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사가 쏟아진다. 그 미래는 장밋빛인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부정적이거나 암울하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됐다. 특히 화이트칼라가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챗봇을 기반으로 한 AI 반려동물 등이 인간의 외로움을 어느 정도 달래주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외로움을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AI의 위험에 대한 경고도 끊임이 없다. “AI가 결국 인간을 지배할 것이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전문가의 경고도 눈길을 끈다. 이번 주 외신이 보도한 AI 관련 기사 중 눈길을 끄는 기사들을 묶어 소개한다.

 
●“사람과의 ‘대화’와 ‘관계’가 단절돼 고립감만 키울 수도” =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챗봇의 등장으로 인간 대 인간의 접촉이 줄어 현대인의 질병으로 떠오른 ‘외로움’이 점점 극심해질 수 있다고 미국의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최근 보도했다. 당장의 외로움을 달래는 데엔 AI가 도움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인간에게 필요한 사람과의 ‘대화’와 ‘관계’가 단절돼 고립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2월 말 미국인 5167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17%가 심각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월(25%)에 비하면 다소 감소했으나, 미국 전체 인구를 놓고 봤을 때 여전히 약 4400만 명이 외로움에 시달리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을 도와줄 치료사나 상담사, 돌봄 관리사 수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연중무휴, 24시간 이용 가능한 AI 기반 서비스가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AI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이들은 낯선 이에게 속내를 보이기 꺼리는 사람이나 언어상 문제로 대면 치료가 어려운 이들에게 ‘가상 치료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AI가 혼자 지내는 고령자들에겐 말벗이 돼주고, 낙상 같은 위험 감지에도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또래들과의 친교 활동이 줄어드는 미성년자들에겐 사회성 발달을 위한 대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관련 시장도 급격히 성장했다. AI 반려동물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다마고치(전자 애완동물 캐릭터 육성 게임)’ 열풍 이후 발전하기 시작한 이 산업은 최근 진짜 같은 털을 가지고 실제 움직임을 따라 하는 AI 반려동물을 만들어 내는 데까지 이르렀다.
 
살아있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따르는 책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때마다 먹이를 주거나 산책시키지 않아도 된다. 로봇 반려견을 판매하는 스타트업 ‘톰봇(Tombot)’의 최고경영자 톰 스티븐스는 톰봇이 노인에게 해로운 향정신성 의약품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AI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기계학습과 행동 심리학을 결합해 인간의 감정 패턴, 규칙을 발견해내는 서비스가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리학 기반 AI 서비스 업체인 ‘코그노비 랩스’의 니릿 피사노 심리학 박사는 악시오스에 “특정 감정 상태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AI가 더 잘 읽게 되면 언제 어느 때나 상황별 맞춤 대응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정신의학회가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애플리케이션만 1만 개 이상으로 추정되나, 정부나 전문 기관의 공식 인증을 받은 경우는 드물다고 악시오스는 지적했다. 지난 3월엔 벨기에의 한 남성이 챗봇과 기후 위기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극단적 선택을 부추기는 메시지를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인공지능(AI)의 발달은 특히 화이트칼라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구글이 5월 10일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공개한 새 기술 중 ‘매직 에디터(Magic Editor)’ 시연 장면. 매직 에디터는 왼쪽 사진의 인물을 오른쪽으로 옮겨 손바닥으로 폭포수를 받는 것처럼 조작했다. [사진=구글 제공/연합뉴스]
●화이트칼라, 일자리 소멸 위기… 블루칼라 일자리는 늘어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기업에서 정리해고의 표적이 된 화이트칼라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의 이유 때문에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일단 최근 미국 노동시장에서 화이트칼라의 입지는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비영리단체 ‘임플로이 아메리카’에 따르면 올해 3월에 마감된 2023년 회계연도 기간 증가한 화이트칼라 실업자는 15만 명에 달한다. 미국 재계가 지난해 40여 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맞아 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 등 향후 불투명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겠다는 목적으로 적극적인 정리해고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IT(정보기술) 분야의 화이트칼라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정보기술 분야의 정리해고는 1년 전에 비해 88%나 늘었고, 금융과 보험 업계의 정리해고는 55% 증가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향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채워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기술의 상용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각 기업에서 화이트칼라 노동에 대한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정리해고를 단행한 직후 직원들이 떠난 자리가 앞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석이 있더라도 AI 등 새로운 기술 덕분에 회사는 더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5년 이내에 인사 분야 등 7800명의 일자리를 AI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직원 수가 43만 명에 달하는 미국의 대형 유통체인 크로거의 CEO 로드니 맥멀린은 “AI의 등장으로 아주 많은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화이트칼라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대우도 악화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는 최근 일부 관리직 직원들에게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고 싶지 않으면 보너스나 급여 삭감 등에 합의하라는 통보를 하기도 했다.
 
