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베트남 리포트’가 발표한 ‘베트남 500대 기업’에 따르면 전년에 2위였던 삼성전자 베트남이 베트남 최대 국영기업인 페트로베트남을 제치고 최대 기업으로 등극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유통업체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에 주목했는데 고상구 회장이 운영하는 한국식품 유통업체 K마켓이 그 주인공이다. KOTRA 하노이 무역관이 하노이 하동에 있는 K마켓 본사에서 고 회장을 만났다.
- 오랜 베트남 사업을 통해 터득한 현지 소비자 공략법은?
“일반 매장 4~5개를 만들 자금이 매장 하나 여는 데 투자되고 있다고 할 만큼 K마켓은 프리미엄 마켓으로 거듭나기 위해 인테리어 리모델링은 물론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프리미엄화 전략이 성공한 최초 사례는 K마트 1호점인데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를 위해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으며 다른 한인 마트에서 판매하지 않는 핫한 아이템들을 들여와 진열했다. 워낙 고가라 팔리지 않더라도 그런 상품들을 진열함으로써 매장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다.”
- K마켓의 프리미엄화 전략은 차별화 전략과도 연계되나?
“K마켓이 다른 마트 매장과 다르다는 것을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다 보면 투자비 때문에 제품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소비자의 가격 저항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상품과 서비스 차별화는 필수다.
현재 하노이 시내 한인 거주지역에 있는 K마켓의 경우 교민 편의를 위해 세탁 및 수선 서비스 업체가 입점해 있으며 베트남 관광객을 겨냥해 현지 특산물을 자체상표(PB) 제품으로 판매하면서 다른 식품 유통매장과 차별화된 구성을 추구하고 있다.”
- K마켓의 목표 고객은 누구인가?
“K마켓이 한인 마트의 한계에서 벗어나 베트남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주 사업이 한국 식품 소매가 아니라 B2B 비즈니스였기 때문이며 따라서 K마켓의 목표 고객도 애초부터 베트남 소비자였다. 베트남 최대의 한인 거주지역인 호찌민이 아닌 하노이에 근거지를 둔 K마켓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현지인을 대상으로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B2B 사업 확대를 통해 현지 고객 수요기반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 점차 가열되고 있는 베트남 소매 유통시장에서 경쟁전략은?
“서클K, 세븐일레븐 등 해외의 식품 소매유통 대기업들의 베트남 진출로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우리는 B2C 사업보다 B2B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 거래처에 대형 유통매장과 편의점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베트남에 진출하는 유통업체가 많아질수록 우리에게 유리하다. 현재 K마켓은 토종 유통업체인 빈마트는 물론 빅씨(태국), 이온몰(일본), 롯데마트(한국) 등 국내외 유통기업에 한국 제품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주요 호텔과 현지 식음료 업체에도 한국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다. 우리는 타사가 안고 있는 현지산과 수입산 제품 간 판매비중에 대한 고민과 제약이 없고 K마켓 자체적으로 제품을 발굴해 직접 수입하기 때문에 판매 제품을 다양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제품 다양화로 한국 마트의 이미지 지우겠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K마켓 매장에 따라 판매 제품의 40~50%가 베트남 식품인 곳도 있다. 한국 제품의 비중을 30%까지 낮추고 제3국 제품 수를 점차 확대하겠다. 품목을 한국 식품으로 한정해서는 매장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제품을 함께 판매해야 더 많은 매장을 낼 수 있다. 제3국 수입품의 취급비중이 늘면 매장별로 판매되는 한국 식품의 비중이 줄겠지만 매장 수 확대로 한국 식품 매출은 줄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계획의 일환으로 아직 베트남에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은 중국, 남미, 아프리카 식품들을 들여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여러 해외 식품 박람회를 방문하는 등 신규 제품 발굴을 위해 세계 각국을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 베트남에서의 목표는?
“베트남 경제의 호황으로 이곳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한인 교민이 계속 증가하겠지만 중국에서처럼 투자환경 변화와 시장 이동으로 언젠가는 교민 수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한인 교민을 상대로 한 시장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현재 베트남에서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 중인 푸꿕 섬을 비롯해 남부지역에서 매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며 시장 확대를 위해 한국 식품 유통업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의 임원 출신들을 초빙해 베트남 전역을 아우르는 유통망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 베트남 사업의 지론과 성공을 위한 조언은?
“번 만큼 투자해야 한다. 나는 30대 초에 겪은 파산 경험과 이후에도 계속된 사업 실패로 빚지는 걸 끔찍이 싫어하게 됐다. 그래서 은행융자를 비롯한 외상거래를 절대 하지 않는다. 물론 부채도 전혀 없다. 이 말은 곧 내가 베트남에서 소신대로 사업할 수 있는 요인이 자기 자본을 토대로 한 여유 있는 자금 운용에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빚도 없지만 저축한 돈도 없는데 버는 족족 매장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사업 지론은 다양한 투자를 통해 고객에게 돌려줘야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내가 번 돈을 나 혼자 가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 보다 좋은 매장환경을 만들고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번 돈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법이다.”
- 베트남 진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베트남은 종잡을 수 없는 나라이지만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을 수 있는 나라다. 현지인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파트너를 대우하고 인정해야 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대하면 그것을 알고 베푸는 게 베트남 사람이다. 현지 관료나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물질적으로든 뭐든 성의 표시를 해야 할 때는 아까워하지 말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
- 한국 식품과 소비재의 현지 시장성은?
“한류는 물론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쌓은 이미지 덕분에 현지 소비자들의 한국 제품에 대한 인식은 매우 좋다. 농산물을 포함한 한국 식품 판매와 관련해 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조성돼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다. 이 시장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이제는 동종 업계 종사자 간 건전한 경쟁을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야 할 때다. 업체 간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지양해야 하며 자기만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