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품이 ‘가격은 싸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과거에는 중국 소비자들도 중국산 제품을 단순히 ‘저렴한 제품’이라고만 인식했으나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 제품은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지우링허우(1990년대 생) 소비자를 중심으로 ‘중국 제품이 곧 트렌드’라는 애국소비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들도 중국의 전통문화 요소 등을 가미한 ‘궈차오(國潮)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가 7월 20일 발표한 ‘중국 브랜드의 굴기와 애국마케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애국소비 트렌드는 ‘궈차오’가 견인하고 있다. 궈차오는 중국 문화를 뜻하는 ‘궈(國)’와 트렌드를 의미하는 ‘차오(潮)’가 합쳐진 말로 중국 전통문화 스타일을 따르는 트렌드를 칭한다. ‘궈차오 제품’은 통상 중국화, 트렌드화, 글로벌화 세 요소를 갖추면서 고유한 중국 문화의 특징을 구비한, 중국 디자이너들이 만든 브랜드 제품을 말한다. 중국의 궈차오 열기는 2018년 시작해 2019년 급속도로 확산됐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마케팅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 제품을 애용하는 소비 트렌드는 젊은 층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중국 남방산업싱크탱크(南方産業智庫)가 2018~2019년 티몰, 징둥 등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 제품을 가장 애용하는 주 소비그룹은 16~25세 소비자들이다. 궈차오를 키워드로 조사한 결과 지우링허우 소비자가 3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2018년 7월 텐센트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링링허우(2000년대 생)들 중 50% 이상은 외국브랜드라고 해서 굳이 프리미엄을 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중국 자체 우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전통 브랜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등 자국 산업의 업그레이드와 중국 브랜드의 내수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힘쓰는 모습이다.

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춰 알리바바는 2019년 5월 ‘신국산품양성계획(新國貨計劃)’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티몰, 라자다 등을 통해 70만 개 중국 브랜드 업체들의 수출을 촉진하는 한편, 200개의 전통 브랜드를 키워 연매출 1억 위안(약 170억 원)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알리바바 그룹 산하 알리연구원(AliResearch)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알리바바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중국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평균 72%를 기록 중이다.

알리바바 플랫폼의 16대 품목을 기준으로 보면 에어컨 등 대형 가전과 가구 등은 중국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80% 이상에 달했다. 식품, 의류, 소형가전 등은 60% 이상이 중국 브랜드였다. 화장품, 스포츠용품, 디지털기기 등은 60% 미만이었다.

중국 소비자의 로컬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와 <인민일보> 산하 온라인 정보 플랫폼 <인민망(人民网)>이 함께 2019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로컬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는 지난 10년간 크게 상승했고,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개선됐다.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도는 로컬 브랜드의 경우 2009년 38%에서 2019년 70%로 상승한 반면, 외국 브랜드는 2009년 62%에서 30%로 하락했다.

특히 전자제품은 저렴한 제품에서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인식이 변화됐다. 과거 중국 제품은 ODM·OEM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우수 제품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미국의 계속되는 제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중국의 대표 IT기업 화웨이가 지난 4월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사상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은 중국 내수시장의 높은 애국 소비 파워를 실감케 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Counterpoint)에 따르면 4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시장에서 화웨이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21.4%, 19.1%로 화웨이가 처음으로 삼성을 추월했다.

◇궈차오 마케팅 선도 브랜드 중국리닝 = 패션 분야에서도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가 돋보인다. 중국의 전설적인 체조선수 리닝이 1990년 설립한 스포츠웨어 브랜드 리닝(LI-NING)은 2018년 ‘중국리닝’이라고 하는 궈차오 마케팅용 브랜드를 도입했다. 중국리닝 로고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빨간색을 많이 사용하고 복고풍이 느껴지는 번자체 한자를 적용해 중국 전통문화를 구현했다. 중국리닝은 패셔너블하면서 글로벌화된 중·고급 브랜드로 포지셔닝해 젊은 층을 주 타깃고객으로 삼았다. 글로벌 이미지 제고를 위해 뉴욕 패션위크, 파리 패션위크 등 국제 패션무대에도 수차례 참가했다.

중국 고유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는 중국리닝 브랜드가 세계적인 패션무대에 등장한 것은 최근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자국에 자긍심이 불붙은 중국 젊은 층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는 곧 제품의 매출 증가로 연결돼 2019년 리닝의 매출은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중국인들의 ‘국민신차’ 창청자동차 = 중국 SUV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창청자동차도 애국 마케팅의 수혜자다. 글로벌 유수 자동차 메이커들이 각축장을 벌이고 있는 중국 SUV 시장에서 중국 토종기업 창청자동차의 하발(HAVAL) H6 모델이 84개월째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자동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경기인 가운데 올해 5월 중국 SUV 시장에서 하발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현재까지 누계로 300만 대 이상 판매돼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국민신차(神車)’로 불리고 있다.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트렌드는 창청자동차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창청자동차는 5월 와 티몰(Tmall)이 공동으로 진행한 ‘궈훠정당차오(國貨正当潮·국산이 트렌드)’ 애국 마케팅에 참가했는데, 자동차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창청자동차의 프리미엄 SUV인 WEY브랜드의 VV6모델은 단 2시간여의 방송으로 12억 위안(약 2000억 원)이라는 놀라운 예약 판매고를 기록했다.

 
▲중국의 궈차오(國潮) 마케팅. [사진=보고서 발췌]

◇중국 ‘감성’에 한국의 세련미를 더해 = 보고서는 중국 소비시장을 주도할 지우링허우와 링링허우 등 신세대들이 자국 문화와 제품에 강한 자부심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중국 소비시장의 변화에 상응하는 마케팅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 본토 브랜드들뿐 아니라 최근에는 다국적 기업들까지도 애국 마케팅을 적극 활용 중이다.

보고서는 먼저 마케팅에 중국 문화를 접목시키라고 조언했다. 제품의 포장이나 홍보용 문구 등에 중국의 전통문화 요소를 가미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소비자와 문화적인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국의 현대적 세련미를 추가하라고도 전했다. 세계적인 트렌드에 민감한 신세대들이 자신만의 멋과 개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현지 마케팅에 한국의 현대적 세련미를 추가해 중국 본토 브랜드와 차별화하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프리미엄급 제품을 개발하라고도 했다. 가성비를 주무기로 하는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가성비를 뛰어 넘는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를 가지고 중국 시장에 진출할 전략을 세워 궈차오 마케팅과 병행할 것을 보고서는 추천했다.



민유정  wtrade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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