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와 손잡고 대응한 FTA 사후검증
L사는 자동차 전장부품 전문 기업이다. 파워 윈도 스위치, 인테리어 램프 등 자동차 센서, 내부 스위치 모듈, 전자제어 유닛(ECU), 릴레이, 바디컨트롤시스템 등 다양한 자동차 전자전기 제어장치를 생산하고 있다.
L사는 1973년 설립됐다. 1987년부터는 연구개발(R&D) 센터도 별도로 설립해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1991년에는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2003년 중국 제2법인, 2008년 인도 법인 등을 추가로 세우며 해외 판매 경로 확보에 공을 들였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해외 8곳에 법인과 5곳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업체로 도약했다.
L사는 여러 국가에서 꾸준히 매출을 늘리고 있다. 해외 매출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기업이다. 이에 전체 매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3년 6억 달러에서 2016년 8억 달러 수준으로 연간 5% 이상 성장했다.
기술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한국의 연구개발본부를 비롯해 세계 법인에서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술 디자인, 전기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 전체 연구개발 전담 엔지니어만 400명이 넘는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회사는 2007년 전자부품기술대상 동상, 2008년 전자부품기술대상 은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국내외 주요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로부터 우수개발 협력사로 인정받아 감사장이나 품질 우수상 등을 꾸준히 받아왔다. 회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축적 기술 노하우와 제품 신뢰도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미 FTA 발효되자 급관심
L사는 FTA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L사뿐만이 아니었다. 수출이 많은 업계였지만 한-EU FTA가 발효될 때만해도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L사의 경우는 특히 북미 지역 등에 나가는 물량이 많아 그랬다지만 부품업체는 물론 완성차 업체도 FTA 준비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미 FTA가 발효되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L사 담당자도 당시 FTA가 체결되자 이를 받아들이는 업계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언론 뉴스에서도 연일 보도됐던 것은 물론 관세청 등 관련 기관에서도 한-미 FTA의 중요성에 대해 홍보를 많이 했다. 업계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1차 협력사들이 앞장서 대응을 준비했다.
L사도 FTA 대응 준비에 필요성을 느꼈다. 당시 영업 현장에서도 관련 업계의 FTA 대응을 얘기하고 있었고 관련 보고가 회사로 속속 들어왔다. 직수출을 했던 북미 지역 등에서 바이어들의 요구가 있다는 것이었다.
FTA 활용을 위한 만반의 준비
L사는 FTA 활용을 위해 먼저 FTA 지원체계와 활용체계를 탄탄히 구축했다. 영업·구매본부장에서 FTA 파트장과 담당자 두 명에 이르는 조직 체계를 정리했다. FTA 활용 전담조직을 꾸려 원산지 업무 대응과 판정, 사후검증 대응, 협력사 교육 등을 수행하게 한 것이다.
협력업체와 FTA 지원 정보공유 체계도 만들었다. 협력업체의 문서 작성 관련, 시간 소요나 기재 오류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원산지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후 시스템 노후화와 협정 등의 증가로 지난 2017년 약 2억 원을 들여 신규로 시스템을 다시 개발했다. 이로 인해 협력업체 원산지 문서 보관 및 자동 오류탐지로 기재 오류를 사전에 막고 서명권자 관리, 확인서 발급 시 HS CODE별 원산지 결정기준 데이터의 동기화 등 업무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협력업체 FTA 활용 교육도 중요했다. L사는 연중 약 4회 이상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FTA 원산지 관리 및 문서작성 교육을 시행했다.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교육은 모두 34회가 진행됐고 누적 700개 이상의 회사가 참여했다.
이는 협력업체와 L사에 큰 힘이 되었다. 교육 과정을 거치며 협력업체 FTA 담당자들이 해당 업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원산지 판정 방법 등에 전문성을 갖추게 된 것이다.
FTA 활용으로 공급 경쟁력도 확보했다. 회사는 해외법인의 공급 품목에서 한-중 FTA를 적용해 관세절감 혜택을 봤다. 해외 법인의 생산 경쟁력도 갖추고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협력업체 교육 덕 본 사후검증
하지만 FTA는 활용 준비가 끝이 아니었다. 회사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L사에게도 FTA 원산지 사후검증은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L사 혼자만 잘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협력업체의 지원이 있어야 했기에 더 힘든 업무였다.
L사는 일부 경우에는 인보이스 단위로 들어오는 검증 요청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법인 로컬 거래 중에는 특정 업체가 FTA 업무에 대해 이해를 못해서 해당 상품 물량이 소량일 때 FTA 적용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판단해 하지 않은 적도 있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관세 이익이 적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2015년의 경우 7개월 동안 190개에 달하는 품목에 사후검증을 진행하며 밤낮없이 일한 때도 있었다.
[FTA 원산지 사후검증 대응완료 40회 358품목] (한-EU, 한-미 FTA)
•2012년 1회 5품목 - EU 서울세관 방문검증
•2013년 7회 55품목 - 미국 CBP, 서울본부세관, 인천본부세관
•2014년 5회 9품목 - 미국 CBP, 서울본부세관
•2015년 19회 234품목 - 미국 CBP, 서울본부세관
•2016년 5회 23품목 - 미국 CBP
•2017년 1회 10품목 - 미국 CBP, 부산본부세관
•2018년 2회 22품목 - 미국 CBP
L사 협력업체는 사후검증 작업이 더 어렵게 느껴졌다. L사는 전장 부품을 모듈화 해 수출하는 기업이기에 부품마다 원산지 인증이며 제조공정 영문화 작업 등을 모두 거쳐야했다. 영세한 협력업체는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L사는 이 어려움을 협력업체에 힘을 더해주며 함께 이겨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미 FTA 검증 시 협력업체 담당자들의 국문 문서의 영문 번역 업무를 지원했다. 가령, 이런 용어는 이런 단어를 써야 한다든지, 관련 문장의 표현은 어떻게 해야 된다든지, 상세 매뉴얼을 제공해 업무 부담을 함께 줄여 나갔다. 생산자인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의무로 지워지는 일이었지만 도움을 줌으로써 업무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함께 사후검증 입증에 성공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와 결속력을 다지는 효과도 볼 수 있었다.
L사는 이런 준비 덕에 지금까지 총 40회 358품목에 FTA 원산지 사후검증을 무사히 대응할 수 있었다. 수출 품목의 원산지 사후검증이 잘 마무리되자 수입 거래처, 국내 완성차 고객사 등은 L사의 FTA 원산지 판정 및 관리업무를 믿고 거래를 맡길 수 있게 됐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지원실 제공
박스) FTA 원산지 사후 검증(Origin Verification)이란
체약당사국간 협정 또는 국내법에 따라 수입국에 통관된 수입물품의 FTA 특혜관세 수혜 요건 충족여부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혜관세 적용배제 또는 수입자 처벌 등의 조치를 취하는 행정절차다. 원산지 사후 검증의 목적은 관세 탈루 방지와 제3국산 제품의 우회 수입을 방지함으로써 FTA 협정의 효율적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