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지만 최근 ‘With 코로나’ 개념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오프라인 전시회가 속속 개최되고 있다.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인텍스 오사카(INTEX Osaka)에서는 제1회 오사카 국제 화장품전(COSME OSAKA 2020)과 제1회 오사카 화장품개발전(COSME Teck 2020)이 코스메 위크 오사카(COSME Week OSAKA)라는 이름 아래 동시 개최됐다. 기업 부스와 부대행사로 열린 세미나는 전시회를 찾은 참관객들로 성황을 이뤘으며, 유통사, 에스테틱 살롱 관계자들은 신규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상담에 나섰다.
오사카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코스메 위크 오사카는 코스메 위크 도쿄의 네트워크 전시회로, 서일본 지역의 바이어, 유통사, 소매점, 살롱 관계자들의 요청으로 열렸다. 주최사인 리드익스비션재팬(Reed Exhibitions Japan)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에는 96개사가 참가하고 8314명이 참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의 경영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유통사, 화장품 소매점 관계자, 에스테틱 살롱·네일 살롱 관계자가 다수 참가해 적극적으로 부스를 방문, 새로운 제품을 찾아 나섰다.
전시회가 열리는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변화된 화장품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는 21개의 세미나도 마련됐다. 세미나에서는 일본보다 두어 달 먼저 코로나 대응책을 내기 시작한 한국과 중국의 화장품 트렌드가 주로 소개됐다. 처음 개최되는 전시회인 만큼 주최 측도 화장품 전문가 자격증을 발행하는 일본화장품검정협회 대표이사, 일본을 대표하는 화장품 정보 사이트 @cosme 대표를 초청해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에서는 크게 세 가지 트렌드가 소개됐다. 첫 번째 트렌드는 ‘소비 행동 변화’다.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외출 자제를 권장하는 분위기 속에 외출을 위한 메이크업 보다는 기분전환을 위해 피부를 관리하고 화장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화장품을 통한 힐링이나 릴렉싱 효과를 기대하며 마사지용 오일 등 정서를 자극하는 스킨케어 제품의 소비가 늘었다. 이커머스에서 소셜커머스로 소비채널도 변했다. 개인이 판매자가 되는 페이스북 내 숍(Shop), 인스타그램 내 숍 등의 활용이 늘었다.
두 번째는 ‘마스크 소비’다. 얼굴의 반을 마스크로 덮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자 필요한 화장품도 달라진 것이다. 아이셰도우, 파우더 등은 소비가 늘었으며 립스틱과 볼터치는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또, 마스크 착용으로 여드름이 늘고 피부가 민감해진 사람이 증가하면서 한국산 ‘진정 패드’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이크업 픽서도 호황을 맞았다.
다음은 ‘집콕 소비’다. 외출 자제로 인해 헤어컬러, 입욕제, 네일 관련 제품의 수요가 확대됐다. 미용실, 네일숍 등에 가지 못하는 동안 집에서 머리색과 네일을 바꾸고, 기분 전환을 위해 입욕제 등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수면을 돕는 제품의 수요도 생겨났다. 또한, 텔레워크가 늘어남에 따라 파운데이션 대신 사용할 톤업 효과가 있는 메이크업 베이스, BB크림, CC크림의 소비도 늘었다. 주름 개선 효과가 있는 화장품의 수요도 증가했다.
마스크팩, 기초 화장품, 위생용품 등을 해외에서 소싱해 유통하는 한 참가기업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아직 유통되고 있는 않은 아이템을 찾거나 제조사가 어떤 생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지, 앞으로 어떤 제품이 나오는지 듣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유통사나 에스테틱, 살롱 관계자들도 다수 만났고 이미 알려져 있는 기업 부스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던 것으로 보아 오랜만에 개최되는 전시회에 어떤 제품이 나오는지 궁금했던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또 그는 “전시회가 개최되기 전부터 주최 측에서 ‘이번 전시회가 성공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하고 있었다”며 “실제로 계약으로 이어진 구체적인 상담이 있어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전과 달리 부스에 가만히 앉아있는 기업이 없었다. 전시회 내내 참가업체들은 상담할 때를 제외하곤 모두 적극적으로 기업과 제품을 홍보하기 바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3월 이후 계획됐던 전시회가 연기·취소되고, 많은 기업들이 영업활동을 못하고 있어 이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전시회가 개최되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KOTRA 오사카무역관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에서는 과거의 전시회에서와 달리 자신이 잘 아는 분야 외에도 새로운 제품을 찾으려는 참관객이 많았다. 주최 측 담당자는 “많은 바이어가 장기간 신제품을 발굴하지 못해 실제로 보고 사용해볼 수 있는 제품을 살펴보러 왔다”며 “전시회가 영업하는 데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오사카무역관은 일본 관계자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배우려고 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미나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이나 중국뿐 아니라 오토바이가 많아 마스크가 필수품인 베트남 시장 동향에도 주시하고 있었다. 최근 아시아 국가에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라이브커머스 등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개인이 상품의 매력을 홍보하며 판매로 연결시키는 판매 방식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도 중국의 RED(샤오홍슈)와 같은 쇼핑앱을 따라가는 분위기이며, 기존 대면 접객이 중심이 된 판매방식에서 인터넷을 통한 접객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제조-유통-판매의 형식에서 벗어나 공급사(제조사)가 직접 소비자에게 다가가 소통해야 한다. 이미 의류업계에서는 공급사 직원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며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조만간 미용업계에도 이러한 방식이 스며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 수출기업이 일본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나 코로나19가 덮친 화장품 시장에선 한국이 일본보다 앞서가고 있는 부분도 많아 도전할 만하다.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에서 마케팅을 펼치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사카 무역관은 “바이어에게도 카탈로그, 샘플 등을 보내는 것을 넘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한 매력적인 홍보를 펼친다면 더 유리할 것”이라며 “한국 화장품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할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해외 마케팅을 진행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민유정 기자 wtrade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