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칭다오무역관 보고서… “사전에 대비하고 큰 그림 그려야”
“상표 불법 선점해 얻을 수 있는 이익 많아… 전문 사냥꾼도 존재”

 

▲‘정관장(正官庄)’ 브랜드가 2020년 5월 중국에서 ‘저명(馳名)상표’로 공식 인정받았다. 중국 저명 상표 제도는 중국 정부가 특정 브랜드를 특별 보호하는 법적 장치다. 저명 상표로 인정받은 한국 브랜드는 10여 개로 극소수다. 중국 정부와 각 성은 저명 상표를 각각 분리해 운영 중인데, KGC인삼공사가 획득한 저명상표는 중국 정부 상표법 13조에 따라 부여받은 것으로 중국 전역에서 상표권 보호를 받는다. KGC인삼공사는 중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 확보를 위해 상표권 포트폴리오 다양화, 위조품 단속, 모방 상표권 등록 저지 등 노력을 계속해왔다. [사진=뉴시스]


#. 어느 날 한국의 A사는 중국의 한 회사가 자신의 명의로 된 모든 상표를 중국에 등록 신청해 초심공고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최종등록을 저지하기 위해 A사는 즉시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중국 회사가 기한 내에 이에 대한 소명을 하지 않아 중국상표국은 최종등록 신청을 기각했다. 다행히도 A사는 신속하게 대응한 덕에 상표권을 지켜낼 수 있었지만, 이러한 중국 기업의 악의적 한국 유명 상표 선점 등록 행위는 지금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관계가 없던 기업들뿐 아니라 상표신청 대리인이나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던 파트너사가 악의적으로 상표를 선점하는 행위도 만연해있다. 대리인이 선점등록 하는 경우는 기업이 대행업체에 상표신청을 위탁하며 건네준 자료로 먼저 등록해버리는 유형으로 기업이 신속하게 제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과 특정 계약이나 업무 거래 등의 관계가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상표의 존재를 사전에 파악해 등록하는 행위도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KOTRA 칭다오무역관은 “최근 국내외에 관계없이 상표권과 관련된 다툼과 분쟁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상표를 불법 선점한 기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상표를 좀 더 효과적으로 보호할 방법은 무엇인지 ▷상표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불필요한 손실을 피하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을 담은 보고서 ‘중국상표방어전’을 발간했다.

상표는 기업의 상징이자 기업 이미지와 사회적 신뢰 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것으로, 기업은 상표를 통해 자신의 제품을 다른 제품과 구별할 수 있도록 한다. 더 나아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상을 심화해 구매 욕구를 자극, 제품 판매 확대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상표권은 이러한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해 등록함으로써 등록 상표를 지정 상품에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상표 사냥꾼, 그들은 왜 상표를 먼저 등록하는 것일까 =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기업들의 발전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의 상표권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상표권과 관련한 국제적 추세나 규칙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 자연스레 상표권을 지키는 데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기업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상표 사냥꾼’의 레이더망에 걸리기 쉽다. 칭다오무역관은 중국에서 해외 상표가 악의적으로 선점 등록되는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거액의 이익 도모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상표 사냥꾼은 대부분 상표 브로커다. 이들은 악의적으로 기업이 보유한 유명 상표를 빼앗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상표를 빼앗은 후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기업이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상표 사냥꾼을 찾아 협상을 시도할 경우, 또는 사냥꾼이 직접 기업에 연락을 취해 상표를 고가에 양도하는 일이 많다. 그들에게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행위인 셈이다. 상표 등록에 성공하면 양도와 권한부여가 모두 가능하다. 일부 저명한 상표 보유자는 매년 권한부여 비용으로 1000만 위안에 가까운 비용을 받고 있다. 상표 브로커 사이에서 악의적 상표 선점 행위가 만연한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는 경쟁자의 선점을 저지하기 위함이다. 매년 중국에서 발생하는 악의적 상표 선점 사례 중 일부는 중국 기업이 해외 경쟁사의 상표를 먼저 등록하는 형태다. 해외 경쟁사가 중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중국 기업이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것을 우려해 해외 기업의 상표를 먼저 등록하고,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해외 기업의 중국 진출을 저지하는 유형이다.

