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두바이에서 개최된 중동지역 최대의 미용 전시회 ‘뷰티월드 미들이스트’ 참관객들의 눈과 귀는 현지 대표 유통업체 찰룰그룹이 주도한 뷰티 콘퍼런스에 쏠렸다. 발표 주제는 ‘걸프협력회의(GCC) 지역 뷰티 소비자 이해’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6개국 소비자들이 뷰티 제품을 소비할 때 나타나는 특징과 이를 활용한 신규 브랜드 진출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뷰티 제품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제공]
●GCC 지역 미인은 아랍식 미(美)를 갖춘 여성=GCC 지역을 넘어 중동지역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미인은 흔히 이야기하는 서양 스타일이나 국제 표준과는 달리 아랍식 미를 강조한다. 아랍식 미인은 ‘진한 곱슬머리’(Dark long wavy hair), ‘진하고 숱이 많은 속눈썹’(Dark bushy eyelash), ‘크고 진한 눈’(Large, Dark eyes), ‘길고 굵은 눈썹’(Full thick eyebrows), ‘날렵한 코’(Sharp nose), ‘두툼한 입술’(Plumped lips), ‘각진 턱’(Well-defined Jawline)을 특징으로 한다.
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재된 아랍식 미를 부각하기 위함이며 미인의 요건을 갖춘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닮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GCC 지역 소비자 특징과 국가별 특색=일반적으로 GCC 지역 소비자라고 하면 석유자원 기반의 높은 개인소득, 즉 부유한 소비층으로 통칭된다. GCC 지역 소비자를 하나의 군으로 볼 경우 향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뷰티 품목은 여성이 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향수와 메이크업 제품이다.
향수는 예외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품목이다. 남성은 월 83달러를 향수 구입에 쓰고 여성은 74달러를 지출하는데 UAE 여성들은 GCC 지역 여성 평균 지출액의 두 배를 소비한다. 주로 고가의 프레스티지 브랜드를 선호하고 구매 채널은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뷰티 콘셉트 스토어나 전문 매장으로 나타났다.
반면 메이크업 제품은 여성 고객 위주로 구매가 이루어지며 역내 소비자들은 메이크업 제품 구매에 월 63달러를 쓴다. 사우디아라비아 소비자들이 메이크업 부문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하며 로레알파리와 같은 대중명품 브랜드가 시장과 연령을 불문하고 가장 많이 사랑받고 있다.
스킨케어 제품 구입을 위해 여성은 월 52달러, 남성은 16달러를 각각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GCC 지역 여성들은 바디케어 제품에 월 47달러, 헤어케어 제품에 42달러를 지출하고 있는데 스킨케어를 비롯한 바디케어, 헤어케어 제품은 주로 매스 브랜드를 구입한다.
6개국 소비자들이 ‘GCC 지역의 부유한 소비자’라는 하나의 그룹으로 정의된다고 하더라도 뷰티 분야에 있어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소비자들은 특색이 조금씩 다르다.
UAE 소비자들은 자신을 지역의 트렌드 세터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며 시장 특성상 더 많은 글로벌 브랜드에 노출돼 있다. 메이크업의 경우 아랍식 미를 강조하기 위해 심플하지만 우아한 룩을 선호한다. 사우디 소비자는 메이크업과 향수를 가장 중요한 뷰티 제품으로 여기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메이크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눈화장이며 짙고 화려하게 치장하는 경우가 많다. 쿠웨이트 여성들은 SNS를 많이 활용하지만 트렌드 중에서도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만 차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건강하고 보습된 깨끗한 피부결에 관심이 많은데 이를 위해 필러나 보톡스 타입의 보형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품목별 브랜드 등급 선호도와 구매처=찰룹그룹이 GCC 지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난 12개월 동안 구매한 뷰티 제품 브랜드에 관한 설문 결과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스킨케어 제품, 메이크업 제품, 향수 품목별로 구매하는 브랜드의 등급과 구매처에 차이가 있었다.
스킨케어 제품의 경우 93%가 ‘매스 브랜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고가의 프레스티지 브랜드를 구입한 경우는 21%에 불과했다. 메이크업 제품은 81%가 매스티지 브랜드를 구입했으며 68%는 프레스티지 브랜드를 구입한 경험이 있었다. 반면 향수는 85%가 프레스티지 제품이었으며 36%는 우드향이 강한 아랍식 전통 향수, 31%만이 저가형 제품을 구매했다.
제품 구입처에 대한 설문 결과도 다양했는데 스킨케어 제품은 42%가 하이퍼마켓이나 슈퍼마켓, 메이크업 제품의 58%와 향수의 29%는 뷰티 콘셉트 스토어나 전문 매장에서 구입했다. 특히 UAE 소비자는 전체의 80%가 매장을 직접 방문해 메이크업 제품을 구매한다고 밝혀 오프라인 위주의 쇼핑문화를 대변했다.
●품목별 최근 트렌드=스킨케어 제품과 관련, 현지 소비자들은 다크스폿 없이 보습감 있고 광이 나는 피부결을 희망하며 일반적으로 세안, 보습, 보호라는 세 가지 루틴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세안 제품을 고를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사항은 지성, 건성, 민감성 등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며 보습 제품의 경우 피부결을 살리는 제품을 선호한다. 자외선 차단제 사용 또한 꾸준한 편인데 안티에이징, 미백 기능 등이 추가된 다기능성 제품을 많이 찾는다.
