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말 잘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를 비롯한 여러 협상에서는 언어보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무심코 하는 여러 행동은 상대방에게 빌미를 제공하고, 중요한 협상에서 낭패를 보게 할 수도 있다. 오죽하면 미연방수사국(FBI)에서 요원들에게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공부시키겠는가? 특히 비즈니스에서는 목숨만큼 중요한 것이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다. 
 
엘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교수에 의하면,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말의 내용(Words)이 7%, 청각적 톤(Tone of Voice)이 38%, 시각적 요소(Body Language)가 55% 정도라고 한다.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데에는 목소리가 38%, 몸짓(Body Language) 중 표정이 35%, 태도가 20%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전화로 상담할 때에는 목소리의 중요성이 82%로 올라간다. 정작 말의 내용은 7%의 효과만 있을 뿐이다. 말투나, 표정, 눈빛과 제스처 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바이어와 전화상담 때 목소리 톤 중요
 
예를 들면, 코로나19 상황에서 해외 거래처와 전화나 화상 상담을 진행할 때 목소리 톤 조절은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또한 비언어는 상대방의 이해를 구하거나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또 상대에게 협상 전술을 구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촉매제이거나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한국 속담도 어떻게 보면 이와 맥락이 비슷하며, 중요도에서는 그와 대등할 것이다. 
 
필자는 비언어가 고도의 소통기술(疏通技術)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와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생각과 의도를 미리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국어가 아닌 언어로 소통해야 하는 국제거래 관계에서는 더욱 중요한 요소다.
 
대학의 경영학 관련 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필수과목으로 넣는다면 매우 유익할 것이다. 미국 대학에서는 이미 커뮤니케이션, 협상과 이문화 등을 메인 과목으로 학문화해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도 매우 중요한 과목으로 인식하여, 관련 강좌가 최고 인기라고 한다. 경쟁력의 원천이 여기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글로벌 사회에서 협상 능력은 매우 중요하며 성공에 이르는 사다리인데, 경직된 한국의 대학에서는 20년 후쯤에나 커뮤니케이션이 필수과목이 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남미 사람들은 대화에서 몸짓을 잘 사용한다. 2017년 도미니카공화국 산티아고 출장길 휴게소에서 현지인 친구와 커피를 마시며 포즈를 취했다. 사진=필자 제공
시카고 대학의 데이비드 맥닐(David McNeil) 박사는 모든 것이 두 손에 달렸다고 한다. 손짓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그는 경험적 연구를 통하여 몸짓과 생각, 언어가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했다. 
 
그에 따르면 손짓은 사고(思考) 과정의 창문 역할을 한다. 그는, 그러므로 손짓을 잘 사용하여야 하며, 때로는 손짓을 아껴 사용하여야 하고, 중요한 순간에 손짓을 사용하라고 강조한다. 
 
연설을 잘하는 정치인이나 판매를 잘하는 판매원들이 자유롭게 정교하게 손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프리카나 남미 사람들이 몸짓을 잘 사용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들과 대화를 할 때 유심이 관찰하여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이나 몸짓에 내포되어 있는 언어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말을 하지 않는 비언어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몸을 중심으로 한 비언어 메시지(행동)와 개인 환경과의 관계에서 만드는 비언어 메시지(공간, 시간, 침묵)다. 
 
이중에서 행동에는 몸짓, 몸의 움직임, 준언어 등이 포함된다. 먼저 몸짓은 일반적인 외모, 미의 판단, 의복 등이 있다. 
 
미국에서 사람들은 키가 크고 날씬한 여성을 높게 평가하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차이가 있다. 문화권 사이에서 미의 판단은 자민족 중심주의의 결과로 생긴 것이다. 
 
사실 동양에서는 상대방을 파악할 때 종종 인상이나 관상이 좋은지를 먼저 따진다. 인상이나 관상이 좋아야 서로 거래가 잘 될 것으로 믿는 것이다.
 
옷은 그 옷을 입는 사람에 관한 스토리텔링
 
의복은 문화의 가치지향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옷은 그 옷을 입는 사람에 관한 스토리텔링이라고 표현하여도 될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의외로 정장을 즐겨 입는다. 그 나라의 공항에 가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필자의 경험상 아프리카에서도 정장을 잘 입는 국가는 나이지리아인 것 같다. 중남미에서는 칠레와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정장을 잘 입는다. 이 나라 사람들은 형식을 좋아하고, 특히 만찬 때에는 정장 차림으로 격식을 잘 갖춘다. 
 
