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수출절차, 수출자금의 조달과 수출리스크 관리에 대해서 설명드렸다. 오늘부터는 중소기업의 환헤지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 환율변동성 = ‘그래프 1’은 챗GPT ‘빙(Bing)’에게 ‘2020년 1월부터 2024년 9월초까지의 월평균 달러/원 환율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 달라’고 요청해서 받은 그래프다.
환율은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급등한 후, 2021년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2022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며 2023년 중반에 달러당 1400원을 넘어서는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2024년에는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 등으로 약간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프 1] 원/달러 환율 추이
위 그래프로 돌이켜 판단해보면 수출중소기업이라면 2020년 2분기 무렵 코로나19 이슈로 환율이 급등했을 때 6개월 후에 정산하는 선물환이나 환변동보험에 가입하였다면 환율 리스크를 방어하면서 거액의 헤지 이익을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에, 2020년 말에 환율이 1100원 아래로 추락했을 때 환율 추가 하락을 우려해서 환헤지를 하였다면 또다시 급등한 환율 때문에 거액의 환헤지 손실을 기록하면서 환헤지 결정을 후회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2022년 말에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섰을 때 환율이 1500원대로 추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며 환헤지를 하지 않은 중소기업도 있었을 것이고 이들은 이후 1250원 아래로 하락한 환율을 바라보며 환헤지를 하지 못한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이러니 환헤지는 해도 후회를 하고 하지 않아도 후회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환헤지가 결코 이익을 늘려주는 수단은 아닌 것이다.
● 중소기업이 환헤지를 해야 하는 이유 = 그럼 중소기업은 왜 환헤지를 하여야 할까?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위상지표’(2022년)에 따르면 2020년 중소기업의 영업익률은 평균 5% 수준이다. 수출기업이라면 1000원어치를 팔아서 50원을 남긴다는 의미다.
그런데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달러/원 환율은 단기간에도 100원 이상 변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견된다.
환율이 불리하게 움직이는 경우에는 5%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수출했는데 수출대금을 회수하는 시점에서는 –5%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운이 좋아서 5%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수출했는데 그사이 환율이 올라서 15%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행운을 맞이할 수도 있다.
5% 대신 15%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게 되면 이 기업은 현금유동성에 다소의 여유가 생겨서 해피할 것이다.
반면에 5% 대신 –5%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게 되면 이 기업의 신용등급은 하락하고 금융기관에서 대출이나 보증을 받을 때 대폭 줄어든 한도를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수출 진행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이라면 적정수준의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환율 수준에서라면 일부의 수출물량이라도 헤지해서 영업이익을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 중소기업은 어떻게 환헤지를 해야 할까? = 위에서 환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설명드렸다.
그런데 평상시에는 대부분의 수출중소기업이 환리스크 관리에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가 환율이 급락하면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고, 수출기업도 공포감에 사로잡혀서 이미 낮아진 환율로 환헤지를 하게 된다.
낮은 환율로 무리하게 헤지를 하기에 환율 급등 시에는 거액의 환헤지 손실을 보게 된다. 그러면 이후에는 환헤지에 나서지 않게 된다.
이것이 대부분의 중소기업 환헤지 현실이다. 초보 수출기업이 환헤지를 하려면 다음의 질문들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 왜 헤지를 해야 하나? =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헤지의 목적은 환차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수익의 안정화다.
수출입거래 환율을 현재시점에 고정시켜서 환율변동에 따른 수익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수출기업은 환율 하락에 대비해서 선물환 매도 헤지를 했는데 정반대로 환율이 상승해서 헤지손실을 보더라도 감내해야 한다.
감내할 수 없다면 헤지를 하지 말아야 한다. 아니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헤지 비율을 조절해야 한다.
● 헤지는 얼마나 해야 하나? = 헤지를 안 해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많이 하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100달러의 수출계약을 예상하고 100달러 선물환을 매도했는데 수출계약이 조정되어 50달러어치만 수출하는 경우에 이 회사는 50달러가 오버헤지가 되어 환리스크에 노출되게 된다.
불행하게 헤지 후 환율이 급등하는 경우에는 높은 환율로 50달러를 사서 오버헤지된 부분을 정산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에 이 회사는 돈을 못 구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실제로 2006~2007년에 환율이 900원 대에 진입하자 많은 중소조선사들이 공포 심리로 오버헤지를 하였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부터 2009년경에 환율이 달러당 1400~1500원대까지 치솟아서 다수의 중소조선사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오버헤지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무헤지가 낫다.
그럼 수출물량의 어느 정도를 헤지해야 할까?
많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해온 필자 경험상으로는 초보수출기업의 경우 실물거래의 50% 내외를 헤지하면 무난할 듯하다.
50%를 헤지하면 헤지 후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대금에서 발생하는 환차손의 50%는 헤지 이익으로 커버가 되어 손실 폭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헤지 후 환율이 올라가는 경우에는 헤지에서 손실이 발생하지만 실물거래에서는 헤지손실의 두 배에 달하는 환차익이 생기니 역시 나쁜 상황은 아니다.
50%가량의 부분 헤지를 하면 헤지 후 환율이 올라도, 내려도 그다지 나쁜 상황에 처하지는 않는다.
부분헤지를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로 수출계약은 언제든지 일부라도 취소될 수 있기에 100% 헤지가 때로는 오버헤지가 될 우려도 있다는 점이다.
● 언제 헤지해야 하나? = 수출기업이라면 당연히 환율이 가장 높을 때 헤지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헤지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시점을 잡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마치 주가가 가장 낮을 때 주식을 사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주식 격언에 따라 분할 헤지(선물환 분할매도)할 것을 권해드린다.
예를 들어 연간 수출물량에 대해서 연 4회 분할 헤지하면 대략적으로 연평균환율에는 헤지하게 되어 최악의 상황인 최저점 헤지는 피할 수 있게 된다.
헤지할 당시의 환율과 회사가 적정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환율 수준을 비교해서 적정 환율 이상에서 헤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 무슨 상품으로 헤지해야 하나? = 초보수출기업이 이용할 만한 헤지 상품으로는 선물환과 무역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을 들 수 있다.
어느 상품을 활용해도 무방하다. 다만, 신용도가 높지 않은 중소기업에게는 정책보험인 환변동보험을 권해드린다. 이용절차가 간편하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 환헤지 의사결정은 누가 하나? = 수출기업의 경우 실무자가 환헤지를 결정한 후 환율이 상승해서 헤지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실무자는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부담감 때문에 실무자는 일반적으로 환헤지에 소극적이다.
그러니 초보 수출기업이 적극적으로 환헤지를 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초기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이익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다.
오주현
한국무역보험공사 전문위원
happyoj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