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인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의 제품이라도 ‘가격’이 판매의 핵심요소로 작용하는 해외시장에서는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자유무역협정(FTA)은 협정국가 제품의 수입관세를 철폐 또는 감소시켜 현지 진출 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FTA를 활용하려면 제품이 협정국의 원산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원산지 기준은 협정 체결 국가들마다 다르다. 따라서 수출기업은 수출을 원하는 제품의 목표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다양한 원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내 유일 나사체결시스템 전문기업 S사는 1969년 공구류를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해 다양한 특성의 공구 생산 및 수많은 산업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공구와 관련된 저변 기술을 축적했다. 1980년 일본 H사 전동 드라이버의 국내 조립 및 판매를 계기로 나사를 체결하는 특정 공구로 사업영역을 전문화시켰고, 이후 전동 및 공기압 드라이버, 다축자동체결기, 나사자동공급기 등의 조립, 현장 설치 및 운영을 통한 설계와 제작기술을 쌓아왔다.
1996년 법인 사업자로 전환을 통해 제조업체로 새출발한 S사는 독자적인 디자인과 설계를 기반으로 수지식 전동드라이버 개발에 착수, 2년 후인 1998년에 독자 브랜드인 SM 시리즈 생산을 시작했다.
전동 드라이버는 공장에서 스크류 드라이버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공구다. 과거 수지식 전동드라이버는 전량 일본 및 대만산 수입제품에 의존해 왔으며 제품의 정밀성, 수요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다른 전동공구와는 전혀 다른 시장을 형성해왔다.
S사는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전동 드라이버를 외국산 제품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꾸준히 독자적인 기술 개발 노력을 해 왔으며, SM 시리즈는 첫 성과물이다.
이후 S사는 각 산업현장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는 각종 전동드라이버, 체결품질 관리를 위한 계측기, 나사공급기 등을 연이어 개발해 국내외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우리나라 유일의 전동 드라이버 전문생산업체로 자리 잡았다.
수입관세 5~8%, FTA 활용하면 ‘0’
수출 확대를 위해 해외전시회 참가, 딜러망 구축 등의 노력을 기울이던 S사는 자연스레 FTA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FTA를 활용하면 해외 거래업체들이 S사의 제품을 구입할 때 수입 관세를 내지 않거나 낮은 관세를 물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제품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중국과 대만, 일본 등 경쟁업체와의 치열한 가격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무관세는 S사의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기술력에 대해서는 최고를 자부하면서도 FTA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웠던 S사는 지역 FTA활용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FTA활용지원센터는 FTA컨설팅, FTA교육 및 설명회, 해외마케팅, 국제인증, 업종별 간담회 등 지역 중소기업의 FTA 활용 제고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상황을 반영해 관세사와 원산지관리사 등 전문가들이 직접 기업을 찾아가 실시하는 ‘기업방문 1:1 FTA 컨설팅’은 ▷FTA법령 및 협정 ▷관세정보 ▷HS품목분류 ▷FTA 서류작성 지원 ▷업체별, 품목별 인증수출자 인증 취득 등 FTA 시스템 도입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며, 컨설팅 종료 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FTA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FTA 협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품이 FTA에 부합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전동드라이버 제품의 대표 HS코드인 ‘8467.92-0000호(압축공기식 수지식 공구 부품)’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해당 HS코드는 한국이 체결한 FTA의 양허품목 목록에 속해 있다.
또한 유럽연합(EU)과 미국, 아세안(ASEAN) 등은 5~8%의 기준관세가 FTA 발효 즉시 철폐되었으며, 중국은 6%의 기준관세가 발효일을 시작으로 5단계에 걸쳐 매년 균등하게 철폐되어 발효 5년차 1월 1일부터 무관세가 적용된다. 무역업계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수입관세가 2% 낮아지면, 소비자 가격은 10% 인하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니, 5~8% 수입관세 철폐는 수입자나 수출자 모두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전동드라이버, 품목별 기준 해당
FTA 양허품목 여부를 확인한 다음 단계는 제품이 FTA 협정에서 규정한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시키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원산지결정기준은 크게 여러 품목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일반기준’과 특정품목에 대해 적용되는 ‘품목별 기준’으로 나뉜다.
전동드라이버는 FTA 협정별로 세부적인 내용의 차이가 있으나 큰 틀로 놓고 봤을 때 ‘품목별 기준(PSR, Product Specific Rules)’으로 규정했다. 품목별 기준은 협정별 또는 물품별(HS코드 6단위 기준)로 상이하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활용하고자 하는 협정과 물품별로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한-EU FTA의 경우 ‘모든 호(그 제품의 호는 제외한다)에 해당하는 재료로부터 생산된 것’ 또는 ‘해당 물품의 생산에 사용된 모든 비원산지재료의 가격이 해당 물품의 공장도가격의 45%를 초과하지 아니한 것’ 가운데 한 가지가 해당해야 한다. 한-미 FTA는 ‘다른 호에 해당하는 재료(제8407호, 즉 불꽃점화식의 왕복식 또는 로터리식의 피스톤식 내연기관의 것은 제외한다)로부터 생산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한-아세안 FTA는 ‘다른 호에 해당하는 재료로부터 생산된 것’이나 ‘40% 이상의 역내부가가치가 발생한 것’ 중 하나를, 한-중 FTA는 4단위 세번변경기준(CTH)을 충족해야 한다.S사는 전동드라이버를 ‘원산지 상품’으로 판정받기 위한 근거 서류 준비에 착수했다. 원산지 증빙서류는 일반적으로 ▷원산지소명서(관세법 특례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수출하는 제품의 원산지를 소명) ▷제조공정도(제조 과정을 도식화한 서류) ▷원재료명세서(BOM ; 생산, 구입, 납품 등 자재의 변동사항을 총괄적으로 파악) ▷원산지(포괄)확인서(국내 공급하는 물품의 원산지 확인 서류) ▷국내제조(포괄)확인서(특정 공정 수행 사실 확인 서류) ▷제조원가계산서(제조를 위한 재료비, 가공비, 직접경비 등 항목별로 계산하여 제조원가와 총원가를 산출한 서류) 등을 구비해야 한다.
