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홈케어 시장은 전례 없는 노인 인구 증가로 향후 5년간 연 6%의 높은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의료인력 수급에 다소 어려움이 있으나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비용 절감 및 서비스 품질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한인 노인 인구도 증가하면서 언어적, 문화적, 정서적으로 친숙한 한인 홈케어 수요가 한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마존도 입맛 다시는 시장=미국 최대의 소매 약국 CVS파머시를 보유한 헬스케어 기업 CVS헬스는 지난 9월 홈케어 서비스 기업 시그니파이헬스를 8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CVS헬스는 홈헬스케어 산업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CVS헬스의 카렌 리치 최고경영자(CEO)는 “시그니파이의 홈케어 플랫폼을 통해 향후 홈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확대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며 “CVS헬스의 자원과 시그니파이의 역량, 분석 및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진료 모델을 설계해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환자가 최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시그니파이헬스 인수에는 CVS헬스 외에도 아마존, 유나이티드헬스그룹 관심을 보여 미국 홈케어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
◇노인 인구 증가가 시장 확대 요인=시장조사 전문기업 IBIS월드에 따르면 올해 미국 홈케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1% 상승한 1200억 달러, 향후 5년간 연평균 6%의 성장률을 바탕으로 2027년에는 1605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홈케어 시장 확대의 배경에는 노인 인구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미국 내 65세 이상 노인은 꾸준히 늘었으며 2011년 이후 베이비부머가 노령화하면서 증가세가 가속화됐다. 2020~60년 중 노인 인구는 5600만 명에서 9470만 명으로 급증하고 85세 이상 노인 인구도 689만 명에서 1900만 명으로 약 3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례 없는 노인 인구의 증가가 홈케어 시장을 넓히는 것.
홈케어 서비스 수요 증가는 이미 부족한 미국 의료인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자산관리기업 머서는 2025년까지 미국에 전담 간호사 약 3만 명, 간호조무사 10만 명이 부족하고 특히 가정 건강 보조원은 45만 명이 모자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은 2019년부터 아마존케어를 통해 원격의료 및 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의료 시장 점유율 확장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지만 올해 말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이런 결정의 직접적인 원인은 의료인력 부족인데, 팬데믹 이후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디지털 도입 가속화로 맞대응=미국 내 의료인력 부족은 위협 요인이지만 디지털화의 진행은 긍정적 요인이다.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비용을 낮추고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며 보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팬데믹 기간 빠르게 대중화된 원격 진료는 홈케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인들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큰 버튼과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노트북, 스마트폰에서 개인 응급 대응 서비스 도구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기술은 이미 노인 의료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노령층의 디지털 기술 활용은 젊은 층보다는 못 하지만 여전히 많은 노인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건강 상태 모니터링을 위해 스마트 및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느냐’는 물음에 밀레니얼 세대는 81%, 72세 이상 노인은 44%가 ‘그렇다’고 했고 ‘약물 투약 알람을 받기 위해 스마트·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느냐’는 물음에는 밀레니얼 세대의 74%, 노인의 57%가 ‘그렇다’고 밝혔다. 디지털 기기 활용이 보다 넓은 범위로 확장되면서 노인들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주치의, 간호조무사들에게 원격으로 접근할 수 있다.
특정 앱들은 노인들의 운동습관, 식이요법, 약물 복용 최적화를 돕는데 현재 디지털 헬스 관련 앱만 350만 개에 이른다. 예를 들어 약물 복용 추적 및 알림 앱인 메디세이프가 있다. 사용자가 투약 일정을 선택하면 투약 시간이 언제인지 사용자에게 알려주며 언제 복용했는지도 추적할 수 있다. 건강상태를 측정해 매일, 매주, 매월 보고서를 생성해 사용자의 간병인 및 의사와 공유할 수 있어 환자의 상태를 쉽게 확인해 문제 발견 시 신속한 치료를 돕는다. 또한 약물 간 상호작용을 확인해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약물 부작용을 방지해준다.
센서가 장착된 웨어러블 기기도 사용자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인데, 한 예로 노인을 위한 웨어러블 스마트 벨트인 탱고벨트가 있다. 불규칙한 걸음걸이를 모니터링하고 노인이 넘어지면 환자 돌보미에게 알림을 보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넘어질 때는 에어백이 작동해 부상을 최소화한다. 스마트 홈으로의 전환도 일어나 아마존 에코나 구글홈 같은 음성 도우미들을 활용해 노인들이 언제 식사하고 약을 먹거나 의사를 방문해야 하는지와 같은 일과를 기억하도록 돕는다.
현재 미국 홈케어 산업이 구상하는 디지털 전환의 다음 단계는 인공지능(AI)의 도입이다. 이를 통해 노인 행동의 패턴을 예측하고 낙상과 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 기업 시사점=미국 은퇴자협회(AARP)는 노인 중 만성 질병으로 의료 서비스를 추가로 필요로 하는 비율이 2010년 14%에서 2050년에는 21%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노인 중에는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하루 종일 집에 머문다는 통계가 있는데 이런 수치들은 모두 노인 홈케어 수요로 볼 수 있다.
올해 미국 홈케어 업체는 약 46만 개에서 2027년에는 61만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주요 기업으로는 킨드레드헬스케어, 린케어홀딩스, 어메디시스, 인테림헬스케어 등이 있는데 상위 4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모두 합해도 10%에 불과할 정도로 소규모 업체로 시장이 나뉘어 있다.
한편 미국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홈케어 업체들이 있지만 증가하는 한인 노인 인구에 비해서는 아직 공급이 부족한 편이다. 한인 노인들의 경우 언어적, 문화적, 정서적 장벽 때문에 한인 홈케어 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미국 내 한인은 193만 명에 달하며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은 13%다.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뉴저지 순으로 한인이 밀집해 있어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은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한인 홈케어 시장부터 공략해볼 만하다.
한 홈케어 업체 관계자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미국 내 홈케어 서비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지만 시장 확대 전망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업체들은 환자의 문화적, 언어적 배경에 따라 맞춤 인력이나 관절염, 당뇨, 치매 등 질환별 전문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미국 내 한인 홈케어 업체 리스트>
- 한국 홈케어(텍사스 댈러스, http://khhcusa.com/)
- Xtreme Care(뉴욕 플러싱, https://xtcare.com/)
- Pioneer Homecare(캘리포니아 레이크포레스트, https://www.pioneerhomecare.com/)
- AWCA home care(뉴저지 티넥, https://korean.awcanj.org/)
KOTRA 댈러스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