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출장 팁
 
 
2015년 봄에도 어김없이 중남미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중남미 출장은 ‘고행’이다. 비행기 노선을 맞추는 일만 해도 여러 가지 기술적인 면과 전략적인 면이 필요하다. 
 
이번  출장은 뉴욕 노선을 활용하여 콜롬비아와 도미니카로 갔는데, 생각보다 편리했다. 
 
비용보다는 최단 노선을 선택하라
 
남미에 가려면 미국을 경유해 가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경유할 수 있는 공항은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휴스턴, 댈러스 등 매우 많다. 
 
가능한 비용보다는 최단 노선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만일 페루 방향으로 갈 계획이면 미국 서부지역을 경유하는 것이 유리하며, 베네수엘라 등 카리브해 연안국에 가고자 한다면 미국 동부지역 도시를 경유하는 것이 좋다. 
 
보통 중남미 지역으로 출장을 가면서 하나의 국가에만 들르는 것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에서 거리가 멀고 비용도 많이 소요되므로 필자의 경우 통상 3개국에서 4개국 정도 일정을 잡아 출장을 가곤 한다. 
 
중남미 거점 도시인 파나마(Copa), 리마(Lan 또는 Avianca) 등을 이용하는 것도 경제적이고 편안한 방법이다. 
 
이 두 도시는 수많은 항공편이 중남미 여러 나라로 운항하고 있다. 따라서 이 도시 인근에 거래처를 확보해 두면 일거양득이다. 단순한 비행기 환승 장소가 아니라 거래처에서 업무도 보고 쉴 수도 있으니 매우 좋다.
 
하지만 여러 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단점도 있다. 우선 비행기 표를 편도로 구매해야 하므로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사실 남미의 비행기 표는 생각보다 매우 비싸다. 리마에서 카라카스까지 편도요금이 인천과 로스앤젤레스 왕복 비용과 비슷한 경우도 있다. 
 
미국과 중남미 학교들의 방학 시즌에는 비행기 표를 구하기도 어렵다.
 
출장 일정 조기에 확정해 티켓 구매를
 
그러므로 가능한 출장 일정을 조기에 확정하여 미리 항공 티켓을 구매하는 게 좋다. 
 
그러나 바이어와 조율이 쉽지 않은 곳이 또한 중남미인지라 필자도 매번 출장 갈 때마다 3~4일 전에야 일정이 확정돼 높은 항공운임과 무리한 일정이 앞에 노출된다. 
 
중남미 일부 구간은 한국 여행사에서 티켓을 구매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이 경우 해외의 지인들이나 거래처 등에 부탁해 티켓을 구하거나 해외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구매해야 한다. 
 
유념해야 할 점은 해외 인터넷에서 티켓을 구매를 하면, 변경이나 취소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자칫 잘못하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변경 가능한 사이트가 있지만 매우 힘들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또한 호텔 예약도 쉽지 않다. 게다가 숙박비도 저렴하지가 않다. 안전을 도모하여야 하니 선진국 수준의 호텔비가 기본이다. 인터넷 예약을 통해 구매하면 좀 더 경비를 줄일 수 있다. 
 
호텔은 바이어들과 만남이 수월한 장소로 정해야 하고, 너무 저렴한 곳에 체류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저렴한 호텔에 체류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분명해진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바이어가 싸구려 호텔에 체류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당연히 결제문제에 대하여 우려할 것이다. 중남미 바이어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또한 결제위험을 감안해 가격도 높은 선에서 오퍼하는 것은 상식적인 문제일 것이다. 
 
일부 한국인들은 해외 교포 민박도 이용하는데, 필자는 권하고 싶지 않다. 그 비용을 절약하느니 차라리 열심히 일해 오더를 더 받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한국식 식사와 언어 등의 편리성 때문에 이용한다고 하지만, 비즈니스는 일종의 전쟁인데 전쟁터에서 그러한 모습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최고급 호텔에 체류하지는 못할망정 최하의 것을 선택하는 것은 상대 바이어가 속으로 어떻게 생각할지를 염두에 두지 않은 결정이다.
 
