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보다 베트남

kimswed 2018.09.28 09:13 조회 수 : 47

 

 

한국기업의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올 상반기 처음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를 추월했다. 한국은 베트남에 대한 최대 투자국이 된지 오래다. 사진은 하노이 시내 지하상가로 한인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사진=한국무역신문 DB]

 

 

규모 대형화하고 소비재·서비스로 확산

 

 

한국은 베트남에 대한 최대투자국이다. 베트남 기획투자부(MPI)의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자본유치를 시작한 1988년 이후 2017년 말까지 누적 기준으로 한국은 6600여 건의 프로젝트에 578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2위 투자국인 일본보다 무려 17%나 많은 금액이다.

 

 

이후에도 투자 모멘텀은 계속 이어져 올 상반기 기준 한국의 대 베트남 누적 투자는 6957건, 616억7000만 달러로 여전히 1위다. 올 상반기 한국의 베트남 직접투자액은 19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전체 투자액(19억5000만 달러)을 상회하고 있으며, 처음으로 대중국 투자규모를 넘어서고 있다.

 

올 상반기 대중 투자액은 15억9568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억8731만 달러보다 46.8% 늘었지만 대베트남 투자액보다는 3억7513만 달러 적었다.

 

●한국의 대 베트남 투자패턴 = 한국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는 몇 가지 패턴과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첫째, 1992년 양국간 국교정상화 이후 주로 노동집약적인 의류, 섬유, 신발제조업을 중심으로 진출했다. 한국기업으로서는 저가노동력을 활용하고자 하였고 베트남 내에 대규모 고용창출에 기여한 바가 크다. 둘째, 2000년대 초부터는 삼성전자의 예에서 보듯이 전기전자 조립을 중심으로 투자산업의 부가가치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추세는 디스플레이, 자동차 CKD생산 등 기간제조업으로 확산됐다. 전기전자 조립업, 자동차 CKD 생산은 수백 여 개 부품 협력업체들의 동반진출 계기가 됐다. 이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베트남의 부품산업 육성에도 기여하기 시작했다.


셋째, 최근 들어 전통산업에의 투자규모는 대형화 하면서 소비재 상품과 서비스산업으로 투자분야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CJ와 롯데그룹을 위시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진출,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 일용소비재)로 대변되는 소비재 산업 진출에 이어 부동산과 금융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베트남의 높은 제조역량과 노동력을 활용한 제조업 기반 진출과 ▷인구증가 및 경제성장과 맞물려 함께 강화되고 있는 구매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소비시장을 선점 및 장악하기 위한 투자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2015년 말에 발효된 한-베 FTA 이후 한국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는 다양한 방면으로 추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2018년도 한해에만 8월말까지 700여 개의 한국계 신규 프로젝트가 등록되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확산세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한국기업 투자의 기여도 = 투자산업이 다양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수출을 염두에 둔 제조와 가공업에 73% 정도 비중으로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진출 산업을 좀 더 다양화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며, 향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그 투자의 다양성이 돋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제1투자국으로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베트남의 수출 및 고용창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베트남 상공회의소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 투자기업들은 베트남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공식적으로 70만 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실제로 한국기업들의 베트남 내 고용창출은 100만 명을 훨씬 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한국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는 양국 간의 교역에도 크게 영향을 미쳐, 한국은 베트남 입장에서 2대 수입국이며, 4대 수출국으로서 전체 교역규모로 중국에 이어 2위의 교역대상국 위상을 가지고 있다. 2017년도에 639억 달러를 기록한 양국간 교역규모는 2020년 경에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중요성 = 베트남 경제는 외국기업들이 진출하여 원재료와 중간재를 들여다 제조 및 가공하여 재수출하는 ‘제조수출’ 경제로 정의된다. GDP 대비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하며, 베트남 국가 전체 수출의 72%정도가 외국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외국자본 의존도가 크다.

 

7%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에 맞는 인프라 투자에 대한 외국기업들의 요구와 다양하게 확산되는 투자진출 산업에 맞게 정부의 투자유치지원정책도 고도화 되어야 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그래서 올해로 외국인 자본유치 30주년을 맞이하는 베트남 정부는 새로운 외국인 자본유치 정책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고 있으며 조만간 그 정책에 대한 대정부 보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정책 변화 = 베트남 내 제1위 투자국으로서 한국은 대부분의 타국 투자가들과 마찬가지로 베트남 투자 시 투명하고 간결한 기업지원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국가의 빠른 경제성장에 맞는 인프라 투자를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 도로, 항만, 물류 등 기반시설이 경제성장 속도를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재정확보와 기업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베트남 정부에서는 공기업들에 대한 정부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로 외국투자가들이 투자할만한 적절한 매물을 시장에 적시에 공급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베트남 정부의 민영화 대상기업 85개 사 중 상반기에 19개사를 진행시키는 데에 그쳐 그 속도 또한 지지부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진출산업의 다양화와 고도화를 도모할 수 있는 인적자원의 양성과 확보 또한 중요한 변곡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베트남에 대한 일부 한국 투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염두에 두고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내 거점 생산기지로 삼으려 하는 의도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TPP 탈퇴 등 베트남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강화로 인한 투자전략 수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미중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따른 외국인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지원정책과 고민도 필요한 부분이다.


사업인허가 취득 과정에서의 복잡한 대관업무, 기업 및 사업정보의 접근성, 적절한 현지파트너의 섭외 등 아직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회와 도전 =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베트남은 젊고 교육열이 높아 뛰어난 제조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또한 전반적인 가처분 소득이 상승하여 2020년경에는 중산층의 인구가 4400만 명에 이르고 이는 강력한 소비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많은 한국기업들이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공략의 거점으로 삼으려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조경쟁력과 소비잠재력에 이어 베트남이 자국산업 경쟁력을 보완한다면 그 파급력은 강력해질 것이다.


한국정부에서는 베트남을 신남방정책 구현의 핵심지역으로 삼아 동남아시아 내 거점 제조 중심지로서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며,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일용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소비시장 분야 진출에서도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자국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베트남 정부의 산업고도화 전략에 부응하는 선제적인 투자전략도 유효할 것으로 판단한다.


▷현금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한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핀테크 분야 ▷62%에 이르는 무선통신기기 보유율에서 보여주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잠재력을 겨냥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물류투자와 현지 기반이 탄탄한 농축산 등 1차산업 분야에도 한국기업들의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최근에는 빠른 진출을 도모하기 위하여 기존 기업을 인수하는 M&A 투자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전체 외국인투자의 25% 정도가 M&A 형태로 유입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며, 한국기업들도 이러한 기회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동철
KOTRA 하노이무역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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