가장 많이 구매하는 스킨케어 제품은 보습제, 클렌저, 자외선 차단제, 마스크팩, 스크럽 제품, 세럼 순이며 기존에 사용하던 브랜드 제품을 재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일한 제품을 찾기 어려워야 새로운 브랜드를 시도하는데 이때는 주위의 추천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편이다. 추천인은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 인플루언서, 피부과 의사 등 다양하다.
이들은 아랍식 미를 극대화하기를 희망하지만 메이크업 제품을 구입하거나 사용할 때는 단순히 기능적 측면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중요시한다. 일부 제품은 기능성보다도 감정에 더욱 주안점을 두기도 하는데 이는 메이크업을 자신을 위한 선물로 여기면서 자존심을 세우고 기분을 바꿔주는 유쾌한 활동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메이크업의 과정은 사회적으로 아름답게 보이려는 ‘위 모멘트(WE-moments)’를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의 웰빙이나 자기 만족인 ‘미 모멘트(ME-moments)’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이들은 ‘일상생활용 vs. 외출용’, ‘위 모멘트 vs. 미 모멘트’ 혹은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의복을 착용하는 것)에 따라 다양한 브랜드나 제품을 번갈아 활용한다.
가장 많이 구매하는 메이크업 제품은 립스틱, 파운데이션, 마스카라, 블러셔, 파우더, 아이라이너, 아이섀도 순이다. 또한 제품 구매 시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 위주, 평소 써보고 싶었던 브랜드 위주로 각각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수는 아랍 문화에서 필수적인 뷰티 제품이므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인기다. 여러 겹의 향을 레이어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여러 개 활용해 향을 더욱 강하고 오래 유지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샤워젤이나 비누, 바디로션이나 데오도란트, 향기 샴푸나 컨디셔너, 헤어미스트를 활용한 뒤 향수나 바디미스트를 덧뿌려 강하고 오래가는 향을 완성한다. 좋은 향을 유지하기 위해 사우디나 쿠웨이트 소비자들은 바디미스트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UAE 소비자는 오드퍼퓸을 선호한다. 제품 선택의 기준은 ‘향이 좋아 기존에 사용했기 때문에’ 또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나타났다.
●GCC 뷰티 소비자를 사로잡을 키워드=찰룰그룹 콘퍼런스에 참가한 연사에 따르면 GCC 지역 뷰티 소비자를 사로잡을 새로운 키워드는 ‘다기능 제품’, ‘깨끗한 원료’, ‘우수한 효과’ 세 가지이다.
간단한 루틴을 희망하는 소비자들은 하나의 제품이 다양한 역할을 해주는 다기능 제품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보습 크림이지만 약간의 커버력으로 피부의 단점을 가릴 수 있거나 메이크업 제품이지만 피부에 비타민이나 콜라겐을 공급해 노력과 시간을 절약하고자 한다.
현지 소비자들 역시 제품에 사용된 원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전체 성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피부 부담을 최소화하기를 희망한다. 이에 따라 깨끗한 원료, 자연주의 원료, 더 적은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희망한다.
마지막 키워드는 우수한 효과다. 향수의 경우 하루 종일 지속되는 향, 스킨케어 제품은 다크서클을 즉시 개선하는 제품과 같이 해당 제품이 주장하는 효과를 더욱 빠르고 드라마틱하게 체험하기를 원한다.
●신규 브랜드 진출을 위한 조언=스킨케어 제품의 경우 아직까지 복잡한 단계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족하므로 새로운 브랜드는 제품력을 바탕으로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루틴에 스킨케어 과정을 포함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보습제나 클렌저에 비해 사용률이 낮은 세럼, 토너, 아이크림 분야가 유망할 수 있으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효능을 강조하는 것이 신규 브랜드의 시장 진출의 키가 될 수 있다.
메이크업 부문 신규 브랜드라면 아랍의 미를 강조할 수 있는 제품을 바탕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용법을 교육한다면 많은 호응을 받을 수 있다. ‘위 모멘트’를 위한 두꺼운 메이크업인지 데일리 루틴 혹은 ‘미 모멘트’를 위한 제품인지 포지셔닝을 분명히 하고 이에 맞는 마케팅 방안을 수립하는 것 또한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도움이 된다.
GCC 지역 소비자들은 좋은 향과 위생을 연결해 생각하기 때문에 깨끗함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향기 사용을 필수로 여긴다. 이에 따라 신규 브랜드들은 가장 먼저 오래 가는 향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바디미스트 시장은 매스 브랜드가 주도하는 만큼 중소기업이라면 향수로 마지막 향을 완성할 수 있는 매칭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향수의 경우 선물용 구매가 많으므로 독특하거나 한정판 패키지를 잘 활용하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찰룰그룹 연사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걸프 지역 진출을 희망하는 뷰티 기업은 깨끗한 원료, 우수한 효과, 다기능 제품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 스스로 해당 제품을 자신의 루틴에 포함할 수 있도록 풍부한 원료와 편안한 향을 덧입히고 아랍의 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현지화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면 좋다”고 덧붙였다.KOTRA 두바이 무역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