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과 점점 높아지는 중국의 인건비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로 하여금 베트남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특히 우리나라에게 베트남은 경제적으로 점점 가까운 이웃이 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제4위 수출 대상국으로 떠올랐다. 홍콩이 중국에 포함된다고 보면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사실상 제3위 수출 대상국이다.
현재 베트남은 ‘제2의 도이머이(Doi Moi, 개혁개방)’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인세를 인하했고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를 철폐하였으며, 외국인 주택소유도 허용했다. 대외적으로는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과 EU와의 FTA 타결 등 다양한 형태의 주요경제권과의 경제통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베트남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역사적 배경, 인구, 소득 등을 고려했을 때, 베트남에서 가장 현대적인 소비문화와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은 호치민과 하노이를 포함한 대도시들이다. 그 중 내가 파견되어 있던 호치민은 베트남에서 사실상 소비를 이끌고 있는 최대 경제도시이다. 베트남에서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도시이자(2015년 기준 5538달러) 외국인투자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고 최대 소비시장을 보유한 도시이다.
베트남 소비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할 정도로 잠재력이 높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베트남으로 갈 수는 없다. 베트남 소비시장 진출 때 다음과 같은 현지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 및 소비의식 변화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프랜차이즈와 외식산업 = 베트남은 맞벌이 문화다. 베트남 여성들은 직업관이 뚜렷하며 전체 근로자 중 여성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크다. 그러다보니 집밥 문화보다는 외식 문화가 더 발달한 나라다. 베트남은 소비성향이 강해 저축하기보다는 돈이 생기면 쓰는 스타일이다. 한국과의 다른 점이라고 하면, 냉장고가 우선순위에서 배제된다는 점이다. 집에서 밥을 많이 안 해 먹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인 베트남은 2015년 1월부터 해외 소매기업이 100% 자기 자본으로 법인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는 프랜차이즈 매장 또는 신설호텔의 부대시설로만 외식업이 가능했지만 이제 레스토랑과 카페 등 외식사업의 독자적 운영이 가능해졌다. 한국 프랜차이즈의 경우 직영점 형태로 롯데리아가 200여 개 매장, 뚜레주르가 40여 개 이상 영업 중이다. SPC 역시 베트남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개점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에도 치맥 열풍이 불고 있다. BBQ 베트남 법인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인기리에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호치민 시내에는 한국 업체가 많이 입주한 빌딩을 중심으로 상당수 한국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생각 외로 식당마다 베트남 현지인이 많이 관찰된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한국 음식을 맛보고자 하는 현지인들이 많다.
●스타벅스 사이에서 당당히 자리 잡은 현지 빈티지(Vintage) 카페 = 몇 년 전부터 급속한 현대화에 지친 베트남 소비자들 사이에서 옛날 감성을 찾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는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등의 외국계 대형 카페들 사이에서 ‘옛날 베트남’이나 ‘빈티지’ 컨셉을 강조한 현지 카페들이 당당히 자리를 잡게 된 배경이 됐다.
이들은 현대적인 인테리어보다는 1980년~1990년대의 분위기를 살려 주요 소비층인 80~90년대 생들의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2016년 7월 글로벌 프랜차이즈인 NYDC가 베트남에서 최종 철수한 것과는 달리, 대도시 골목에 자리 잡은 ‘허름하지만 세련된’ 옛날 카페들은 현지 소셜 네트워크에서 꾸준히 공유되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 중 하나인 Cong Caphe(꽁카페)는 하노이를 시작으로 현재 베트남 전역에 총 20여 개의 지점을 둔 대표적인 현지 카페 중 하나이다. 이 카페는 1980년대 문호 개방 이전 베트남 사회주의 시절의 분위기를 구현하고, 그 당시의 향수를 자극하는 종업원 유니폼, 골동품 등의 소품 및 인테리어로 인기를 끌고 있다.
