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에서 ‘제17기 글로벌무역인턴십’에 참가한 청년들이 해외의 주요 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겪은 생생한 초보 무역인으로서의 체험들을 엮어 ‘도전하는 청춘, 글로벌 드림’이라는 책(e북)을 냈다. 이들은 2017년 2월부터 8월까지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에서 ‘글로벌 인턴’으로 근무했다. <한국무역신문>에서는 이 가운데 10여개를 골라 지면에 싣는다. …◇
호치민에 도착한 첫 날, 듣던 대로 베트남에 오토바이가 많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토바이가 아무리 많아도 이렇게 많을 줄이야! 거리를 채운 오토바이의 물결은 상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 오토바이들이 달리는 차들 사이를 쏙쏙 피해 앞으로 나가는 동안 교통정체는 어마어마했다. 자동차들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오토바이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반면, 오토바이는 베트남의 도로를 평정하는 무법자와 같았다. 실제로 베트남에는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은 개가 아니면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베트남에 이렇게도 많은 오토바이가 있는 만큼 오토바이를 위해 편리한 체계가 갖춰져 있는 것은 당연하다. 베트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토바이와 관련된 신기한 문화를 살펴보자.
첫째, 베트남에는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이 따로 있다. 식구 수만큼 오토바이가 있는 나라가 베트남이다. 그러다 보니 마트나 쇼핑몰에 물건을 사러 가거나 회사에 출근을 하면 오토바이를 안전하게 주차할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타고 전용 주차장에 들어가면 입장시간이 기록된 카드를 준다. 용무를 마치고 오토바이를 몰고 나가면서 받았던 카드를 내밀면 입장시간과 퇴장시간을 계산해 주차요금을 받는다. ‘무료 오토바이 주차’를 내걸고 영업하는 식당도 많고, 공용 주차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오토바이다.
둘째, 인도와 차도의 경계석이 경사져 있다. 우리나라는 인도와 차도를 나누는 경계석이 직각으로 되어 있어 오토바이나 차량이 함부로 인도에 올라오는 것을 막게 되어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반대로 경계석이 경사져 있어서 오토바이가 쉽게 인도에 올라올 수 있다. 인도에 주차된 오토바이를 보는 것도 흔한 일이고, 길이 막힐 때 잽싸게 인도로 올라와 질주하는 오토바이도 많다. 덕분에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신기한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오토바이에 탄 채 인도에서 물건을 사는 장면이다. 오토바이에 앉아 가게 점원에게 이것저것 사고 싶은 물건을 가져오라고 소리친다. 점원이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들고 나오면 손님은 오토바이에 탄 채 물건 값을 계산한다. 오토바이에서 내리지 않아도 물건을 살 수 있다니, 오토바이가 발과 같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이 얼마나 편리한 시스템인가!
셋째, 택시를 잡아타듯이 오토바이를 잡아탈 수 있다. 우버나 그랩처럼 택시나 자동차를 불러서 탈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에도 당연히 오토바이를 부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길가에서도 오토바이 운전수들이 지나다니는 사람을 부르곤 한다. 오토바이에 타지 않겠느냐는 호객행위다. 이때 오토바이나 택시를 타고자 하는 사람은 주먹을 쥔 상태에서 검지만 쭉 펼친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엇인가를 가리킬 때 하는 동작이지만, 베트남에서 팔을 45도 각도로 세운 채 검지를 펼친다면 오토바이나 택시가 멈춰 설 것이다.
오토바이는 베트남 사람들의 삶의 일부분이다. 비 오는 날에도 오토바이를 탈수 있도록 오토바이 전용 우비가 있을 정도다. 친구들과 놀러 갈 때, 쇼핑할 때, 출퇴근할 때, 오토바이는 베트남 사람들의 발이 된다. 베트남에 왔다면 무서워도 한번쯤 오토바이를 타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