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관심 증가가 수출 증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한국 관련 콘텐츠와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한국 식품을 소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러시아 수출 증가에 상당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수혜 품목은 김과 청량음료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한국의 러시아 김 수출액은 500만 달러였다. 하지만 최근 5년 사이 김 수출을 6배 늘리며 러시아는 한국의 4대 김 수출 대상국이 됐다. 2021년 기준 한국 김이 러시아 수입시장의 62.3%를 차지했다.
청량음료의 경우 2021년 한국은 3290만 달러를 수출하며 2위를 기록했다. 밀키스, 캔커피, 알로에 음료 등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5년간 한국은 매년 약 2000만 달러의 청량음료를 러시아로 수출하며 현지 수입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류의 영향은 식품 수출뿐만 아니라 러시아 현지 요식업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전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 식당이 현지 한국인을 주 고객층으로 했다면 최근에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한국 식당 및 프랜차이즈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 칸남치킨과 한국 길거리 음식 프랜차이즈 치코가 대표적이다.
2022년 9월 치코가 노보시비르스크에 새로 문을 열 당시 3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한국 음식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현지 요식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보시비르스크의 요식업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의 일이었다.
치코는 2020년 1월 코로나19가 시작되기 바로 전에 첫 매장을 열었다가 영업 제한 조치로 폐업 직전까지 몰렸다. 이때 치코의 설립자 세르게이 루베데프는 사회공유망서비스(SNS)에서 답을 찾았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 중인 음식을 새 메뉴로 개발했고 관련 먹방을 SNS에 홍보했다. 현재 치코 인스타그램과 틱톡 계정의 팔로워 수는 각각 16만 명과 30만 명이다.
세르게이 대표는 홍보 활동과는 별개로 최대의 성공 요인으로 한류를 꼽고 있다. 한류의 영향으로 러시아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SNS 홍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치코의 주요 고객은 15~25세로 젊으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K-팝 팬들이다. 치코는 이들을 위해 K-팝, 드라마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방문 고객에게 아이돌이나 드라마 주인공의 포토카드를 증정하거나 종업원이 드라마 ‘오징어게임’ 캐릭터로 분장하고 서빙하는 이벤트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치코는 현재 모스크바에만 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예카테린부르크와 카자흐스탄에도 지점을 열 계획이다.
이 소식을 전한 KOTRA 무역관은 “초창기 러시아인이 운영하는 한국 식당의 음식은 ‘한국 음식’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수준이었으나 한-러 무비자 협정을 통해 한국을 다녀온 러시아인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시간이 갈수록 완성도 높은 한식을 기대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한국 음식을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KOTRA 노보시비르스크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