한국인들은 해외 출장에서 업무 시간에만 정장을 입고 만찬 때에는 가벼운 차림으로 임하는데, 필자 생각에는 ‘로마에서 로마법을 따라야’ 하므로 현지인들과 마찬가지로 정장을 차려입는 것이 좋다. 
 
일부 아프리카나 중남미 국가에서는 저녁 만찬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인도 소개하는 자리인 만큼 상대방이 편한 차림도 좋다고 하여도 가능한 한 정장 차림이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도 옷이 날개라고 하지 않는가. 의복은 그만큼 그 사람의 외면을 잘 보여주는 표현법이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생각한다면 가볍게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은 잘못된 행태다. 
 
한국에서 식당에서 많은 중년 분들이 등산 바지에 등산 점퍼를 입고 식사를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등산을 마치고 산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등산복으로 식당을 출입하는 것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신체언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눈
 
각설하고, 신체언어의 의미를 살펴보자. 먼저 눈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3초 정도의 눈 맞춤이 가장 편안한 시간인데, 그보다 길어지면 상대방이 불편해질 수 있다. 
 
역으로 짧으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부정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또한, 동공이 확대되면 긍정의 의미를, 반대로 축소되면 부정의 의미가 내포된 것이다. 눈을 바라볼 때 동양인에게는 코를 보는 것이 좋고, 서양인에게는 미간에서 약간 위를 바라보는 것이 이상적이다.
 
머리는 일반적으로 긍정은 상하로 끄덕이고, 부정은 좌우로 흔든다. 또한, 입술을 오므리고 있으면 부정의 의미가 있으며, 특히 남성의 경우 목젖이 불거지면 당황하거나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을 위아래로 움직이면 굉장히 싫어한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다. 
 
팔을 크게 벌리고 있거나 많은 동작을 하고 있다면 매우 관심이 있다는 증표다. 팔짱을 끼고 있거나 주먹을 쥐거나 깍지를 끼는 행동은 무엇인가 방어적인 몸짓을 하는 것이다. 
 
어깨와 상체는 중요한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방법인데, 상대방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거나 동의하면 상체가 당신 곁으로 다가갈 것이며, 그렇지 않고 반대의 의견이나 부정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면 상체를 뒤로 젖히거나 의자 뒤에 몸을 깊숙이 묻을 것이다. 
 
발은 매우 중요한데, 발의 동작을 보면 다음과 같이 유추할 수 있다. 발뒤꿈치를 경쾌하게 흔들면 그것은 자신의 협상이 만족스럽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이다. 
 
다리를 흔들다 갑자기 멈추면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으며, 다리를 꼬고 있는 것은 반대의 의미를 전달한다.
 
바이어들과 협상할 때 첫인상을 잘 관리해야
 
결론적으로 우리는 해외나 국내에서 바이어들과 협상할 때 첫인상을 잘 관리해야 하고, 악수도 자신감 있게 청하며, 친밀감을 쌓아야 한다. 
 
또한 자신감을 보여주어야 하며, 상대방과 좌석에 앉을 때 적극적인 반대 방향으로 좌석을 배치하기보다 자연스러운 착석 구조에 맞춰 앉아야 논쟁을 누그러뜨릴 수가 있다. 
 
항상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긍정적 인상을 주는 것이다.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언어(말) 이외에도 비언어에 대한 자기 관리에 신경 써야 하며, 역으로 상대방의 비언어적인 요소를 관찰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그래야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오늘부터라도 말보다 행동에 주안점을 두고 상대방을 잘 관찰하고 자신도 관리할 일이다.
 
 
▲정병도 사장은 1999년 4월 인조피혁제조 및 바닥재 수출회사인 웰마크㈜를 창업한 이후 경쟁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던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구 60바퀴를 돌 만큼의 비행 마일리지를 쌓으며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실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경영석사 과정을, 청주대학교 국제통상 박사과정에서 이문화 협상(CROSS CULTURE NEGOTIATION)을 공부했다. 저서로 ‘마지막 시장-아프리카&중남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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