세 번째, 독점 대리권을 요구하기 위해 상표권을 먼저 선점하기도 한다. 일부 중국 상인은 대형 국제 전시회에서 해외 기업의 제품 현황을 상세히 파악한 후 중국 시장 독점 대리권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경우, 본인 명의로 주요 시장으로 파악되는 국가에서 상표를 등록하고 해당 상표권을 이용해 제품 이미지를 파괴하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중국 시장에서 해당 상표를 선점해 중국의 독점 대리권을 획득, 해당 품목의 중국 시장을 모두 독점하려 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 상표를 악의적으로 선점당한 기업은 모두 해외에서 일정한 지명도를 가지고 있거나 상표 사냥꾼들과 직접적인 비즈니스·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기업과 비즈니스 시 우리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상표를 지키고 싶다면 세 가지를 기억하라 = 상표권을 지키기란 당연히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자신의 브랜드가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고서는 상표 방어를 위해 단계별로 세 가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사전 방어 의식’이다. 선견지명을 통해 남들이 보지 못한 가치와 기회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글로벌마인드를 가지고 권익 보호를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브랜드 설립 초기부터 상표 등록을 진행해 불법 행위자들에게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

일부 기업은 브랜드를 키우고 있는 단계에선 상표 등록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브랜드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이미 타인에게 악의적으로 선점 당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상표 등록에 성공했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다른 기업의 같은 품목 제품에 유사한 상표를 등록할 수 없도록 함과 동시에 우리 기업이 생산한 다른 유사상품에 동일한 상표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해둬야만 튼튼한 상표권 방어체계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또, 몇몇 기업은 스스로를 해외 상표 등록을 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는다.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의 해외 진출은 필수며, 해외 진출 계획이 없더라도 보유한 상표가 해외에 등록돼 사용된다면 전체 브랜드 인지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상표를 빼앗겼을 때 가장 직접적이고 정확한 방법이 법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악의적으로 선점 등록 신청 중인 상표가 아직 상표권을 완전히 취득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를 저지하기 위한 기업의 상표권 보호에는 약 21~27개월이 소요된다. 상표권이 이미 등록된 경우에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비용도 증가한다. 상표가 중간에 악의적으로 타인에게 양도되면 이를 되찾기 위한 과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따라서 기업은 분노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파악한 후 침착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 상표권 침해자와 협의해 상표권을 최저 가격으로 되찾아 올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회사는 이러한 방법으로 상표를 되찾아 오는 것에 거부감이 있으나 시간도 비용이다. 2~5년이란 시간 동안 열심히 소송에 응해 승소한다고 해도 최종 손익에 대한 평가가 어떨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협력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이 법률적 수단으로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기로 결정했다면 각 부문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정책 결정자가 작전을 수립하면 지적재산권 관련 부서나 법무팀이 이에 맞는 실행 방안을 강구하고, 타 부서는 사건에 맞는 증거를 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민사 권리 침해 소송을 제기해 권리 침해자의 상표 사용 금지를 요청하고, 부당 경쟁행위인 악의적 상표 선점과 양도 행위를 중지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대중매체 등을 활용해 여론을 이끌어내고 소비자들의 정확한 인식과 관련 정부부처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도 필수다. 분쟁 기간에는 더 많은 광고를 진행하고, 소속 업종 협회, 소재지 정부부처의 지지를 얻는 것이 유리하다.

아무리 완벽한 상표권 방어·보호 체계라도 상표 사냥꾼들의 정교화된 침해 행위를 막기에는 더없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새해에는 상표권 보호 각 단계별로 준비를 철저히 해 불법 행위자들로 인한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다.



민유정  07yj28@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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