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도 K-팝 콘테스트 장면. [주인도한국문화원 제공, 연합뉴스] |
"방탄소년단(BTS)의 노래는 힘든 시기에 외로움과 싸우는 데 힘을 줬어요."(인도 30대 미디어 전문가 나룰라)
최근 인도 일간지 이코노믹타임스에 실린 한 인도 아미(방탄소년단 팬)의 말이다.
이코노믹타임스는 인도에서 불기 시작한 한류 바람과 관련해 "한류가 현재 진행 중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인도에서 큰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그로 인한 봉쇄 등 방역 조치로 외부 활동을 줄인 인도인들이 온라인에서 한류 콘텐츠에 새롭게 주목했다는 것이다.
나룰라도 "아미가 된다는 것은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일이었다"며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BTS와 관련한 콘텐츠를 소화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인도는 세계적인 한류 열풍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한국 콘텐츠가 진입하지 못해 '한류 불모지'라고까지 불린 곳이다.
발리우드 등 현지 대중문화와 서양문화 선호 분위기가 강한 탓이었다. 지금까지 인도의 한류는 몽골족 계통이 많이 사는 동북부 지역에서만 주로 감지됐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인도인의 관심이 K팝은 물론 K드라마, 한국어 공부 등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현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지오사븐을 살펴보면 방탄소년단의 순위는 팬데믹 직전인 지난 1월 68위에서 지난달 8위로 껑충 뛰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음악 사이트가 아닌데다 K팝 음악을 소개한 지 얼마 되지 않는 현지 음악 플랫폼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OTT(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에서는 3월 이후 '킹덤',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최소 6편의 한국 드라마들이 '오늘의 톱 10'에 돌아가며 이름을 올렸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앱)인 듀오링고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올해 2월 사이에 11% 늘어나는데 그쳤던 인도 내 한국어 학습자의 수가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256% 폭증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인도 정부는 지난 7월 한국어를 정규 교육 과정의 제2외국어 과목으로 처음 채택했다.
주인도한국문화원이 2015년 2개 학교에서 실시한 한국어 시범 수업도 현재 15개 학교로 늘었다.
지난 7월 15일부터 한 달 동안 인도 18개 도시를 돌며 차례로 열린 온라인 'K-팝 경연대회' 2차 예선도 큰 인기를 끌었다.
부대행사 'K-팝 한류 이야기 동영상 경연대회'까지 포함한 이 경연대회 전체 온라인 조회 수는 150만건을 넘어섰다.
특히 K-팝 경연대회는 2013년 처음 열렸을 때만 하더라도 참가자 수가 37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천348명으로 급증했다.
한국문화원이 올해 초부터 진행한 한·인도 친선 퀴즈대회와 에세이 경연대회에도 총 9만1천953명의 인도 학생이 참가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황일용 주인도한국문화원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K콘텐츠가 인도인의 마음을 위로하며 주목받게 돼 고무적이다"라며 "앞으로도 양질의 한류콘텐츠가 인도에서 소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뉴델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