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기획투자부 산하 사회경제정보예측센터(NCIF)는 베트남의 GDP가 향후 수년간 계속 증가할 수 있지만, 미·중 무역 긴장의 결과로 향후 5년간 GDP 증가분에서 매년 2억6500만 달러어치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NCIF는 미·중 무역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회의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이번 분쟁이 올해 베트남 경제에 큰 타격을 주기 시작했고 아마도 2020~2021년 베트남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정부 산하 기관이 무역 긴장의 영향으로 비관적인 견해를 밝힌 것과 달리, 스탠다드차타드 (Standard Chartered) 및 ANZ와 같은 은행들은 2018~2019년에는 베트남 경제가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무디스(Moody’s)가 발표한 베트남의 2018년 경제성장률은 6.7%에 이를 전망이다. 베트남 통계청이 10개월간 무역실적을 바탕으로 예측한 2018년 수출증가율은 11.8%, 무역흑자도 50억 달러다. 이는 역대 최고의 실적 전망이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베트남이 2018년에 7.0%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애초의 예상치인 6.8%보다 높다고 밝혔다. 제조업과 건설업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분야로 예측했다.
베트남 통계청(GSO)은 10개월 동안 산업생산지수(IIP)가 10.4% 상승한 것으로 보고했다. 이는 10개월간 IIP 실적의 비율이 7% 오른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이라고 밝혔다.
무역 전쟁으로 인해 중국을 비롯한 다수의 동남아 국가들이 2017년 말 대비 10% 정도 자국 통화 가치에서 손실을 보고 있으나, 베트남의 환율은 2.6% 상승에 그치고 있다. 베트남의 외환시장 관리는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여전히 베트남의 외화 보유액은 600억 달러에 달한다.
HSBC 은행의이 34개 시장에서 8500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기업들은 국제 무역협정 및 전망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낙관적이며 현재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보도에서 미·중 무역 전쟁의 승자는 없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일반적 논리이지만 동남아 기업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재료를 수입하는 베트남의 최대 수입대상국이고 미국은 베트남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베트남 관세청에 따르면 미·중 무역 전쟁의 영향으로 중국 위안화는 9개월 전보다 베트남 동화 대비 7.4%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으로부터 재료를 수입하던 베트남 기업은 저렴하게 수입할 기회라고 말한다. 그러나 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업자들은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트남 고무협회(VRA)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부품에 대한 최근 미국의 관세는 베트남의 고무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베트남의 고무 원료 수입국이며, 수입량의 70%가 타이어 생산에 사용되었다. 무역 전쟁의 여파로 타이어 생산량이 줄면서 26만 명의 고무 재배 가구를 포함한 수십만 명의 고무 관련 근로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철강 수출이 감소하면서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철강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 산업자원부는 2018년에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을 하던 가구, 전자제품 등의 품목도 수출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자, 이를 피하기 위해 거대한 스마트폰 제조업체 애플이 중국에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사업을 전환하려고 한다. 부품 업체를 비롯하여 협력업체들도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중국의 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430개 미국기업 중 2/3가 무역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30%는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이전을 고려 중이다. 무역 전쟁이 다소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들은 이번 기회에 생산기지를 다변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베트남의 수출액은 무역 전쟁의 영향 속에서도 여전히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수출은 2018년 들어 높은 수출 증가세는 주춤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베트남 수출 시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특히 무역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석운 베트남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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