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국 등의 비상위험 또는 바이어(개설은행) 신용위험으로 인해 만기 2년 이내의 결제조건으로 수출하고도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경우 그 손실을 보상하는 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의 단기수출보험(선적후)과 이를 중소중견기업이 이용하기 편리하게 변형한 단기수출보험(중소중견Plus+)에 대해 소개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중소기업이 무역보험을 활용해서 외상수출거래를 커버해야 하는 필요성과 실제로 외상수출 후 만기가 지나도록 돈이 안 들어와서 어려움을 겪다가 무역보험 덕분에 살아난 사례를 소개한다.
무역보험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존재 목적을 행복으로 보았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최고선은 행복이다. 이러한 행복 철학은 지금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을 인생의 최고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과연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존재일까? 최근 과학계를 넘어 사회과학이나 심리학 등에서도 진화론적 관점으로 기존이론을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가 대표적으로, 그의 저서 ‘행복의 기원’에 따르면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행복감을 느끼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즉,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제1의 목적은 생존과 번식으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상황에서는 쾌(행복)를 느끼고 불리한 상황에서는 불쾌를 느끼도록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배가 고프면 불쾌감을 느끼고(그래야 죽지 않으려고 음식을 먹으니), 배가 부르면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위험한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그에 따르면 생명체의 최고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이라고 한다.
이런 주장이 생소한 것도 아니다. 성경의 창세기 1장 28절에서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한 이후 최초로 인간에게 다음과 같이 명령한다. “번성하고 번식하라(Be fruitful and multiply).”
그럼 법으로 인격이 부여된 기업의 존재 목적은 무엇일까? 흔히 이윤 추구를 기업의 존재 목적으로 보고 있다. 행복을 인간의 존재 목적으로 보는 견해와 유사한 논리다.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생존과 번성을 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이윤 추구가 최종 목적이 아니라 이윤을 많이 남겨야 기업의 생존과 번성에 유리하기 때문에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기업의 최우선 목적은 생존이 되어야 한다. 일단 생존하는 것이 중요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은 그다음의 문제다.
그런데 자금 여력이 충분치 못한 중소기업에 외상수출거래는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돈이 안 들어올 때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저승사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돈을 못 받을 우려 때문에 모처럼 발굴한 좋은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수출 중소·중견기업에게 필요한 무역보험 상품이 앞서 소개한 단기수출보험(중소중견Plus+)이다. 단기수출보험(중소중견Plus+)은 중소중견기업이 거래하고자 하는 해외바이어를 최대 50개까지 등록만 하고 보험료를 납부하면 1년간 수출하는 건이 별도의 통지 없이도 자동으로 보험에 가입되어 절차가 간편하다.
무역보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베테랑 수출자에 따르면 무역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수입자와 자신감을 가지고 거래조건을 협상할 수 있고 외상거래조건을 수용하는 대신 가격협상에서 유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에 개도국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데 유용하다고 한다.
아래에서는 중소기업이 외상수출거래에서 미수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다가 무역보험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 슬기로운 무역보험 활용 사례
#1. K-푸드 선적하고 난 후 러-우 전쟁이 발발하다
수출자 A사는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이 간파하고 2018년부터 우크라이나 B사와 조미김 수출거래를 진행해왔다.
기존 수출거래 시에도 수입자는 통상 1~2개월 지연결제를 해왔다.
2021년 말 사고건 수출 시에는 미결제 건이 없어서 안심하고 선적(결제조건 D/A 60 Days)했다.
그런데 수출 건의 결제 만기인 2022년 1월 말이 지나고 대금상환을 요청할 즈음인 2022년 2월 24일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수입자의 모기업은 청산절차를 밟게 되어 무역보험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수출자는 보험책임한도 5만 달러의 단기수출보험(단체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손실액 9만 달러 중에서 5만 달러를 무역보험공사로부터 보험금으로 지급받아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역시 우크라이나로 2021년 말 라면을 수출한 C사는 수출 건 결제 만기가 2022년 3월 말이었으나 2022년 2월 말 러-우 전쟁이 발생하면서 수출대금 4만 달러를 회수하지 못했다.
이 회사는 무보의 단기수출보험(중소중견Plus+)에 가입하였기에 손실액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A사와 C사의 보험사고는 명목상으로는 수입자의 변제능력 악화에 따른 신용위험으로 인한 사고로 분류된다.
전쟁 중이었지만 수출입거래가 전면적으로 중단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 또는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명시적으로는 비상위험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경제활동이 위축되어서 신용위험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A사나 C사는 수출 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생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세한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까지 대비해야 한다. 개도국 진출 시 무역보험이 필요한 이유다.
#2. 아찔한 수출대금 미회수 사고를 수출보험으로 극복하다
D사는 1989년 설립된 화학섬유기업이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지만 크고 작은 위기의 순간도 많았다. 그중에는 수출보험 덕분에 위기를 극복한 경우도 있었다.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멕시코에서 사고가 터졌습니다.”
“사고 금액이 얼만데?”
“총 300만 달러입니다.”
“뭐? 300만 달러?”
사고가 발생했던 1995년, D사의 자본금은 3억 원에 불과했다.
자본금이 3억 원인 회사에서300만 달러는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사태 파악을 위해 서둘러 멕시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현지에서 상황을 파악해 보니 멕시코 수입자의 미국 지역 영업에 문제가 생기면서 사달이 났다.
해결책을 촉구했지만,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D사 P대표는 수출보험에 가입했으므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선 무역보험공사에 보험사고를 접수했고 보험금을 받아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만약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면 D사는 300만 달러 규모의 사고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로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D사는 성장하면서 거래처도 많아졌고, 수출 규모도 확대됐다.
그럴수록 수출보험의 필요성도 더 커졌다. 멕시코 사고 이후에도 보험사고는 여러 차례 발생했다.
그때마다 무역보험공사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했고, D사는 어려움을 극복했다.
2012년 현재, D사는 전 세계 60개국에 1억 달러 넘는 수출을 올리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