▲10여 년 간 꾸준한 거래를 유지하는 페루 바이어들과 함께(2017). 사진=필자 제공
미팅 내용과 상대방 특징 기록해두면 유용
 
여러 나라로 출장을 가고 미팅이 많을 경우, 미팅 내용을 잘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미팅마다 주요 사항들을 꼼꼼히 기록해 두고, 가능하다면 간단한 소책자를 만들어 바이어 요구사항에 대응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출장지에서 30차례 이상 미팅을 하기도 하는데, 이럴 땐 소책자를 만들어 바이어가 언제 문의해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는다. 이러면 몇 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즉각 응답을 할 수 있다. 
 
상담 내용은 물론 바이어의 특징까지 메모해 놓으면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됐을 때 유용한 정보가 된다. 
 
대체로 출장지 현지에서 이동수단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두고 결정해야 한다. 
 
한 국가에 일주일 정도 체류하는 경우 바이어가 매번 픽업을 해 준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한 그런 것들을 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바이어가 픽업을 해주기도 하지만, 처음이거나 여러 곳을 많이 방문하는 경우에는 그런 부탁을 하기가 곤란하니 택시나 자동차를 임차하여 이용해야 한다. 
 
시내일 경우에는 택시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나 시외지역이면서도 먼 지역일 경우에는 가능한 임차한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중남미에서 차량을 임차할 때는 항상 가격협상을 잘해야 한다. 상대방이 부르는 대로 값을 지불하면 너무 비싸 바가지를 쓰기 십상이다. 적정한 가격을 미리 파악하고 차량 상태를 확인하여 예약해 두었다가 사용하는 게 좋다. 
 
특히 운전자의 외국어 가능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차량도 상대 바이어에게 어떤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요소이므로 준비에 신경 써야 한다.
 
출장지에 대해 관광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더라도 시내를 둘러보거나 시장, 쇼핑센터 등을 방문하는 것은 현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 준다. 
 
필자는 중남미 출장에서 항상 일정이 빡빡해 관광지를 다녀본 경험은 없지만, 시간이 조금 남을 경우 시내를 둘러보거나 시장을 가보곤 한다. 그 나라(시장)의 현재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출장 전에 그 나라에 대해 상세히 공부
 
가장 좋은 것은 출장 출발 전에 그 나라에 대해 상세히 공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처음 만남이 어색하지 않고, 대화 가운데서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 
 
단지 너무 뻔한 질문이나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상대방에게 어필하려면 그 나라 대표 문호들의 책들을 보거나 역사를 심도 있게 이해하여 좋은 대화거리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 너무 단순하고 의례적인 대화가 이루어지면 상대방도 흥미가 줄어 거래에도 좋지가 않다. 
 
무엇인가 대화를 하면 도움이 되고 남는 것이 있어야 상대방도 아까운 시간을 같이 쓸 것이 아닌가? 
 
비즈니스는 때로 고난도 작업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대화와 행동은 상대방에게 설득과 이해를 구하지 못하게 되므로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만약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와 전략 등을 전해주고, 다른 한편으로 비즈니스 이외에 공통이 되는 관심사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고 친분을 나누다 보면 양질의 거래처가 되거나 친구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필자 역시 중남미에 매년 3~4회 출장을 가는 것이 매우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앉아서 좋은 거래처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가능하면 직접 가서 기존 거래처나 잠재 거래처 관계자들을 만나보고 대화를 나누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좋은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중남미 국가들의 특징이다. <다음 호에 계속>
 
▲정병도 사장은 1999년 4월 인조피혁제조 및 바닥재 수출회사인 웰마크㈜를 창업한 이후 경쟁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던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구 60바퀴를 돌 만큼의 비행 마일리지를 쌓으며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실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경영석사 과정을, 청주대학교 국제통상 박사과정에서 이문화 협상(CROSS CULTURE NEGOTIATION)을 공부했다. 저서로 ‘마지막 시장-아프리카&중남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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