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수요 및 트렌드 분석과 빠른 배송은 기본
온라인 시장 진출로 24시간 판매·접점 확대 필수
중국인 비하 등 국민정서 자극은 금기 중의 금기
▲이탈리아의 유명 패션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중국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주의적 광고를 선보인데 대해 중국에서 보이콧 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상하이에서 열기로 한 패션쇼가 취소됐다. 논란의 광고 캡쳐 사진. [사진=뉴시스]
|
#1. 최근 중국 소비자들의 국민정서를 자극해 매서운 비난을 받은 기업이 있다. 바로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杜嘉班纳)다. 돌체앤가바나는 1985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됐으며, 구찌(Gucci), 프라다(Prada) 등에 버금가는 사치품 판매 기업이다. 중국에서의 2017년 매출액은 2억2000만 유로에 달했다. 그러나 2018년 11월 21일 돌체앤가바나는 중국인을 희화화한 광고 영상과 공동 창업자인 스네파노 가바나의 중국 비하 발언, 인스타그램 계정 해킹 등 거짓 해명으로 중국 시장에서 매장당할 위기에 몰렸다. 패션쇼가 취소되고 불매 운동이 벌어졌으며, 티몰(天猫), 징둥(京东), 샤오홍수(小红书), 웨이핀후이(唯品会) 등 많은 플랫폼에서 돌체앤가바나의 모든 상품이 퇴출됐다.
#2. 아마존(Amazon, 亚马逊)도 중국 시장에서 굴욕을 피하지 못했다. 1995년 미국에서 설립된 아마존은 2018년 포춘(Fortune)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8위, 2018년 글로벌 500대 브랜드 중 1위를 거머쥔 기업이다. 중국 시장에는 2004년 중국의 온라인 서점인 주오웨왕(卓越网)을 인수하면서 진출했다. 아마존의 2008년 중국 내 온라인 판매 시장 점유율은 15.4%에 달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8년 시장점유율이 0.8%로 폭락했다. 알리바바, 징둥 등 경쟁기업이 ‘双11’, ‘618’ 등 판촉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아마존은 아무런 판촉 행사도 진행하지 않았으며, 중국 전자상거래가 모바일 전자상거래로 전환하는 당시 모바일 UI와 결제시스템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던 탓이다.
이에 아마존 그룹은 2019년 7월 18일부터 제3자 공급상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내 전자상거래 업무를 퇴출시킨 셈이다. 다만 해외직구, 아마존 클라우딩 등의 업무는 계속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아마존의 실패에는 두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먼저, 중산층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해 사업을 진행해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체 물류 시스템으로 신속 배송을 내세우는 알리바바, 징둥, 쑤닝 등 중국 내 전자상거래 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평가다.
#3. 까르푸(Carrefour, 家乐福)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까르푸는 1959년 프랑스에서 설립돼 현재 유럽 최대 유통기업이자 글로벌 제2위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2018년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 68위를 차지했다. 중국 시장에는 1995년 진출했다. 22개 성시 51개 도시에 210개의 대형 매장 및 24개의 편의점을 세웠다. 그러나 2008년 프랑스 파리에서 인권 운동가들이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자를 대상으로 중국 인권 상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자, 중국에서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까르푸에 대한 불매 운동을 펼쳤다.
▲중국 상하이에서 사람들이 파리를 묘사한 벽화가 그려진 까르푸 건물을 지나가고 있다. 까르푸는 최근 중국 법인 지분의 80%를 쑤닝닷컴에 매각다. [사진=뉴시스]
|
이에 더해 가격표에는 저가로 표시해놓고 계산 시에는 값을 올려 받는 속임수로 소비자를 기만한 사실이 알려지자 까르푸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경쟁사에 비해 너무 느린 배송시간 및 높은 배송 가능 금액 등도 매출을 감소시켰다. 이에 따라 2019년 까르푸는 중국 유통기업 중 하나인 쑤닝에게 80%에 달하는 주식을 48억 위안에 매각해야만 했다.
위 세 기업들의 공통점은 바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외자기업’이라는 것이다. 외자기업이란 외국자본에 의해 중국에 설립된 기업을 말한다. 중국의 외자기업은 등록자본금과 자산총액에서 차지하는 주식 비중에 따라 크게 ▷중외합자기업 ▷중외합작기업 ▷외자독자기업 ▷외상투자주식유한회사로 나뉜다.
중외합자기업이란 중국기업과 외국기업이 합법적인 상황에서 공동 출자, 공동경영 등의 형식으로 설립한 기업이다. 외국자본의 출자 비중에 대한 법정 요구가 존재한다.
중외합작기업의 경우, 중국기업은 무형자산으로만 출자가 가능하며 외국 투자자가 투자를 먼저 회수할 수 있는 형태다. 출자 비중에 대한 강제적인 요구가 없다.
또한 외자독자기업은 외국자본이 100% 출자한 기업을 말하며, 외상투자주식유한회사는 외국주주와 중국주주가 공동으로 설립한 기업을 말한다. 이 경우 주주는 구매한 주식 비중에 대응한 책임을 져야한다.
한국무역협회가 16일 발표한 ‘중국 외자기업 실패 사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중국내 외자기업의 수는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기준 중국 외자기업 수는 53만9000여 개로 전년대비 6.8% 증가했으며, 2018년 기준 중국의 신규 설립 외자기업 수는 6만533개로 전년대비 69.8% 늘었다. 신규 설립된 외자기업 중에는 외자독자기업이 5만106개로 가장 많았다. 이는 85.5%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중국 정부도 외자기업 관련 정책과 투자 제한정책을 내놓고 있다. 2019년 3월 15일 중국 전인대는 외자3법(외자기업법, 중외합자경영기업법, 중외합작경영기업법)을 통합한 외자투자법(外商投资法)을 통과시켰다. 이는 내년 1월 1일부터 정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외자투자법은 총 6장 42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권익보호, 외자유치, 외자투자 촉진, 외자투자 보호 등에 대한 기본적인 규범이 포함돼있다.
또한 2019년판 외상투자 진입특별관리조치(네거티브리스트)도 새롭게 발표했다. 리스트 내의 제한 사업은 기존 48개에서 40개로 감소됐으며, 서비스업, 제조업, 광업 및 농업 분야에서의 추가적인 개방이 추진된다.
동시에 자유무역시험구의 2019년판 네거티브리스트도 발표했는데, 여기에서도 제한 사업을 45개에서 37개로 감소시켰다.
이러한 네거티브 리스트에 포함된 산업 혹은 품목은 투자 금지, 주식비중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외자기업을 대상으로 한 개방 확대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으므로 외자기업의 진입 환경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 외자기업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수요를 빠르게 파악해 트렌드를 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의류 유통기업의 경우, 자국에서 통한 일상복 위주의 독자브랜드 유통전략은 실패하기 쉽다.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할 만한 디자인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 시장 진출을 통한 24시간 판매 및 소비자 접점 확대는 필수며, 효율적인 물류 관리 및 빠른 배송 시스템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에 진출을 희망한다면 ‘30분 내 배송’까지 진화한 중국 현지 배송경쟁에서 살아남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돌체앤가바나와 까르푸의 사례에서 보듯 중국인의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라고 강조했다.
민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