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장조건과 선적서류 등이 일치하지 않으면 “No.”
지난 호에서 신용장(Letter of Credit)은 “신용장 조건과 일치하는 서류의 제시가 있으면, 개설은행(‘확인은행’ 포함)이 채무자(수입자)를 대신하여 채권자(수출자)에게 대금결제를 하겠다는 내용의 조건부지급확약서”라고 설명했다.
달리 말하면 개설은행은 신용장 조건과 불일치하는 서류의 제시에 대해서는 지급책임을 면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번 호에서는 개설은행이 하자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고,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도 매입은행(수출자) 귀책이라고 판정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신용장 거래라도 이런 사례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서류불일치를 주장하며 개설은행이 지급 거절
[신용장통일규칙(UCP600) 제7조] c. 개설은행은 일치하는 제시에 대하여 결제(honour) 또는 매입을 하고, 그 서류를 개설은행에 송부한 지정은행에 대하여 신용장 대금을 상환할 의무를 부담한다.
신용장 제1수익자인 A사는 중국 수입자 B사와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결제방식은 일람불신용장으로 합의했다. B사로부터 신용장 개설의뢰요청을 받은 중국 C은행은 일람불신용장을 개설하였으며, 제1수익자 A사는 이 중 일부를 국내 D사에 양도했다.
신용장을 양수받은 D사는 국내 E은행에서 환어음과 수출채권을 매각하고 네고했다. E은행은 네고서류를 중국의 개설은행 C에 제시하고 신용장대금을 청구했으나 C은행은 신용장조건과 선적서류 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국내 E은행은 개설은행의 지급 거절에 따른 손실에 대해서 무역보험공사(‘무보’)의 수출신용보증(선적 후)에 가입한 바 있기에 보증채무이행을 청구했으나 무보는 개설은행의 주장이 정당하다고 보아 보증채무이행을 거절했다.
[하자통보 내용]
개설은행 주장 |
신용장 요구조건 |
제시된 서류내용 |
L/C가 요구하는 포장상태에 대한 기술이 인보이스에 없음 |
Packing : 25KG NET IN LDPE BAGS ~ |
인보이스상 패킹 미기재 |
보험증권상 도착지가 L/C상 도착지와 불일치 |
XINGANG |
보험증권상 XINJIANG |
서류상 수출자명과 주소가 양도통지서의 양수인과 불일치 |
ADVICE OF PARTIAL TRANSFER상 주소 1450-14 |
선적서류상 주소 1450-1 |
무보의 결정에 대해 E은행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대법원 판결에서 무보가 승소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다음과 같다.
“신용장 첨부서류가 신용장조건과 문언대로 엄격하게 합치하여야 한다고 하여 자구 하나도 틀리지 않게 완전히 일치하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며, 자구에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은행이 상당한 주의(reasonable care)를 기울이면 그 차이가 경미한 것으로서 문언의 의미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또 신용장조건을 전혀 해하는 것이 아님을 문면상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신용장조건과 합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기재상의 불일치가 신용장과 해당 서류의 성격상 요구되는 기본적 사항이 아니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하고 명백한 기재상의 실수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선적서류와 신용장 조건의 불일치로 볼 수 없으나, 그와 같은 기재상의 불일치에 대하여 서류심사를 하는 은행 입장에서 오류임이 명백하지 않거나 그 기재상의 차이로 인하여 의미상의 중요한 변화가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신용장 조건과 선적서류상의 불일치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2003.11.14. 선고)”
신용장 조건과 서류의 일치여부에 관하여 최근의 판례와 국제관행은 ‘엄격일치의 원칙’이 아닌 ‘실질일치의 원칙’을 지지하고는 있다. 그러나 실질일치의 기준이 사람이나 조직마다 다를 수 있으니 수출자는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용장 조건과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상업송장 등에 선적항과 도착항을 반대로 기재
[신용장통일규칙(UCP600) 제14조] d. 신용장, 서류 그 자체 그리고 국제표준은행관행의 문맥에 따라 읽을 때의 서류상의 정보(data)는 그 서류나 다른 적시된 서류 또는 신용장상의 정보와 반드시 일치될 필요는 없으나, 그들과 저촉되어서는 안 된다.
국내 A은행은 수출자 B사와 중국수입자 C사간의 신용장방식 거래에 대해 수출채권을 매입하고 개설은행에 서류를 제시하였으나, 개설은행은 신용장 조건과 첨부서류 내용간의 불일치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신용장상의 정보와 제시된 서류의 내용이 반드시 일치될 필요는 없으나, 서로 저촉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선적항과 도착항을 반대로 기입한 건 단순한 오탈자로 인한 하자가 아니다.
[하자통보 내용]
구 분 |
선적항 |
도착항 |
신용장 조건 |
BUSAN, KOREA |
QINGDAO, CHINA |
상업송장,포장명세서 등 |
QINGDAO, CHINA |
BUSAN, KOREA |
●일정 개수의 포장단위로 요구된 수량을 부족하게 선적
[신용장통일규칙(UCP600) 제30조] b. 만일 신용장이 수량을 포장단위 또는 개별단위의 특정 숫자로 기재하지 않고 청구금액의 총액이 신용장의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는, 물품의 수량에서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의 많거나 적은 편차는 허용된다.
수출자 A사는 수입자 호주 B사에 물품 수출 후, 국내 C은행에서 네고를 진행했다. C은행은 개설은행인 D은행으로 서류를 송부하였으나, D은행은 선하증권 및 상업송장상에 기술된 물품수량이 신용장에서 요구한 수량보다 적다는 사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신용장에서는 램프 3만8000세트를 요구하였으나, A사는 3만7980세트만 선적했다.
수량과부족이 0.05%로 아주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개설은행은 신용장통일규칙 30조 b항을 근거로 지급을 거절했다.
신용장이 수량을 포장단위 또는 개별단위의 특정 숫자로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5% 이내의 과부족은 허용된다. 또한 과부족 허용문언인 ‘about’ 또는‘approximately’ 등이 사용된 경우에는 10% 이내의 과부족은 허용된다. 그러나 신용장에서 포장단위 또는 개별단위의 특정 숫자를 명시한 경우에는 엄격하게 이에 따라야 한다.
●보험증권 발급일이 선적일보다 늦은 경우
[신용장통일규칙(UCP600) 제28조] e. 보험서류의 일자는 선적일보다 늦어서는 안 된다. 다만 보험서류에서 부보가 최소한 선적일자 이전에 효력이 발생함을 나타내고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국내 A은행은 수출자 B사와 이스라엘 수입자 C사간의 신용장방식 수출거래에 대해서 환어음을 매입한후 개설은행 D앞으로 서류를 제시했다.
그러나 개설은행은 서류상 하자를 사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하자 사유는 보험증권 발행일이 본선적재일보다 늦다는 것이었다.
이후 수입자 C사는 물품대금의 50% 감액을 요청하였으며, 매입은행 A와 수출자 B사는 개설은행의 하자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아 수입자 요구를 받아들였다.
개설은행이 보증하는 신용장방식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제품 하자가 아닌 서류상 하자 때문에 B사는 무려 50%의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서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에는 신용장방식이 더 위험할 수도 있으니 수출자는 신용장 문언 초안에 독소조항이나 보완할 내용이 있는지 살펴보고, 신용장 서류도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이 건에서는 신용장 조건에 선적일 이후 발행되는 보험증권을 수락한다는 특약을 추가하거나, 보험증권에 선적일까지 소급효를 인정한다는 특약을 추가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기타 무신용장방식에서 거래조건 위반으로 무보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전문위원
happyoj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