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동안 100배 이상 깊어진 관계.’ 한국과 베트남의 무역관계를 가장 단순하고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1992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과도 ‘재수교’했을 때, 양국 간 교역 규모는 5억 달러도 채 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올해 양국 간 교역 규모는 10월말까지의 누계 기준 이미 500억 달러를 넘었다. 수교 후 25년간 무역 규모가 10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그러나 양국 관계는 이렇게 단순하게만 나타내어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를 찾는 글로벌 가치사슬 기업들이 베트남에 몰려들고 있다. 국민소득이 빠르게 증가하고, 한류에 열광하는 젊은 층의 비중이 큰데다가 인구 1억에 가까운 소비시장이 여기에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말 이후 이어진 세계 경제 침체로 한국 무역이 1조 달러 규모를 회복하지 못할 동안에도, 주요시장 중 유일하게 우리의 수출증가율이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해왔던 곳이 베트남이었다. 사드 보복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수출업계가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무역비중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업들을 베트남으로 향하게 했다.
이렇듯 한국에 있어 베트남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크다. 그것은 베트남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베트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해 주는 국가이고 향후 경제 발전의 중요한 파트너다.
양국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 중 정상회담을 통해 2020년까지 교역 규모를 1000억 달러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하기로 하게 된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 양국 정상은 올해 수교 25주년을 기점으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입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현지시각) 한=베트남 정상회담이 열린 다낭 정부청사 회의실에서 쩐 다이 꽝 국가주석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25주년 맞아 정상회담·사업상담 등 교류 활발 =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현지 시각 오전 8시부터 40분간 다낭 정부청사에서 쩐 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베트남 관계 발전 방향을 비롯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 등 우리 정부의 아세안 관계 강화 방침을 설명하면서,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는 베트남과의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했다. 이에 쩐 주석은 우리나라의 아세안 중시 전략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의 ‘미래공동체 구상’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응했다.
두 나라가 수교 25년 만에 교역·투자 분야에서 상호 핵심 파트너로 성장한 점도 높이 평가했다. 수교 이후 우리나라는 베트남의 3대 교역국이자 제1의 투자국으로,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4대 교역·투자 대상국으로 부상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아세안 협력 강화를 위해 지난 5월 취임 당시 역대 정권 처음으로 대아세안 특사를 파견했다. 아세안 특사로 임명된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현지 시각 지난 5월 베트남을 방문해 쩐 다이 꽝 국가주석을 예방한 바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대베트남 투자 확대를 위해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무관세 적용, 사회보장협정의 조속한 체결 등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꽝 주석은 베트남은 우리 기업의 투자 확대를 환영한다는 뜻을 강조하고, 우리 측 요청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한-베트남 수교 25주년 및 APEC 정상회의 개최와 연계해 하노이에서 ‘한-베트남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도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1:1 비즈니스 상담회는 물론, 경제협력 및 M&A 세미나, 이동식 지적재산권(IP) 데스크 등이 열려 양국 간 경제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했다.
1:1 무역상담회에는 양국 경제협력 의제를 바탕으로 선정된 ICT, 전기·전자, 기계, 건설·기자재, 화학제품, 의료·바이오, 소비재 등 현지 진출 유망분야의 국내 중소·중견기업 49개사가 참여했다.
베트남 측에서는 현지 1위 제약회사인 비나팜(VINAPHARM), 베트남 1위 통신기업인 비엣텔(Viettel), 토요타(Toyota) 베트남법인, 히타치(Hitachi) 아시아 등 177개사가 참석했다.
특히 베트남에 이미 진출한 한국 소재·부품 기업과 베트남 내 글로벌 제조업체 간 매칭을 통한 판로 확대를 추진하는 ‘신흥국형 GP(Global Partnership)’ 행사가 개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행사에는 토요타(Toyota), 다이킨(Daikin)등 글로벌 제조업체의 베트남법인 8개사가 국내 소재·부품사 베트남법인 20개사와 열띤 상담을 펼쳤다.
◇한류 앞세워 한국업체만의 이점 누려야 = 그러나 이처럼 베트남 시장 문을 두드리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급속으로 성장하는 1억 인구의 시장을 노리고 전 세계의 다국적 기업이 몰려들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투자 규모와 수출 실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베트남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한류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문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베트남에서는 8일부터 10일까지 한류 박람회가 열렸다. 대‧중소기업 협력을 통한 상생 마케팅은 물론, 한류스타와 파워블로거를 연계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들이 선보였다. 한편으로는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수출마케팅 혁신과 가시적 수출성과 확보라는 일거양득을 꾀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대형 유통망은 해당 기업이 보유한 현지 유통망 및 진출 노하우를 활용하여 중소기업의 베트남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한류스타 송지효, 아이콘(iKON), 스누퍼 등이 VR기술이나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중소기업 마케팅에 기여하기로 했다.
또한, 현지 마케팅 강화를 위해 10만명이 넘는 베트남 MCN 파워블로거 4인을 활용한 제품 홍보마케팅도 진행했다. 아시아 9개국에 방영된 뷰티예능 ‘송지효의 뷰티뷰’나 한·베 공동제작 육아예능 ‘오마이베이비’의 PPL제품 등을 중심으로 현지 소비자와 바이어의 흥미를 끌어, 관련 라이센싱 상품 수출도 지원할 예정이다.
김재홍 KOTRA 사장은 “베트남 시장은 소비인구가 1억 명에 육박하고 높은 경제성장률로 유망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베트남 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우리 기업은 이번 한류 박람회처럼 현지의 높은 한류 선호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개발해 제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각하는 동시에 한·베 FTA 등 원활해진 수출여건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보다 정교한 시장진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한국에 베트남은 ASEAN 최대 투자 대상국이며, 베트남에 한국은 누적 투자액 558억 달러에 이르는 외국인투자 1위국”이라며, “이러한 양국 간 경제협력은 2015년 한-베트남 FTA 발효를 계기로 한층 긴밀해지고 있으며, 올해 양국 수교 25주년을 맞아 양국 경제협력이 더욱 공고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영채 기자
한국무역신문 wtrade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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