수 있다. 수출결제정보에서 엑셀파일을 다운로드하면 수입국별 결제조건, 결제기간, 연체정보 등을 조회할 수 있다. 내가 수출하려는 국가의 바이어들이 상시적으로 연체를 하는 곳인지 미리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무보의 무역보험 이용 수출기업의 2022년 수출거래 통계를 분석해보면 우리나라 수출기업은 주로 T/T 등 송금방식으로, 외상기간 60~90 days 조건으로 거래를 하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15% 정도의 거래에서 연체를 경험하고 있다. 연체 건들의 평균 연체 기간은 16.5일이다. 주로 중동과 몽고, 엘살바도르 등 소재 수입자들이 관행적으로 연체를 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수입자 신용도와 국가신용도에 문제가 없으면 바로 거래를 추진해도 될까? 내가 발굴한 바이어는 나와 정상 거래할 의사가 있는 진성 바이어일까? 다음 호에 계속된다.
 
오주현
한국무역보험공사 전문위원
happyoj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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