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장 문언과 첨부서류는 최대한 일치시켜라
지난 호에서 결제조건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드렸다. 이번 호에서는 그중에서도 초보 수출기업에게 안전하면서도 복잡한 신용장거래에 대해서 살펴본다.
●신용장의 의의 = 신용장(Letter of Credit)은 신용장 조건과 일치하는 서류의 제시가 있으면, 개설은행(‘확인은행’ 포함)이 채무자(수입자)를 대신하여 채권자(수출자)에게 대금결제를 하겠다는 내용의 조건부지급확약서이다.
수입자에 더해 은행이 지급 보증한 거래이니 송금방식이나 추심방식보다는 안전하다고 인식되어 수출기업이 선호하는 결제방식이다. 반면에 수입자에게는 비용이 많이 드니 추심방식이나 송금방식보다 덜 선호되는 결제조건이기도 하다.
대체로 서로 간 신뢰가 쌓이기 전 초기 거래에서 신용장 조건으로 거래하다가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면 무신용장방식 외상거래 방식으로 결제조건을 변경해 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신용장 조건이 무조건 안전하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특징을 살펴보기로 한다.
●신용장의 특징 및 한계 = 신용장은 실물거래와 별개로 신용장조건과 일치하는 서류의 제시만 있으면 개설은행은 수출자에게 수출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설령 실물에 하자가 있다고 해도 이는 신용장거래와는 무관한 것이 된다. 이는 신용장의 ‘독립성’과 ‘추상성’이란 특징 때문이다.
신용장의 독립성이란 신용장 발행의 기초가 되는 실물거래와 독립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다는 의미이다. 신용장상에 실물거래가 언급된다고 하더라도 개설은행은 실물계약과 무관하게 신용장에 의한 대금 지급 의무를 진다.
신용장의 추상성이란 신용장의 당사자들은 신용장과 첨부서류에 의해서만 거래한다는 원칙이다. 선적된 물품에 문제가 있어도 첨부된 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면 개설은행은 지급책임을 진다. 즉 신용장거래는 서류만으로 하는 거래이다.
신용장의 독립성과 추상성 덕분에 은행직원들은 실물거래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신용장 문언과 첨부서류만 심사하면 되니 업무 부담이 줄어 신용장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게 되었다.
수출자는 바이어 신용도가 취약해도 개설은행 신용도를 믿고 거래할 수 있게 되고, 바이어도 개설은행의 보증 덕분에 외상거래를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된다.
반면에 실물거래와 무관하게 서류만으로 지급책임이 발생하다 보니, 수출자로서는 실물거래가 아무리 완벽해도 신용장 문언에 하자가 있으면 개설은행이 지급을 거절할 위험이 따른다.
수입자로서도 실물거래에서 물품이 쓰레기 같은 하품이어도 서류상 신용장 조건에만 부합되면 무조건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또한 수입자는 신용장거래를 위해서 비싼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신용장통일규칙(UCP600) = 신용장통일규칙(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 : UCP)은 신용장 취급시 준수사항 및 해석기준에 관한 국제규칙으로 국제상업회의소(ICC)가 1933년에 제정하였으며 가장 최근의 개정본은 UCP600이다. UCP는 임의규칙으로 강제성이 없으므로 거래당사자가 무역거래에 이를 적용하기로 합의한 때에만 적용된다.
또한, 당사자 간 특약으로 UCP 일부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UCP와 다른 내용을 적용할 수도 있다.
●신용장 문구와 첨부서류는 어느 정도 일치해야 하나? = 신용장 문언과 첨부서류는 어느 정도 일치해야 할까? 콤마나 철자 한 자까지 모두 일치해야 하는지, 중요 내용만 일치하면 되는지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신용장통일규칙(UCP600), 국제표준은행관습(ISBP) 및 각국 법원의 판례는 엄격 일치가 아닌 상당 일치를 지지하고 있다. 단순 오탈자나 경미한 문언 불일치는 신용장통일규칙상 개설은행의 책임을 면하게 하는 하자가 아니다.
그러나 신용관행이 정착되지 않은 후진국에서는 수출계약 체결 후 수입품 가격이 급락하면 수입자와 개설은행은 온갖 트집을 잡아서 지급을 거절할 우려가 있다.
또한 은행에서는 사소한 하자에 대해서도 하자 수수료를 챙기려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초보 수출기업은 신용장거래 시 다소 보수적으로 신용장 문언의 일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신용장의 종류 = 일람불신용장(At Sight L/C)은 수출자가 선적서류 등을 개설은행에 제시하면 즉시 대금지급을 지급하는 신용장으로, 개설은행은 서류제시일 익일로부터 5 영업일 이내에 대금결제를 해야 한다.
기한부신용장(Usance L/C)에서 개설은행은 서류접수일 익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에 거절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기한부신용장은 선적서류 등이 제시된 후 개설의뢰인(수입자)에게 만기까지 결제유예 기간을 주는 방식으로 신용을 공여하는데, 신용공여 주체에 따라 Shipper’s usance와 Banker’s usance로 구분된다.
