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가 5월 들어 한 자리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기업들에게 코로나 이후에 대한 전략을 마련하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한중 교류와 교역에 막대한 악영향을 주었다. 적지 않은 관광객이 오가던 두 나라 사이에 관광객 흐름은 거의 0%에 근접했고, 유학생 교류, 신규 비즈니스 개척 등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한중 교류에 있어, 나쁜 측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개방을 통해서, 중국은 폐쇄를 통한 팬데믹을 가장 잘 통제한 두 국가가 됐기 때문이다. 팬데믹은 맑아진 하늘만큼이나 과거 한중관계의 암운들, 가령 사드 문제 등을 걷어내는 효과를 주었다.
양국의 교류 전면 재개나 시진핑의 방한이라는 이벤트가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이제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중관계를 염두에 둘 시간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산업이나 미래 기반이 바뀐 만큼 한국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중요해졌다.
이 상황에서 고려해볼 것 가운데 하나는 기업이나 지자체 등에 있어서 자신들과 궁합을 맞출 도시를 다시 찾아보는 것이다. 중국은 도시들의 규모나 위치, 문화 등이 워낙 다양해 한 도시의 인구가 우리나라에 버금가는 곳도 있고, 어지간한 도시는 우리 광역지자체에 버금가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중국을 하나의 나라로 보기보다는 각 도시를 분석해 우리 회사와 가장 잘 맞는 도시를 선택하고, 그곳을 교두보 삼아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이미 서울 정도의 도시 레벨을 가진 중국 ‘신1선도시’들을 중심으로 분석해 인사이트를 찾아보자.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
‘신1선 도시’는 15개로 매년 변동
중국의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로 350명의 연구원을 거느린 치엔잔산업연구원(前瞻产业研究院)이 5월 ‘2020년 중국 신1선도시 비교 보고(2020年中国新一线城市对比报告)’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중국의 도시의 구분에는 몇 가지 카테고리가 있다. 행정유형으로 구분한 직할시(直辖市, 베이징 등 4대 도시), 부성급시(副省级市), 지급시(地级市) 등도 그런 구분이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도시 구분은 ‘○선도시’하는 식의 구분이다.
이 구분을 하는 곳은 상하이에 있는 디이차이징(第一财经)이라는 매체의 신일선도시연구소(新一线城市研究所)다. 이 연구소의 보고서는 매년 발표되는 것이 원칙이고, 2019년 5월 24일에 나왔으니, 올해 발표도 멀지 않다.
우선은 큰 변화가 없는 만큼 지난해를 기준으로 중국 도시를 분석해 본다. 중국 1선도시는 ‘베이상광선’으로 불리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밖에 없다. 이 4도시는 절대적인 위상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넘사벽’의 도시다. 지난 10년 간 아파트 가격이 10배 이상 오른 도시들이다.
이 네 개 ‘지존도시’의 아래 단계에 신1선도시(新一线城市)가 있다. 신1선도시는 청두(成都)、항저우(杭州)、충칭(重庆)、우한(武汉)、시안(西安)、쑤저우(苏州)、톈진(天津)、난징(南京)、창사(长沙)、정저우(郑州)、동관(东莞)、칭다오(青岛)、선양(沈阳)、닝보(宁波)、쿤밍(昆明) 등 15개(도시 종합순위)다.
2019년의 경우 그 아래 ‘2선도시’는 우시(無錫)를 비롯해 30개고, ‘3선도시’는 70개, ‘4선도시’는 90개, ‘5선도시’는 128개다. 참고로 5선도시는 2018년부터 지정되기 시작했다. 5선도시라고 해서 무시할 수 없다. 랴오닝 푸순(抚顺)의 경우 인구가 200만 명, 지린 쓰핑(四平)은 인구 320만 명이다.
우선은 치엔잔산업연구원이 내 놓은 신1선도시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맞는 지역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신1선도시는 지속적으로 변해왔다. 청두와 항저우는 변함없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눈여겨 볼 도시는 쑤저우다. 쑤저우는 2018년까지 없다가 이후 7위, 5위, 6위로 약진했다.
최근에는 우시와 쿤밍이 1선도시와 2선 도시의 경계에서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이 보고서는 확실한 안정권 신1선도시로 청두, 항저우 외에 충칭, 우한, 난징, 톈진, 창사, 시안, 칭다오, 선양 등 8곳을 꼽는다.
2019년에 신규 진입한 도시는 동관과 쿤밍이다. 앞 시기에 있다가 밀려난 도시로는 따리엔, 샤먼 등이 눈에 띈다. 두 도시 모두 새로운 미래 동력을 만들지 못한 도시들이다. 따리엔은 아이티, 콘텐츠에 치중하려 했지만, 성장을 했던 보시라이의 저주가 남아 있는 듯하다. 조선업도 키워갈까 했지만 STX가 망하면서 좌절했다.
