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출장 팁
아프리카에 본격적으로 출장을 다닌 지 벌써 12년 정도 됐다. 출장 갈 때마다 오더를 받아야 한다는 의욕이 강해 발걸음이 많이 무겁다. 그러나 신시장과 새로운 바이어가 없으면 회사의 미래도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부단히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실제로 아프리카 출장은 고행의 연속이다. 비행기 노선도 쉽지가 않고, 여행 인프라가 좋지 않아 여러모로 체력이 많이 방전된다.
그렇다고 주마간산 격으로라도 둘러볼 수 있는 관광거리도 별로 없어 그저 일에만 몰두해야 한다.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아프리카에 출장을 가본 독자들은 이해할 것이다. 이 지역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매우 힘이 드는 곳이라는 사실 말이다.
아프리카 출장지에서 은행에 가는 이유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역시 출장을 가면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거래처 방문과 새로운 거래처 찾기 등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선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다. 은행방문이다.
신용장이나 CAD 등으로 거래할 경우 수출품을 실어내면 한국의 은행에서 돈을 바로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프리카와 거래할 때는 다를 수 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바이어가 거래은행에 대금을 납부하고 서류를 찾고 물건을 인수하여도, 현지 은행이 한국으로 대금을 송금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환 보유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몇 달을 허비하고 있으니 직접 찾아가 압박을 해야 한다. 그러면 해결이 잘되곤 한다. 그러므로 출장길에 추가적인 이 일들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독자들은 특별한 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프리카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 우선 한국에서 직항로가 개설된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노선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경유노선인 두바이를 거쳐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동아프리카로 갈 수 있다. 중국 광저우, 북경이나 홍콩을 경유해 갈 수도 있다. 북아프리카의 경우에는 유럽을 거쳐 가는 노선도 있다.
그러나 경비나 시간을 고려하면 에티오피아로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도록 항상 신경 써야
아프리카에 출장 갈 때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말라리아다.
필자가 가나에 출장 갔을 때 업무를 도와주던 현지인이 말라리아에 걸렸다. 증상을 보니 바로 느낌이 왔다. 온몸에 땀을 많이 흘리고 어지럼증을 호소했는데, 눈동자가 풀려 있었다. 즉시 약국에 가서 처방을 받아 약을 먹이고 귀가시켰다.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앙골라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호텔에서 한국 젊은이를 만났는데, 눈을 보니 눈동자가 올바르지 않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바로 병원에 가라고 했다. 나중에 그가 말라리아에 걸렸다고 전해 들었다.
필자 생각에는 자주 샤워를 해 청결하게 몸을 유지함으로써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텔방에서 창문을 열어 두면 절대 안 된다. 환기하려다 모기가 들어오면 말라리아 위험에 노출된다.
그렇다고 너무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말라리아 증세를 보이면 약국에 가서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면 잘 회복된다. 대다수 아프리카 약국에는 좋은 말라리아 약들이 잘 구비되어 있다.
메일·전화보다 해외출장이 훨씬 효과적
아프리카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행동으로 보이는 것을 반긴다는 점이다. 계속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 대화해 보면 효과가 좋다.
메일이나 전화로 어려웠던 상황이 바뀌기도 하니 ‘백메일이 불여일면(不如一面)’인 셈이다. 일부 바이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아프리카 바이어들은 아시아로 출장오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직접 아프리카로 가서 만나보는 것이 좋다.
해외 출장을 직접 가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빨라지는 업무 속도다. 바이어와 지루한 공방전이 진행되다가도 일단 만나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급속도로 방향 전환이 가능하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으니 큰 장점이다.
둘째 협상할 때 직접 관찰하며 대화를 하기 때문에 협상전술을 사용하기 편하다.
셋째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을 높인다. 같이 식사도 하고, 술 한 잔 하다보면 어느 사이 친구가 되어 위기에 직면할 때 도움이 된다.
넷째 시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사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고, 신제품 수집도 가능하며, 가격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비즈니스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다섯째 회사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회사는 시장의 진화 상황이나 소비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위기에 봉착한다. 그러므로 출장을 통하여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를 직접 읽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반대로 출장을 가지 않으면 그만큼 시장 정보에 어두워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필자는 특히 중국이나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주요 경쟁국 제조업체들의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므로 아프리카에 출장을 가면 마치 정보기관 요원처럼 열심히 정보를 수집한다. 소소한 정보까지 챙긴 후 항상 이를 잘 정리하여 다른 직원들에게도 알려주려고 한다.
아프리카 바이어와 거래할 때 주의할 점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바이어가 금융 거래 시 수출자를 고려하지 않고 본인만 생각하여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수출자에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외환보유고가 적은 나라에서는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해외 출장 시에는 바이어의 행동이나 태도를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주의를 기울이면 문제점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바이어와 거래할 때는 특히 수출보험을 꼭 부보하라고 권한다. 필자도 반드시 부보한다. 필자가 현재 상담을 진행 중인 A 바이어의 경우 수출이 별 문제없이 처리가 되겠지만 대금 결제가 늦추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연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한 덩이의 고기도 루이비통처럼 판매하라
아프리카 바이어와의 거래와 관련, 독자들에게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의 회사가 미래를 위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신규 바이어 발굴을 위해 고심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제화(製靴) 부문의 신규 개발품이 있었는데 아프리카 시장 진출이 미진했고 또한 두 곳의 바이어만 있었다.
필자는 아프리카에 출장을 가서 기존에 거래하던 바이어와 만남을 가졌는데,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 추가 비즈니스를 논의해 보라고 했다. 필자는 오더가 매우 적고 시간이 없으니 바이어 본인이 직접 결정해 알려 달라고 통보했다. 그 바이어는 당황하며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불만이 역력했다.
그러나 당시 필자는 정말 일정이 타이트하여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업무에 진척이 안 되니 짜증이 많이 나 있었다.
바이어와 저녁식사 후 티타임을 가지던 중 그가 친구 결혼식에 같이 가면 안 되겠냐고 했다. 늦은 밤이지만 함께 가보았다.
그곳에서 여러 사람을 소개받으며 깜짝 놀랐다. 내가 짜증을 냈던 그 바이어의 친구들이 모두 동종업계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뒷수습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바이어에게 좀 더 잘해 주지 못했던 점과 나의 경솔함이 후회됐다.
그 바이어가 일부러 나에게 여러 잠재 바이어를 소개해 주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자 미안한 마음에 결혼식에 참여한 손님들이 주는 술을 열심히 마시고 또 마셨다. 사람을 만날 때 성심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뼈저리게 느꼈다.
귀국하자마자 곧장 그 바이어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메일을 보냈다. 바로 회신이 왔다. 구매의사가 있다는 말과 함께 안부인사까지 보내온 것이다.
불현듯 생각이 나는 말이 있다.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정육점 빅터 처칠(Victor Churchill)과 같이 ‘한 덩이의 고기도 루이비통처럼 판매하라’는 말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