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말레이시아에서 '대박라면' 출시 2주만에 80만개 판매
삼양, 인도네시아에서 할랄인증 라면 한 달 동안 30억 원어치 팔아
농심, 부산공장서 '할랄 신라면' 생산해 40여개 이슬람 국가에 수출
국내시장에서 정체를 겪고 있는 라면업계가 무슬림 인구들이 많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제품과는 별도로 무슬림 시장에서 필수인 '할랄(Halal)' 인증을 받은 라면을 통해 현지에서 성장세를 보이는 추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말레이시아에서 선보인 한국식 할랄푸드 '대박라면'을 출시한 지 2주 만에 80만개를 판매하면서 1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식품업체 마미더블데커와 합작해 신세계마미를 설립한 신세계푸드는 최근 첫 제품으로 '대박라면 김치맛', '대박라면 양념치킨맛' 등 2종을 선보였다. 김치찌개나 양념치킨의 맛을 내는 동시에 말레이시아 자킴(JAKIM·이슬람개발부)의 할랄 인증을 획득하면서 현지에 맞게 특화시켰다.
할랄은 '허용되는 것'을 뜻하는 아랍어로 '먹어도 되는 식품'을 말한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 도축, 처리, 가공된 식품과 공산품에 부여하는 기준이다.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은 할랄 인증제품만이 위생적이며 맛, 질, 신선도가 뛰어난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으로 믿는다.
이를 감안해 할랄 인증을 받아 선보인 대박라면은 말레이시아에서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단 2주 만에 당초 계획했던 연간 목표 80억원의 13%에 해당되는 판매량을 달성했다.
특히 대박라면 봉지라면(4개입)의 가격이 18.8링깃(한화 5155원), 컵라면은 4.6∼5.2링깃(1261∼1425원)으로 현지 판매 라면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가격임에도 거둔 실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큰 성과라는 게 신세계푸드의 분석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 동남아에서 가장 한국적인 맛으로 알려져 있는 김치와 양념치킨 두 가지 맛에 대한 호기심이 늘면서 기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얻고 있다"며 "무슬림이 제품 구매시 가장 중시하는 자킴(JAKIM)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는 점도 현지에서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할랄 인증 라면제품으로 동남아에 진출한 다른 라면업체들도 현지에서 성장세를 보이는 분위기다.
2014년부터 꾸준히 한국이슬람중앙회(KMF)와 인도네시아의 무이(MUI), 중동의 에스마(ESMA) 등으로부터 다양한 제품의 할랄 인증을 추진하고 있는 삼양라면도 지난해 동남아에서 기록한 수출액 600억원 가운데 할랄 제품만 수출하고 있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무이 인증을 받은 뒤 올해 2월부터 할랄 제품을 본격 수출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월 평균 30억원의 수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할랄 인증이 인도네시아까지 확대된 만큼 올해 동남아 수출은 전년 대비 50% 늘어난 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심은 할랄 인증을 받은 신라면을 중심으로 주요 이슬람국가 라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11년 4월 부산공장에 할랄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할랄신라면'을 출시해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40여개 이슬람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농심의 할랄 라면 수출 역시 해마다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장기적으로는 할랄 전용 브랜드도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올 3월 중동 수출을 위해 에스마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면서 "중동에 본격 수출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초가 되는 할랄 인증부터 받아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농심 관계자도 “할랄신라면의 지속적인 수출증가는 한국의 매운맛이 종교와 인종을 초월하며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 다양한 할랄제품을 개발해 거대한 할랄식품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