원산지 증빙서류 작성 과정에서는 협력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부분품이나 원재료를 공급하는 협력사들이 원산지(포괄)확인서나 BOM 등의 문서를 정확히 기재하지 않으면 원산지 판정을 못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협력사들은 여력이 없어서 원산지 업무를 유지하는데 애로가 많다. 따라서, S사는 협력사들의 FTA 교육을 지원하고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 업무와 관련한 현안을 논의했다.
원산지 증빙서류를 취합한 S사는 ◯◯FTA활용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전동드라이버 제품의 원산지 판정 작업을 진행했다. ‘원산지 판정’은 대상물품의 생산과 관련된 정보(투입원재료 내역, 원재료의 HS코드, 원재료 및 상품의 가격, 원재료의 원산지지위, 제조공정 등)를 바탕으로 해당 원산지결정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말한다.
원산지 증빙서류 분석결과, 일부 부분품 또는 원재료가 수입산 비중이 높아 원산지 판정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에 S사는 원재료·부분품 공급선을 국내 기업으로 바꾸거나, FTA협정국으로 전환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관세청에서 운영하는 ‘중소제조기업 포괄원산지확인서 세관장확인제도’를 이용해볼만 하다. 이 제도는 세관장이 중소제조업체가 작성·발급한 포괄원산지확인서의 적정성을 확인해 신뢰성을 부여하는 제도로서 포괄원산지확인서를 작성·발급해야 하는 중소제조업체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세관장이 원산지를 확인해 준다.
세관장은 중소제조업체로부터 포괄원산지확인서와 그 입증자료를 제출받아 발급된 포괄원산지확인서가 해당 자유무역협정과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사항에 충족하는지를 심사해 확인하고, 수출자는 세관심사가 완료된 원산지확인서를 제공받아 수출품 원산지판정에 사용한다.
원산지 판정을 받은 S사는 유관기관의 도움을 받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을 받았다. 원산지인증수출자제도는 원산지증명능력이 있다고 관세 당국이 인증한 수출자에게 원산지증명서 발급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자율발급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로, 품목별인증수출자와 업체별인증수출자제도가 있다.
54회 무역의 날 3백만불 수출의탑 수상
이로써 원산지 업무 시스템을 구축한 S사는 해외마케팅에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전 세계 9개국에 확보한 판매·대리점을 통해 바이어들에게 FTA 관세 혜택을 홍보하는 한편, 공구 전문 전시회에도 참가하는 등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나갔다.
FTA 관세절감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기존 고객들의 만족도가 더욱 높아진 것은 물론, 신규 고객들의 관심도 부쩍 늘었다. 해외전시회에 부스를 마련해 참가하면 사전 약속이 없었던 바이어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이들 바이어들은 S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일본과 대만 제품을 취급해왔는데 기술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를 통해 S사는 유럽국가 전역에 판매망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 D사, 북미·멕시코 전역을 담당하는 미국의 M사에 수출을 시작한데 이어 말레이시아(T사), 베트남(B사), 인도네시아(D사), 중국, 대만 등 각 국의 유력 전동공구 유통기업들과 연이어 수출 계약을 체결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수출과 함께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제품을 수입할 때에도 FTA 관세혜택을 받아 국내 고객에게 받은 혜택만큼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S사는 2015년, 2016년, 2017년 약 300만 달러가량의 수출실적을 꾸준히 달성했고, 그 결과 2017년 제54회 무역의 날에 ‘3백만불 수출의탑’을 수상했다.
끊임없는 기술개발, 최고 업체로 도약
한편, S사는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활동을 통해 전동드라이버 명가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2003년 개발한 체결검증 시스템 SCOUT(스크류카운터)는 2005년 한국 및 미국에서 특허를 등록했으며, 2007년 개발한 하이브리드 드라이버 3종은 세계특허등록에 성공했다.
하이브리드 드라이버 3종은 S전자와 공동 개발해 공급을 시작했고 이어 추가 1종도 개발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의 S전자 현지 공장에서 S사의 제품을 사용 중이며 L사, H사 등의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에도 납품을 지속해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이와 함께, 자동화된 디지털 드라이버 시리즈 SH와 하이브리드 고토오크 등 고부가가치 제품도 개발해 수출시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S사는 제품 개념설계부터 시장 출시까지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1~2년 내 시장 출시 및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수출성공패키지 바우처 산업에 선정되어 해외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