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사는 직원 수 5명, 연간 매출액 4억 원 수준의 소규모 영세업체다. 회사가 생산하고 있는 대표 제품은 ‘홍삼캔디’로, 대한민국 특산품인 고려흑삼(홍삼)을 추출해 저온 진공농축 과정을 거쳐 얻은 흑삼(홍삼) 농축액을 주원료로 한다. 현대인의 기호에 알맞도록 제조해 맛이 좋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식품이다.
 
회사의 여건상 직접 판매보다는 유통업체들을 통해 내수판매에 집중해왔던 U사는 K-한류가 확산하고 있는 지역에 K-푸드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점에 착안, 홍삼캔디의 해외 마케팅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20년 8월경 베트남 현지 대리점을 통해 접촉한 바이어와 첫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U사는 계약 체결 시 바이어에게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는데, 선적 후 바이어로부터 원산지증명서 발급 요청을 받았다. 대리점 측의 도움을 받아 수출 계약까지는 맺었으나 U사는 수출을 위한 실무 경험이 전혀 없었다. 
 
민간 컨설팅 업체의 지원을 받으면 되지만, 수수료가 너무 비싸 회사가 감당할 수 없다. 이에 U사는 ○○FTA활용지원센터에 지원을 요청했고, 센터는 그해 10월 관세사인 전문가를 매칭해준 뒤 컨설팅을 진행했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초보에게 어려운 FTA 원산지증명서
 
전문가가 본사를 방문해 상담한 결과, U사 대표와 임직원들은 수출에 필요한 INVOICE(인보이스, 송장)·PACKING LIST(포장명세서) 등 무역을 위한 기본 서류 작성법도 잘 모르는, 말 그대로 ‘수출초보’였다. 따라서 바이어와의 수출 계약을 진행하면서 임직원들의 무역업무 노하우도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바이어가 요청한 FTA 원산지증명서 발급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제품의 원산지조건 충족 여부를 살펴보기로 했다.
 
홍삼캔디 품목은 제1704.90호에 속한다. 이 품목의 베트남 기본관세율(MFN)은 15%인데, 한-베트남 또는 한-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FTA 협정세율은 모두 0%다. 원산지결정기준(PSR)을 충족하면 바이어에게 15%의 관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관세가 2% 낮아지면 현지 소비자 가격은 10% 가까운 인하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바이어는 내수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U사도 수출 계약을 이어가 매출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한류 열풍까지 더해 베트남을 기점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 확대도 노려볼 만하다.
 
따라서 홍삼캔디가 한-베트남 FTA 원산지 결정기준에 부합하는지가 이번 컨설팅의 핵심이 되었다. 전문가가 살펴본 결과, 한-베트남 FTA 협정에서 1704.90호의 원산지결정기준은 ▷다른 호에 해당하는 재료로부터 생산된 것 ▷40% 이상의 역내부가가치가 발생한 것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된다. 이러한 기준을 ‘CTH or RVC 40%’라고 한다.
 
전문가는 U사 측에 원산지소명서, BOM(소요부품 자재명세서, Bill of Material), 제조공정도 등 FTA 원산지증빙서류 작성 시 부가가치기준(RVC 40%)을 적용하면 구매한 원재료에 관한 거래명세서 등 구매 단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하여야 하는 번거로움 등이 있으니 4단위 세번 변경기준(CTH)을 적용하여 FTA 원산지증명서를 작성하자고 제안했다.
 
U사가 생산하는 홍삼캔디의 주성분 및 식품 첨가물은 설탕, 물엿, 인삼향, 캐러멜, L-멘톨 등이다. 각각의 원재료의 세번을 정리하던 중 전문가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역외에서 수입해 사용한 캐러멜의 HS코드가 수출품인 홍삼캔디와 동일(1704호)해 4단위 세번변경기준을 적용할 수 없었다.
 
역외산 재료 비율이 미미해 ‘미소기준’
 
다행히 홍삼캔디의 원재료별 성분비율을 확인해 본 결과 캐러멜은 0.01%로 아주 미미했다. 또한, U사가 보관하고 있는 원재료 구매 카드와 영수증 등 관련 서류도 검토해 보니 수출품목의 FOB(본선인도가격, Free On Board)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 미만이었다. 
 
