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노동력 풍부하고 시장잠재력 큰데…
물류인프라·전력사정 등 나빠 현재로선 ‘생산보조기지’ 활용해 볼 만
“외국인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나 외국환 거래 제한이 없다. 주변국보다 인건비가 낮고 풍부한 젊은 노동력이 있다. 미래 소비시장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인건비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노동력의 질은 낮다. 불안정한 전력 공급 등 인프라도 문제다. 원부자재 조달이나 물류에도 어려움이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캄보디아 진출 환경진단 보고서’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요약하면 “매력이 있긴 한데, 흠도 제법 많다” 쯤 되겠다.
매력부터 보자. 먼저 외국인투자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얘기. 주변의 태국이나 베트남과 달리, 캄보디아에서는 외국 투자에 대한 규제가 적어 거의 모든 업종에서 외국자본 100%의 기업 설립이 가능하다. 달러 사용도 자유롭다. 자국 화폐가 있지만 달러가 거의 공용 화폐 수준으로 사용된다. 세금, 공공요금 지불 등을 제외하면 달러 지급을 제한하는 법령이나 외화 보유, 외환 해외 차입 등에 관한 규제도 거의 없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는 왜 외국인투자에 대한 규제가 없을까? 과거 폴 포트 시대에 농업 이외의 산업기반이 파괴돼 정부가 보호해야 할 산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산업기반이 빈약하다보니 현지에 생산기지를 세운 기업들은 중국이나 태국 등에서 원부자재를 조달해야 한다. 이는 제조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두 번째 매력은 최저임금이 낮다는 점이다. 근데, 최근 들어 너무 빨리 오르고 있다는 점이 이 매력을 반감시킨다. 캄보디아의 월 최저임금은 2012년 61달러에서 2017년 153달러로 2.5배나 상승했다. 인건비 상승 압박을 못 견뎌 문 닫은 공장이 2017년에만 150개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일본 기업들의 철수 및 근로자 해고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올해 1월에만 캄보디아 경제특별구역에서 노동집약 중심의 공장을 운영 중인 일본 기업 20개사가 철수했다. 인력 감축으로도 대응이 어려울 경우 더 많은 공장 폐쇄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 번째 매력은 젊고 풍부한 노동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들의 교육 수준 및 문자해독률이 낮다. 캄보디아의 중학교, 고등학교 취학률은 각각 53.3%, 24.2%에 불과하다. 또 15세 이상 인구 중 읽거나 쓸 수 있는 인구 비중을 나타내는 문자해독률은 라오스(79.9%), 미얀마(93.1%)보다도 낮은 77.2%다.
어쩌면 가장 큰 ‘흠’은 전력사정일 지도 모른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고 전기요금은 비싸다. 캄보디아 수요 전력의 절반은 자국에서 생산하고, 절반은 태국과 베트남으로부터 수입할 정도로 전력 자급도가 낮다. 수력 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 비중이 높고 계절에 따른 공급량 차이가 커 프놈펜 등 대도시에서도 정전이 잦고, 전력요금은 방콕, 하노이의 2배 이상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기업 주도의 발전소 건설이 활발해 개선 여지는 있다.
반대로 ‘매력’ 중 하나는 소비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이다. 수도 프놈펜에 일본계 대형쇼핑점인 이온몰이 개장해 인기를 끌고 있으며 고층 아파트와 빌딩이 계속 생긴다. 고급 승용차도 증가 추세다. 이온몰은 영화관, 아이스링크, 슈퍼마켓, 푸드코트 등을 갖춘 복합 쇼핑몰로 캄보디아 최대 규모인 1호점이 현재 프놈펜 남쪽에서 영업 중이고 2018년 개장을 목표로 북쪽에 2호점 건설이 진행 중이다. 아직 일반 판매매장에서 쇼핑하는 사람은 적지만 저녁 6시면 푸드코트, 슈퍼마켓, 게임코너는 줄을 서야할 정도로 붐비고 입장료가 10달러에 달하는 아이스링크에도 이용객이 끊이지 않는다. 도심 건설 현장에서는 중국 기업의 진출이 눈에 띄며 도요타, 벤츠, BMW 등의 고급 승용차와 판매점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은미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임금 급등과 양질의 노동력 부족, 전력 불안 등 투자처로서 부적합한 측면도 있지만 미래 소비시장으로서의 성장 가능성, 동남아시아의 대체 생산지로서 신규 투자처로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정부뿐만 아니라 외국기업의 사회 인프라 및 발전 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로 향후 기반 시설 및 전력 공급, 물류 환경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봤다. 또 임금 급등 문제도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전반에 걸친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향후 진출 유망분야로 건설, 식품 가공 및 요식업 분야를 꼽았다. 외국기업의 진출 확대가 현재 20%에 불과한 도시화 진행을 가속화해 향후 도시 내 주거용, 사무용 건물 건설 수요가 커질 것이고 풍부한 관광자원 덕분에 호텔, 리조트 등 관광레저 시설 건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국민소득 증가가 이미 대형 몰에서의 장보기, 외식 증가 행태로 나타나고 있어 향후 식품 가공업이나 요식업 진출 전망도 밝다는 것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인건비 외 물류, 전력 등의 사정이 아직 여의치 않아 캄보디아에 단독 생산 공장을 설립해 제조기지로 삼기에는 시기상조”라며 “베트남이나 태국에 주 생산 공장을 두고 캄보디아를 생산 보조지로 활용하되 캄보디아 발전 상황을 점검하면서 본격적인 진출 시기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채 기자
박스) 진출 기업이 말하는 캄보디아 비즈니스 환경
A사(일본)는 OA기기 가전제품 등의 와이어 기구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거래처가 태국, 베트남에 많이 있는데 중국을 대체할 생산지를 찾다가 캄보디아를 선택했다.
A사가 꼽는 캄보디아의 장점은 우선 저렴한 인건비다. 자사 태국 공장의 생산을 지원하는 역할로 노동집약적 작업을 캄보디아에서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최저 임금이 153달러가 될 전망인데 이는 진출 5년 만에 약 2.5배가 오른 수준이어서 부담이 크다. 매년 약 20%의 임금 상승이 있고 캄보디아 법률상 보너스 최저 지급기준이 연간 급여의 1개월분으로 되어 있어 인건비 상승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큰 고민이다. 이에 최신식 기계 도입을 통한 자동화 작업을 늘리고 있지만 기계 유지·보수를 위한 인력은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작업자들의 평균연령은 18~21세다. 이력서 등에 위조가 많아 급여 입금계좌를 확인할 때 가명도 많이 나온다. 직원 330명 중 약 20%가 글을 읽지 못해 작업장 안내문을 그림 또는 사진으로 게재하고 있다.
B사(한국)는 브래지어, 수영복컵 등 속옷을 만들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가동하다 2012년 새로운 생산지를 모색하던 중 캄보디아 내 개인이 운영하는 공단에 입주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베트남에도 진출,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
B사 역시 낮은 인건비를 매력으로 꼽는다. 베트남의 월 인건비가 300달러라면 캄보디아는 220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진출 초기에 비하면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물류비는 높은 편이지만 베트남과 비교해 근로자 생산성도 괜찮고 전반적으로 근로자들의 성격도 순한 편이라 인력관리가 쉽다. 저임금 국가로의 생산 공장 이전은 캄보디아가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해 향후 임금급등에 대비 기계화를 생각 중이다.
김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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