충칭 지앙난취에서 바라본 유중취 모습. 원 도시는 유중취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지앙난취나 지앙베이취가 더 번화한 상태다. [사진=조창완 제공] |
그럼 비즈니스 매력 종합 평가는 어떨까. 청두, 항저우, 충칭이 제일 선두주자다.
그럼 청두는 무슨 매력이 있을까? 청두는 쓰촨성의 성도다. 몇 년 전 인근 원촨 대지진으로 고생을 겪었지만 과거부터 천부지국이라 불릴 만큼 살기 좋은 도시다.
진시황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이빙이라는 사람이 엄청난 물줄기인 민강을 다스린 도강언이라는 수리시설을 만들면서 평화로운 곡식의 땅이 됐다. 개혁개방 초반기부터 일본의 도요타 등 중기업이 들어오면서 산업도 발달해 내륙산업의 중심지가 된 곳이다.
면적을 봤을 때 충칭이 가장 크다. 충칭은 원래 쓰촨성에 속했지만 독립되면서 큰 땅덩어리를 갖고 나왔다. 충칭의 도시화 면적은 1653평방킬로미터다. 물론 전체 면적은 8만2402평방킬로미터로 남한에 버금간다. 지난해 기준 상주인구가 3124만3200만 명이다.
필자가 충칭에 처음 간 것은 2000년 초다. 거푸 두 번을 갔는데, 당시엔 가난하고 쇠락한 도시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후 필자는 매년 한차례 이상 충칭을 방문했다. 삼협댐을 취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삼협의 수위가 올라가는 만큼이나 충칭의 발전도 빨랐다. 창지앙강과 지아릉강이 만나는 지점을 중심으로 강남, 강북 개발 등이 이뤄져 몰라보게 달라졌다.
2018년 기준 지역 GDP는 충칭이 가장 높다. 2조363억 위안(우리돈 350조 원 가량)이고, 그 뒤를 톈진, 쑤저우가 잇는다. 2019년 3사분기까지 추세를 봤을 때는 청두, 난징, 창사 등이 성장률이 8%를 넘어 눈에 띈다.
쑤저우는 고대 오나라 수도였던 쑤저우는 가장 빠른 수출입 도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쑤저우경제개발구 모습. [사진=조창완] |
수출입이나 1인당 GDP는 쑤저우가 우세
재정수입 규모를 보면 2018년 칭다오와 항저우의 정부 재정수입이 3000억 위안(한화 52조 원 가량)을 넘었다. 상대적으로 두 지역이 우세했다. 충칭, 우한, 쑤저우, 동관, 닝보 등은 2000억 위안 이상이었다.
칭다오와 항저우가 재정수입이 높은 이유는 우선 두 도시가 국제 무역과 국내 무역을 선도하는 도시라는 점이다.
칭다오는 한국과 가장 밀접한 중국 도시 가운데 하나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한국과는 하루 20여 편의 항공기가 운항할 정도였다. 물론 인천에서 배편도 이틀에 한 대 꼴로 운행됐다.
칭다오는 전시의 상주인구가 950만 명 정도고, 그중 645만 명이 도시에 산다. 그 만큼 도시화가 잘된 지역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다음은 도시별 수출입 추세다. 2018년 수출입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도시는 쑤저우다. 수출입액이 2조3376억 위안(한화 410조 원 가량)인데, 전년 대비 9.3% 증가한 액수다. 동관도 1조3418억 위안을 기록해 9.5% 성장하며 뒤를 이었다.
이 부분에서는 두 도시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쑤저우는 지앙쑤성의 성도(난징)를 잇는 두 번째 도시지만 도시 발전은 난징보다 낫다. 지난해 상주인구가 1075만 명으로 서울을 능가한다. GDP는 1조9236억 위안(한화 350조 원 가량. 참고로 서울시는 422조 원)이다.
쑤저우가 국제 무역도시가 된 것은 중국과 싱가포르가 공동 개발한 쑤저우공업원구(苏州工业园区)의 성공에 기인 면이 많다.
신1선도시들의 1인당 평균 GDP에서 쑤저우, 난징, 항저우, 창사, 우한, 닝보, 칭다오, 톈진, 정저우 등 9개 지역의 1인당 평균 GDP가 10만 위안을 넘었다. 10만 위안은 우리 돈 1750만 원 정도이고 달러로 환산하면 1만4000달러 정도다. 쑤저우가 이 중 가장 높은데, 17만3456위안, 미화 2만5000달러 수준이다.
조창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