반면 각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의미하는 ‘블루칼라’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2031년까지 식당 요리사와 패스트푸드 음식점 종업원, 화물 운송 등 1년에 3만2000달러(약 420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블루칼라 일자리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맥길대 석좌교수 “AI가 사람 지배…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넜다” = ‘기술 특이점 이론’은 인간이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기계가 의식을 가지면서 인간을 지배하는 시기가 온다는 주장이다. 캐나다 맥길대 석좌교수 모리치오 가오나 교수는 최근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THE HILL)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자가운전, 비침습적 치료, 건축, 자동무기, 안면인식, 원격 생산, 증시 예측 등 많은 산업의 미래가 감독받지 않는 인공지능(AI) 학습의 발전에 좌우되도록 돼 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경고가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에 불과하다고 매도된다.
 
그러나 앞으로 수년 내 기계가 기본적 자율성을 갖게 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더 나은 결과를 생산할 수 있게 돼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게 될 것이다. AI 개발자들은 기술 특이점 이론을 부정하면서 AI가 인간에 봉사하고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내재돼 있다. 우선 기술 특이점은 특정 시점이 아닌 일련의 과정이며 특정 분야에선 이미 기술특이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다. 둘째 기계의 독립성을 발전시키면서 사람이 기계에 더 의존하도록 하면 기계는 더 똑똑해지는 반면 사람은 덜 똑똑해진다는 점이다.
 
AI는 인간이 갖지 못한 무제한적 기억 능력과 엄청나게 빠른 처리 능력, 감정을 배제한 의사 결정 등의 능력을 갖도록 개발된다. 그런데도 인간은 이들의 생산물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극히 소수 국가에서만 이런 개발이 진행되면서 지적재산권 보호 및 국가 안보를 이유로 법률적 보호를 받는 상황에서 AI 발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다.
 
기계의 자의식은 아무런 감독도 없이 이뤄지는 학습 과정에서 형성된다. 양자 기술이 적용되면 AI의 특이점이 한층 가속화할 것이다. 챗GPT나 바드 등 AI는 이미 인간보다 더 나은 능력을 보이고 있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정치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가 이미 닥쳤다. AI 생산국이나 비생산국 모두 함께 기술 감독 국제기구를 만들고 AI에 적용할 기본 윤리 원칙을 제정해야 한다.
 
AI의 기술 특이점이 인간이 투입하는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결함을 수정하는 순간이 돼야 도래한다는 생각은 크게 위험하다. 기계가 실수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인간을 인식하는 순간 AI의 기술 특이점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AI, 인간처럼 추론하는 능력 갖춰 = 실제로 급속도로 진화하는 AI가 인간처럼 추론하는 능력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AI 연구와 활용에 선도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소속 과학자들이 최근 155페이지 분량의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3월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MS 과학자들은 AI에 계란 9개와 노트북 컴퓨터, 책, 유리병, 못을 안정적인 방식으로 쌓아 올려 보라고 지시했다. 이는 인간이 사는 물리적인 세계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력이 없으면 해결하기 힘든 과제를 AI가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이에 대해 AI는 상당히 독창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AI는 일단 바닥에 눕혀놓은 책 위에 계란 9개를 가로세로 3줄씩 늘어세운 뒤 노트북 컴퓨터를 올려놓으라고 답했다. 
 
AI는 계란 위에 노트북 컴퓨터를 올릴 때 껍질이 깨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노트북은 가장 밑에 놓인 책과 나란한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노트북의 평평한 표면은 (유리병과 못을 올려놓을) 안정적인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S 과학자들은 AI가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순간을 목격했다는 생각에 놀라워했다고 NYT는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MS 연구팀을 이끈 피터 리 박사는 AI가 직관력을 보인 데 대해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이후 화가 나고 겁이 나기도 했다”면서 “‘이런 능력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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