Shipper’s Usance에서 수출자(채권자)는 개설은행(수입자)으로부터 만기에 수출대금을 지급받게 된다. 즉 공급자가 수입자에게 신용을 공여하는 형식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수출자는 매입은행을 통해서 네고를 하고 수출대금을 수수료 제한후 당겨받게 된다.
국내은행은 통상 개설은행의 인수통보 이후에는 비소구 조건으로 전환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Banker’s Usance에서는 일치하는 서류제시에 대하여 해외인수은행(개설은행)이 일람불로 결제하고, 개설은행은 결제대금을 개설의뢰인(채무자)앞 대출로 전환시킨 후 만기일에 상환받는다. 즉 개설은행이 수입자에게 신용을 공여하는 형식이다.
확인신용장(Confirmed L/C)은 개설은행이 확약한 취소불능신용장에 제3의 확인은행(confirming bank)이 수익자(수출자)에게 비소구 조건으로 추가 확약한 신용장을 말한다. 확인은행은 개설은행과 동일한 최종 책임을 진다. 통상 개설은행이 후진국에 소재한 신용도 낮은 은행인 경우 수출자의 요청에 따라 제3국 소재의 신용도가 양호한 은행을 확인은행으로 추가하기도 한다.
개설은행이 신용장 조건을 일방적으로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있는 신용장을 취소가능신용장(Revocable Credit), 그렇지 않은 신용장을 취소불능신용장(Irrevocable Credit)이라고 한다. UCP는 취소 가능 또는 불능의 표기가 없는 신용장은 취소불능신용장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소불능신용장의 조건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려면 당사자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신용장의 수익자(제1수익자)가 신용장 금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제3자(제2수익자)에게 양도하는 것을 신용장의 양도라 한다. 신용장을 양도하려면 신용장상에 Transferable이라는 문구가 표기되어 있어야 한다. 신용장의 양도는 1회에 한하여 허용된다. 신용장의 양도는 제조시설이 없는 제1수익자가 수입자를 상대로 수출계약를 따낸 후 이를 제조업체에게 넘길 때 주로 발생한다.
내국신용장은 국내 기업(국내공급자, 수익자)으로부터 수출용 원자재를 구매하는 기업(국내구매자, 개설의뢰인)의 요청으로 국내은행에서 발행하는 국내용 신용장(원화 또는 외화)이다. 공급자가 물품 공급 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은행을 통해 추심을 의뢰하면 개설은행이 결제를 하게 된다.
수출신용장과 원리는 같아서 UCP가 준용되며 간접수출에서 수출자와 수입자가 모두 국내에 소재한 경우 활용된다.
내국신용장은 국내구매자(의뢰인)가 자기자금으로 결제하는 일람불(at sight)방식과 '무역금융' 대출금으로 결제하는 기한부신용장으로 분류된다. 국내구매자(개설의뢰인, 최종수출자)는 기한부신용장 대금결제용 무역금융 대출에 대해서 무역보험공사 수출신용보증(선적전) 활용이 가능하다.
●유효기일 및 서류제시기간 = 신용장에는 유효기일(Expiry Date)이 명시되어 있어야 하고, 수익자(수출자)는 유효기일 이내에 선적하고 서류 및 환어음을 지급ㆍ인수ㆍ매입을 위해 제시해야 한다. 신용장은 유효기일이 종료되는 장소까지 명시해야 한다.
제시 후 신용장과 서류가 불일치 하는 경우 수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니 신용장 초안을 받으며 유효기일을 확인한 후 일정이 빡빡하면 넉넉하게 늘려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또한 신용장에는 선적 이후 환어음과 선적서류 등을 제시해야 하는 서류제시 기간을 표시하고 있다. 신용장에 이 제시기간이 명시되지 않으면 UCP는 이를 선적 후 21일로 규정하고 있다. 서류는 신용장 유효기일 내에 제시되어야 한다.
●신용장 거래 시 유의사항 = 신용장은 제출 서류가 신용장 조건과 일치해야 한다. 그러니 신용장 초안을 조기에 입수해서 독소조항이나 실행이 어려운 조건이 있으면 수정을 요청해야 한다.
신용장 유효기일과 서류제시기일도 너무 촉박하지 않도록 잡아야 한다. 또 제시되어야 할 서류가 누락된 건 없는지, 오탈자는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L/C 개설은행 신용도 = 초보수출기업이 거래하는 상대측 바이어 역시 규모가 크지 않기에 바이어가 거래하는 개설은행도 규모가 작을 수도 있다. 특히나 후진국과의 거래라면 개설은행 신용도나 자본 규모 등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약 3주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무역보험공사의 수입자 신용조사 서비스를 통해서 개설은행 신용도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The Banker’지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0대 은행 리스트를 파악해보거나, The Banker's Almanac 등 은행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3주 무료 이용 가능)에서 신용도를 파악한 후 거래하는 것이 좋다.
The Banker's Almanac에 등재가 안 된 은행이라면 매우 규모가 작은 은행이니 신용장거래라고 방심하면 안 된다. 이런 신용장 거래라면 무신용장 거래와 마찬가지로 수출대금 미회수위험을 담보하는 무역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다음 호에는 수출절차나 수출결제방식별 규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서 수출대금이 결제되지 못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전문위원
happyoj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