이로써 세번변경기준 가운데 역외산 수입재료의 비율이 미미할 경우 세번변경기준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원산지를 인정받을 수 있는 보충적 기준인 ‘최소허용기준(De minimis)’, 즉 ‘미소기준’을 충족했다.
 
한-아세안 ‘FTA는 세번변경이 일어나지 않은 그 생산에 사용된 모든 비원산지 재료의 가격이 그 상품의 FOB 가격의 10%를 초과하지 않으면 미소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전문가는 최소허용기준으로 원산지소명서, BOM을 작성해 제출하도록 지원했고, U사의 홍삼캔디는 한-베트남 FTA 원산지결정기준 중 4단위 세번변경기준(CTH)에 부합해 ○○상공회의소로부터 무난히 한-베트남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전문가는 U사 임직원이 수출 관련 서류작성과 세관신고 절차, 선박배송, 식품위생법 표기 등에 관해 컨설팅 해 수출 업무를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전문가는 컨설팅 기간 현장방문 1회, 이메일 송수신 12회를 비롯해 전화와 인터넷 메신저로 수십 차례의 상담을 진행하며 1차 제품 선적을 완료하고 FTA 원산지증명서도 기한에 맞춰 바이어에게 발급했다.
 
첫 거래 후 FTA 관세효과를 본 베트남 바이어는 곧 바로 U사에 2차 물량 선적을 요청했다. 첫 거래와 달리 업무 능력을 습득한 회사는 무리 없이 절차를 완료해 2021년 1월 초에 선적을 완료하고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했다.
 
U사는 바이어와 추가 수출계약이 성사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한-베트남 FTA 원산지인증수출자 자격을 취득하기로 했다.
 
한-아세안 FTA 협정 적용을 위한 원산지증명서 발급방식은 기관 발급방식이므로, FTA 원산지인증수출자 취득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다만, 인증수출자에 대해서는 원산지증명서 발급 신청 시 첨부서류 생략의 혜택이 주어지므로 원산지증명서 발급 신청 간소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한-아세안 FTA 협정에 대해 신규 인증을 받으면 된다.
 
구체적으로 인증수출자 자격 인증 전에는 ▷수출신고필증 사본 ▷송품장 또는 거래계약서 ▷원산지소명서 ▷원산지확인서 ▷그 밖의 원산지 증빙자료 등이 필요하다. 또, 경우에 따라 현지 확인을 거쳐야 하고, 기간도 원산지증명서 신청 후 최대 3일, 현지 확인 시 최대 10일까지 소요된다. 반면, 인증수출자 자격을 획득하면 5가지 첨부서류 제출은 물론 현지 확인 절차도 생략된다.
 
무엇보다도 FTA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을 획득하면 바이어와 수출국가 정부로부터의 기업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무형의 이익도 거둘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정책실 제공
정리=김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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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세번변경기준
 
‘세번변경기준(CTC, Change in Tariff Classification)’은 해당 물품이 2개국 이상에 걸쳐 생산된 경우로서 해당 물품의 품목번호와 해당 물품의 생산에 사용된 비원산지 재료의 품목번호가 일정 단위 이상이 다른 경우 해당 물품을 최종적으로 생산한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하는 기준을 말한다.
 
세번변경을 하는 이유는, 상품은 그 자체로 수출·수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상품을 가공하여 새로운 상품으로 만든 후 수출·수입을 진행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때, 가공된 상품의 원산지를 어디로 해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 발생한다.
 
돼지불고기를 예로 들면, 불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살아있는 돼지가 필요하다. 이 때 살아있는 돼지의 HS코드는 0103.10.0000로 분류한다. 이 돼지를 도축하면 ‘살아있는 돼지’는 ‘돼지고기’로 변하게 되고, HS코드는 0203.29.9000으로 변한다. 돼지고기를 각종 양념과 함께 조리를 하게 되면 ‘불고기’로 변하고 HS코드는 1602.50.9000이 된다.
 
이때 한국산 돼지로 만든 불고기의 원산지는 당연히 한국이다. 불고기를 만들 때 사용한 재료들이 수입산일 경우에도 원산지는 한국이다. 가공을 통해 새로운 상품으로 변형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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