●쑥쑥 크는 장난감 시장 = 베트남의 0~12세 어린이는 약 20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전체 인구의 25%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이처럼 높은 어린이 인구 비율과 국민 평균소득 증가로 유아용품 소비 지출액이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 장난감 시장의 성장잠재력은 매우 크다.
베트남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의 장난감 수입 대상국은 중국이 압도적인 1위로 시장점유율 63%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대만이 8%, 호주가 7%, 한국은 5%를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 장난감 소비 트렌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더라도 안전하고 품질이 좋은 제품이다. 이런 제품은 중국산을 대체하고 있는데 최근 인지도가 상승한 수입 브랜드에는 FisherPrice(미국), LeapFrog(미국), Eftech(독일), Fischertechnik(독일), Oxford(한국) 가 있다.
단순 놀이 목적의 장난감보다는 교육기능이 부가된 장난감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한국 못지않은 베트남 부모의 높은 교육열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최대봉 호치민 FI Logistics Co., Ltd. 근무
* 이 글은 제16기 글로벌무역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법인에 근무한 인턴들의 보고서를 취합해 정리한 것임을 밝힙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 제공.
▲무역협회 호치민지부가 위치한 베트남 백화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베트남인들. |
베트남에서 인턴생활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베트남인들이 누구든지, 언제나, 그리고 어디서나 SNS를 한다는 점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대중적인 SNS 어플리케이션은 페이스북과 잘로다.
SNS의 연령층이 낮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베트남에서는 SNS 사용연령층의 폭이 넓다. 내가 살던 집의 주인 할머니도 페이스북을 하며, 택시기사를 부를 때도 SNS를 통해 연락한다.
장소 또한 가리지 않는다. 백화점 화장실 내에서도 셀카를 찍고 이를 SNS에 업로드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놀랐던 적이 있다. 지난해 연말 백화점이나 은행 앞에는 크리스마스 장식물이 설치되었는데 이 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 베트남인들이 많았다. SNS에 업로드하기 위한 것이다.
베트남 전체 인구 약 9000만 명 중 4000만 명이 인터넷을 이용 중이고 지난해 SNS 이용자는 20% 증가했다.
이렇게 베트남인들이 셀카에 열광하고 SNS 이용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소득수준에 적합한 오락거리의 부재 때문이라고 나름 분석해 본다. 베트남인들의 평균 월급은 미화 250달러 수준이고,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 또한 300달러~400달러 사이다. 아직까지 영화와 같은 문화생활이나 스포츠를 즐기기에는 부담이 되지 않나 싶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면, 현재 베트남 영화관 시장에서 66%를 CGV와 Lotte Cinema가 차지하고 있고 이 두 영화관의 관람료는 한국 돈으로 4000~6000원 사이인데 이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에게도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그러다보니 베트남인들은 길거리에 나와 여럿이 놀며 사진을 찍거나 위에 언급했던 장식물에서 사진을 찍고 이를 SNS로 소통하며 지내는 것이다.
이러한 베트남의 높은 SNS 이용률은 시민들이 온라인 언론의 자유를 일정 부분 확보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베트남은 공산당 1당 체제로서 완전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가 아니다. 페이스북과 구글과 같은 인터넷 기업은 공산당이 원하지 않는 콘텐츠를 삭제해야 하며 선동자와 관련된 정보를 당국에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SNS 이용 확산으로 당국의 시선도 변화 하고 있다. 일례로, 하노이 당국이 여론수렴 절차 없이 아름드리나무 500 그루를 베어내고 묘목으로 대체하려하자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고 하노이 인민위원회위원장이 벌목을 중단한 적이 있다.
경제적으로 주목할 것은 SNS를 통한 광고 및 유통활동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동남아국가와 같이 베트남에서도 한류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겨냥하여 베트남인들은 SNS에 한류 연예인 굿즈(상품)뿐만 아니라 한국 식품 등을 홍보하고 이를 직거래하는 형태로 한류상품을 유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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